유통 K-패션·뷰티 '비상'···유가·물류 변수에 촉각

유통 패션·뷰티 美-이란 전쟁

K-패션·뷰티 '비상'···유가·물류 변수에 촉각

등록 2026.03.05 14:37

양미정

  기자

아모레퍼시픽·올리브영, 배송중단·지연원자재·환율 불안에 제조원가 상승 우려전쟁 장기화 땐 K-뷰티·패션 수익성 압박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이란 테헤란 모습. 사진=연합뉴스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이란 테헤란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국내 패션·뷰티 업계가 유가와 물류 변수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동 일부 공역이 폐쇄되며 국제 배송이 흔들리기 시작한 데다, 유가와 환율 변동이 장기적으로 비용 구조에 미칠 영향까지 점검하는 분위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국제 배송 차질이 일부 현실화됐다.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아모레몰을 통해 중동 지역에 항공 특송(DHL) 방식으로 제품을 배송해 왔다. 그러나 회사는 최근 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이 확산된 탓에 DHL의 중동 항공 특송 서비스를 3일부터 전면 중단했다. 해당 지역 주문 역시 일시적으로 멈춘 상태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상황이 글로벌 사업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회사 측은 "현재까지 직접적인 매출 영향은 크지 않지만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과 물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원자재 수급과 국제 물류망, 환율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대체 물류 경로 확보와 공급망 안정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J올리브영 글로벌몰도 국제 배송 지연 가능성을 공지했다. 회사 측은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로 일부 국가로의 국제 배송 차질이 예상된다"며 "특히 바레인, 카타르,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주요 국가로 향하는 주문은 배송 지연이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현재 키프로스, 핀란드, 그리스, 탄자니아 등 일부 국가는 배송 서비스가 일시 중단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인 배송 차질보다 전쟁 장기화가 비용 구조에 미칠 영향을 더 주목하고 있다. 화장품과 패션 산업에서 사용되는 주요 원재료 상당수가 석유화학 제품과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상승할 경우 플라스틱 용기와 펌프, 튜브 등 화장품 패키징 소재뿐 아니라 합성섬유 가격까지 오르며 전반적인 제조 원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해외에서도 중동 전쟁이 소비재 산업의 비용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운항이 차질을 빚을 경우 아시아 석유화학 업계의 나프타 공급이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나프타는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생산의 핵심 원료로, 공급 불안이 장기화되면 화장품 용기와 의류 원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중동을 '포스트 차이나' 시장으로 보고 공략을 확대해 온 K-뷰티 업계도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중동 매출 비중이 아직 크지 않아 단기적인 실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투자 회수 일정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중동 지역 리스크가 환율 변동과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원자재 조달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며 "사태가 확전되면 글로벌 소비 심리 위축과 비용 부담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 현지 유통망 구축 등 초기 투자에 투입된 자금의 회수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패션업계도 공급망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유럽산 고가 원단이나 완제품은 항공 운송 비중이 높아 해상 물류 차질의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유가 상승에 따른 운임 인상과 환율 상승이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운송 기간이 늘어나고 선박 보험료와 운임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소비재 공급망에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중동 충돌이 확대될 경우 국제 유가 상승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소비재 기업의 비용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이 동시에 오를 경우 패션처럼 경기 민감 소비재 산업의 수익성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세가 장기화될 경우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생산된 봄·여름(S/S) 시즌 상품이 해상 물류 차질로 늦어질 경우 판매 시기를 놓치면서 재고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 플랫폼도 글로벌 물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무신사는 글로벌스토어를 통해 해외 직접 판매를 확대하며 현재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를 비롯해 싱가포르, 홍콩,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총 13개 국가로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 측은 국내 브랜드 상품을 해외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고 있어 항공 물류 상황 변화에 따른 영향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신사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스토어 배송 대상 국가 가운데 중동 지역이나 중동 영공을 경유하는 노선은 없어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글로벌 항공 스케줄이 변동되거나 물류 상황이 악화될 경우 동남아 일부 노선에서 간접적인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은 있어 항공사와 물류 파트너사의 공지를 포함해 관련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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