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골프 초청해 놓고 자기 몫만 계산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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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초청해 놓고 자기 몫만 계산한다고?

등록 2026.04.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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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초청을 받으면 고마우면서도 민감한 구석이 있다.

초청 조건을 미리 알려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세세하게 조건을 물어보기도 애매하다. "회원권 보유자가 초청해 놓고 본인 그린피만 회원가로 정산하고, 동반자들은 두 배나 되는 비회원 가격을 지불해 맘이 편치 않았어요."

멤버가 모자란다는 사정을 거듭 접하고는 다른 골프 약속까지 깨고 합류했다는 지인이 불편한 마음을 토로했다. 더구나 그는 한 명을 동반해도 된다는 제의에 필자에게 부랴부랴 연락해 멤버를 모두 채웠다.

사진=기고자 제공사진=기고자 제공

그는 골프를 마치고 프런트에서 결제하는 과정에서 초청자가 미리 회원 가격으로 자신 몫만 계산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초청자는 이미 골프장을 빠져 나간 후였다.

지인은 그날 본인 소유 회원권 골프장에서 골프 약속까지 깨고 달려갔는데 이런 경우가 있나 싶었다. 무엇보다 필자에게 무척 미안해했다.

보통 회원권 보유자가 전체 그린피를 4등분해서 초청한 동반자 부담을 덜어준다. 달랑 본인 몫만 할인해서 계산하고 빠져나가면 괘씸하다.

나이 들어 골프를 위해 돈을 적립하면 곤란해지기도 한다. 대기업에서 퇴직한 고교 친구는 옛 동료들과 일정 금액을 모아 1년에 한 번씩 외국이나 지방 골프투어를 떠났다.

몇 년간 진행되다가 총무가 갑자기 다른 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적립한 돈을 사망자가 개인 계좌로 관리한 데에 있었다.

그냥 부의금으로 제공하기엔 제법 되는 금액이라 모두 난감했다. 유족들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며 돈을 돌려 달라고 말하기도 애매해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사진=기고자 제공사진=기고자 제공

"이런 사례가 아니어도 돈을 모아 골프를 진행하면 꼭 문제가 생겨요. 그냥 그때그때 모아서 해결해버리는 게 가장 나아요." 친구는 곗돈도 그렇듯이 장기간 돈을 적립해서 골프를 하면 용도를 놓고도 분쟁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한다.

"5년 동안 지속된 아내의 골프 모임이 최근 한 멤버로 인해 와해됐는데, 장본인만 뺄 수 없어 모임 자체를 해체한 후에 따로 결성했다."

또다른 골프 모임 후일담이다. 동네 스포츠센터에서 구성된 아내 골프 모임이 잘 운영되는 줄만 알았던 지인은 최근 해체 소식을 접했다.

다름 아닌 돈 문제였다. 이 평일 골프 모임에선 원래 비용 처리가 깔끔했다. 차를 함께 타고 골프장에 가면서 번갈아 가져온 김밥과 샌드위치, 토스트 등으로 해결한다.

라운드 도중 간식과 커피도 순서를 정해 준비한다. 식음료를 포함한 모든 비용은 철저히 N분의 1로 계산한다.

언제부턴가 한 멤버가 혼자 자기 차로 이동해 클럽하우스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툭하면 혼자 식사한 비용을 전체 부담으로 지우고 그늘집에서 과자나 음료를 집어 들어 서서히 멤버들의 눈에 나기 시작했다. 친구 아내 골프 모임이 깨진 이유이다.

골프 모임은 대개 돈, 건강, 매너 문제로 해체된다. 특히 돈 문제가 깔끔하지 못하면 모임 자체가 스트레스 연속이다. 함께 차를 이용하는 카풀에도 지켜야 할 매너가 있다. 스킨스 게임을 하면 탑승한 사람들이 운전자에게 고마운 뜻에서 1만원씩 보태준다.

기름값과 톨게이트 비용, 운전 수고에 대한 보답으로 운전자를 배려한다. 본인은 외제차라서 골프백 두 개만 실을 수 있다면서 늘 다른 사람 차를 이용하고도 내몰라라 하는 사람도 왕따 대상이다.

골프 비용은 N분의 1로 똑같이 나누고 개인적으로 클럽하우스에서 먹은 식음료 비용은 본인 부담이 원칙이다. 한두 번은 무방하지만 누적되면 진상으로 지적된다.

동반자를 초청할 경우에도 세심해야 한다. 우선 동반자에게 비용 관계를 미리 정확히 공지해야 뒤탈이 없다. 회원권을 가지고 있더라도 초청받는 사람이 지불할 그린피 내역을 알려주고 캐디피와 식사비 처리 방법도 고지해야 깔끔하다.

본인만 회원 대우를 받고 동반자들은 비회원 가격을 그대로 치르게 하면 매너가 아니다. 동반자들로선 저렴한 대중골프장을 놔두고 굳이 비싼 회원제에 갈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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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싸게 회원권을 사용하려고 동반자들을 동원한 셈이다. 초청 취지에 강한 불신이 생긴다. 동반자들도 초청에 대한 답례로 캐디피를 낸다든지 식사를 산다든지 나름 역할을 생각할 수 있다.

골프 도중 내기를 하더라도 적당한 규모로 하고 승자는 일정 부분 돌려주는 인정도 필요하다. 철저히 정산해야 열정과 오기가 발동해 실력을 키운다는 주장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동반자가 점점 떨어져 나간다. 내기를 즐기는 한 지인은 어느 순간 분위기가 살벌해져 그만뒀다고 한다.

금액이 커지니까 타인 공을 찾아준다며 동반자가 몰래 OB구역으로 차버리는 사례도 있었다. 벙커샷을 제대로 하는지 직접 와서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다가 내기를 아예 끊어버렸다.

천안에서 반도체 장비 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에게서 비슷한 사례를 들었다. 고수들로 구성된 친목 골프 모임에 어느 날 빈자리가 생겨 한 멤버가 초면의 70대 기업 회장을 데리고 왔다.

여느 날처럼 내기를 했는데 그 회장은 18홀 내내 한 번도 돈을 따지 못해 호구 역할만 했다. 체면상 기업 회장에게 딴 돈을 돌려주기도 애매해서 그런지 모두 그대로 헤어졌다.

그 회장이 그 날 골프를 끝내고 바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야기가 며칠 뒤 나돌았다. 너무 큰 허탈감과 상실감에 아파 드러누운 것이다.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회장도 가혹한 내기 앞에서는 이렇게 무너진다. 그 이후로 지인은 모르는 사람과의 골프에선 항상 이 점을 감안한다.

내기에서 돈을 땄거나 버디를 잡을 때마다 캐디에게 팁을 주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18홀 내내 한 번도 상금을 못 건진 동반자로선 이를 지켜보면 말 못할 상처를 입는다.

캐디에게 계속 기분을 내고 싶으면 공금인 판돈이 아니라 자기 지갑을 열면 뭐라 말할 사람도 없다. 습관적인 팁 남발은 품격과 거리가 멀다.

사진=기고자 제공사진=기고자 제공

초보자를 동반했거나 진지하고 정성스럽게 서비스하는 캐디에겐 조금 더 후의를 베풀 수는 있다. 하지만 과한 팁은 골프장 분위기만 흐린다.

동남아 골프여행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한국 골퍼들의 모습이다. 적지만 차라리 딴 돈을 동반자에게 돌려주는 편이 오히려 낫다. 가까운 사람부터 챙기는 게 순서다.

분기에 한 번씩 진행되는 선후배 골프 모임이 있다. 두 팀으로 구성되는데 간혹 본인이 식사비를 감당하겠다는 사람이 나온다. 정중히 거절하고 거둔 돈으로 식사비를 지불한다. 추후 정산 순서를 정하기도 어렵고 식사 비용도 달라 혼란만 가중된다. 멤버 개개인이 전체 식사비를 지불할 능력이 되더라도 갹출한 돈으로 계산해야 모임이 오래 간다.

골프는 하고 싶은데 늘 멤버를 구해야 하는 사람은 왕따를 당하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 둘 다이거나 최소 하나가 원인이다. 매너에 문제가 있거나 셈이 흐리거나. 골프 실력과는 상관없다.

정현권 대한변리사회 미디어 전문위원 겸 지식재산뉴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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