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서울, 초럭셔리 호텔 전쟁터로···아만·리츠칼튼 등 투자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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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초럭셔리 호텔 전쟁터로···아만·리츠칼튼 등 투자 본격화

등록 2026.03.11 14:11

양미정

  기자

체류형 관광·K-컬처 확산, 브랜드 진입 촉진브랜드만으론 부족, 경험·콘텐츠가 성패 좌우

사진=로즈우드 서울사진=로즈우드 서울

아만(Aman), 로즈우드(Rosewood), 만다린 오리엔탈(Mandarin Oriental), 리츠칼튼(The Ritz-Carlton) 등 글로벌 초럭셔리 호텔 브랜드들이 서울 진출을 추진하면서 국내 호텔 시장이 새로운 경쟁 국면에 들어섰다. K-컬처 확산과 외국인 관광 수요 회복을 배경으로 서울이 아시아 핵심 관광 도시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호텔 체인들이 연이어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청담동 옛 프리마호텔 부지에는 아만과 자매 브랜드 자누(Janu)가 호텔과 레지던스를 결합한 49층 복합 프로젝트로 들어설 예정이다. 프라이버시와 미니멀리즘을 강조한 아만 특유의 콘셉트를 도심형 럭셔리로 구현하며 청담·압구정 일대의 하이엔드 리테일·미식 산업과 결합해 초프라이빗 수요를 겨냥할 계획이다.

용산에서는 유엔사 부지 개발 사업인 '더 파크사이드 서울'에 로즈우드호텔앤리조트가 들어선다. 2027년 개관 목표로, 호텔과 레지던스를 결합한 초럭셔리 복합 호텔 형태가 될 전망이다. 용산공원과 인접한 입지를 활용해 웰니스와 자연 친화적 공간을 강조한 도심형 리조트 콘셉트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에는 홍콩 기반 럭셔리 호텔 체인 만다린 오리엔탈이 부티크 호텔로 들어설 예정이다. 2030년 개관을 목표로 추진되는 이 호텔은 동서양 조화를 강조한 서비스와 미식 경쟁력을 앞세워 서울 도심의 새로운 럭셔리 호텔로 자리 잡겠다는 계획이다.

남산 힐튼호텔 부지를 재개발하는 '이오타 서울' 프로젝트에는 리츠칼튼이 재진출한다. 2031년 개관 예정으로, 2016년 한국 철수 이후 약 15년 만의 서울 복귀다. 브랜드 유치 이후 대형 금융기관들이 투자에 참여하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이 비교적 빠르게 진행된 사례로 평가된다.

이 밖에도 메리어트 계열의 에디션(EDITION), 세인트 레지스(St. Regis), LVMH 그룹의 슈발블랑(Cheval Blanc) 등 글로벌 럭셔리 호텔의 서울 진출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는 이를 두고 서울 호텔 시장이 단순한 공급 확대를 넘어 초럭셔리 호텔 중심의 경쟁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관광 수요 회복과 K-컬처 확산도 배경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늘고, K-팝 공연·전시·페스티벌 등 문화 콘텐츠가 서울 방문의 주요 동기로 자리 잡으면서 체류 수요와 기간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등 주요 럭셔리 호텔은 연중 객실 확보가 어려울 정도로 수요가 꾸준하다.

부동산 시장 변화 역시 럭셔리 호텔 개발을 자극하고 있다. 프라임 오피스 공급 확대에 따라 개발 사업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해지면서, 글로벌 호텔 브랜드를 유치해 자산 가치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남산 힐튼 부지 프로젝트는 리츠칼튼 유치 이후 금융기관 투자 참여가 이어지며 자금 조달 속도가 빨라진 대표 사례다.

다만 업계에서는 단순한 브랜드 효과만으로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 진출 럭셔리 호텔들이 브랜드 인지도에 비해 서비스·경험 측면에서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홍콩, 도쿄 등 아시아 주요 도시에 비해 서울 호텔은 미식·문화·웰니스 프로그램 등 체류형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분석이다. 이미 서울에 진출한 일부 하이엔드 호텔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호텔이 제공하는 경험과 콘텐츠 경쟁력이 향후 시장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서울은 이미 고급 호텔 공급이 많은 도시이기 때문에, 단순히 글로벌 브랜드를 들이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이 생기지 않는다"며 "호텔이 도시 문화와 연결된 경험을 얼마나 제공하느냐가 핵심 경쟁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서울 럭셔리 호텔 시장 경쟁은 '경험 설계'로 이동할 전망이다. 미슐랭급 레스토랑·바, 문화 프로그램, 웰니스 서비스 등 호텔 중심 라이프스타일 콘텐츠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글로벌 체인들은 레지던스형 객실, 장기 체류 프로그램, 웰니스 중심 서비스 등을 강화하며 숙박 이상의 경험 제공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입지 전략도 중요하다. 청담·압구정은 럭셔리 리테일과 미식 산업이 결합된 체류형 관광지로 성장 중이고, 용산은 공원과 문화시설을 기반으로 도심형 리조트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서울역 일대는 교통 허브라는 장점으로 새로운 관광 거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5~6년 사이 서울에는 다수의 초럭셔리 호텔이 순차 개관할 예정이다. 서울역–남산–용산을 잇는 도심 북부 축과 청담·삼성동 강남 축이 각각 고급 호텔 벨트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급이 한꺼번에 늘면 수요 분산과 경쟁 심화 가능성도 있다.

결국 브랜드보다 중요한 것은 호텔이 만들어내는 경험이다. 호텔이 숙박시설을 넘어 미식·문화·웰니스·쇼핑을 연결하는 '도시 경험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가 서울 럭셔리 호텔 시장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은 이미 관광과 문화 콘텐츠 측면에서 잠재력이 충분하다"며 "앞으로 럭셔리 호텔이 도시와 연결된 경험을 얼마나 만들어내느냐가 서울의 글로벌 호텔 위상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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