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사막은 절대로 흥행에 실패하면 안 되는 게임입니다. 정말 하루아침에 회사가 망할 수도 있어요." AAA급(수년간 큰 돈을 들여 개발한 대작) PC·콘솔게임 '붉은사막' 데뷔를 앞둔 올해 초, 기자와 만난 펄어비스 관계자의 호소다.
단순한 엄살은 아니다. 펄어비스의 매출 대부분은 2015년 선보인 '검은사막' 지식재산권(IP)에서 나오는데, 점차 벌이가 줄어들면서 2023년부터는 '적자 경영'을 이어왔다. 지난해까지 3년간 발생한 손실만 435억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버틸 수 있던 힘은 지난 7년간 2000억원에 육박하는 돈을 들여 개발한 붉은사막이 새로운 '캐시카우'가 돼 줄 것이라는 믿음에 있었다. 다음 대형 신작인 '도깨비'는 출시까지 2년도 더 남았고, 개발에 추가적인 비용이 투입될 것까지 고려하면 붉은사막이 '사운을 건 타이틀'이라는 관계자의 말도 납득은 된다.
단 한 번의 AAA급 프로젝트 실패로 회사가 도산 위기에 빠질 수 있는 환경,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중소·중견 게임 회사가 처한 현실인 셈이다. 그렇기에 많은 회사들은 새로운 시도보다 단기간에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을 양산하는 데 집중해왔고, 중국에도 밀리는 우리 게임 산업의 위기로 이어졌다는 생각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환경의 문제'일 뿐이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수년간 세계 시장에서 통한 다수의 AAA급 PC·콘솔 게임이 이를 방증한다.
네오위즈가 2023년 선보인 액션 RPG(역할수행게임) 'P의 거짓'은 출시 한 달 만에 글로벌 판매량 100만장을 돌파했다. 콘솔게임 불모지로 꼽히던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이름을 알린 대표적인 작품으로, 최근에는 400만장까지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지난해에는 넥슨이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의 '아크 레이더스'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K게임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아크 레이더스는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400만장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초에는 펄어비스가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 '붉은사막'으로 PC·콘솔 흥행 신화를 이어갔다. 붉은사막은 출시 한 달도 지나지 않아 500만장이 넘게 팔리면서, 게임 업계 최고 권위 상인 더게임어워드(TGA)의 'GOTY'(Game Of The Year)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는 평가다.
이제는 정부가 움직여야 한다. 경쟁국처럼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지는 않더라도,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우리 게임회사들이 세계에서 통하는 AAA급 게임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일례로 '투자비 1000억원 이상'과 같은 기준을 세우고 정부가 개발비를 지원하는 공공 민간 펀드를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앞서 영화 산업에 먼저 도입해 성과를 입증한 방식이기도 하다. 제작 비용에 대한 세액 공제를 적용하는 것도 게임 업계의 '실패 리스크'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김민석 국무총리 최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쓴 글에서 붉은사막의 500만장 판매 기록을 축하하며 "국내 콘솔게임의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면서 "정부도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 뒷받침하겠다. K게임이 K콘텐츠의 한 축으로 빛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게임 산업의 부활 골든타임은 아직 지나지 않았다. ▲K팝 ▲K드라마 ▲K무비에 이은 세계 속 K게임 열풍, 정부의 발빠른 대처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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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임재덕 기자
Limjd87@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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