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디지털 트윈 도입···인력난·중국 추격 대응디지털 조선소 시장 2030년 47억달러 규모 확대정부, K-조선 초격차 기술 확보에 3200억원 '투입'
국내 조선사들이 숙련공의 경험에 의존하던 과거의 틀을 깨고 AI와 로봇, 디지털 트윈이 주도하는 '지능형 야드'로의 대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질적인 인력난과 중국의 파상공세를 동시에 끊어내기 위해 설계부터 생산, 유지보수까지 전 과정을 데이터로 연결하는 '디지털 조선소'가 K-조선의 새로운 생존 전략이자 초격차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AI, 디지털 트윈, 빅데이터, 로봇 기술을 활용한 생산 현장 혁신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 조선소는 설계부터 생산, 물류, 유지보수까지 전 과정을 데이터로 연결하고 자동화하는 생산 체계다. 디지털 조선소 시장 규모는 올해 20억6000만달러에서 오는 2030년 47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연평균 성장률은 약 18% 수준으로 추산된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HD현대가 자율 운영 조선소 구축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HD현대는 오는 2030년 완성을 목표로 미래 첨단 조선소(FOS)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설계·구매·생산 데이터를 연결하고 AI 기반 예측·최적화를 거쳐 자율 운영 조선소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데이터 기업 팔란티어와는 2년간 현장 검증을 진행해왔고, 전남 목포에는 조선 협력업체를 위한 AX 실증센터를 구축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는 조선 전용 초고도 AI 모델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한화오션도 거제사업장을 중심으로 디지털 야드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크레인, 도크, 물류 시스템 등 야드 내 주요 설비와 생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병목 현상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소형·경량 탑재형 용접로봇과 갠트리형 로봇 도입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24년 해군이 발주한 정찰용 무인잠수정 및 기뢰전 무인수상정 개념설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관련 개발도 진행 중이다.
삼성중공업 역시 자동화·무인화 조선소 구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복 작업은 자동화 설비가 맡고, 생산라인은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조선용 로봇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협동로봇 기반 AI 용접로봇 개발에 나섰다.
조선업계가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인력난과 생산성 한계가 자리잡고 있다. 조선업은 숙련 인력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지만 현장 기술직 고령화와 청년층 기피로 인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에 설계 변경, 자재 수급, 공정 지연이 전체 일정과 원가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생산 공정 최적화 필요성이 커졌다.
또한 중국과의 격차 확대도 국내 조선사들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수주 잔량 점유율은 중국이 71%, 한국이 17%로 무려 54%포인트(p) 차이가 난다. 업황 호조로 수주가 늘어도 이를 안정적으로 소화할 생산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납기와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렵다.
이에 정부 역시 민간 조선사들의 투자 확대에 맞춰 지원금액을 상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K-조선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전년보다 약 23% 늘어난 32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생산공정 자동화와 자율운항 선박 등 제조·운항 전반에 AI 기술 확산을 추진하고, 국내 운항 선박 30여척을 대상으로 대규모 실증사업에도 착수한다.
업계에서는 수주 경쟁력을 넘어 실제 생산 역량과 납기 대응 능력이 조선산업 경쟁력을 가를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디지털 조선소 구축이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조선업은 수주 경쟁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이를 실제 건조와 인도까지 안정적으로 이어갈 생산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앞으로는 AI와 자동화, 데이터 기반 운영 역량을 얼마나 빨리 현장에 안착시키느냐가 국내 조선사들의 경쟁력을 가를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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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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