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병목 해소와 실행력 확보가 관건K-바이오 글로벌 경쟁력 강화 필요

정부가 최근 범부처 정책 조율을 내걸고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를 띄웠다. 부처마다 쪼개진 정책을 하나로 묶을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실행력이다. 또 하나의 '옥상옥(屋上屋)' 회의체가 탄생한 것인지, 아니면 기업이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진짜 '산업의 시계'가 빨라질 것인지에 대해 업계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실제로 한 업계 관계자는 "참여 위원 중 산업계 비중이 높지 않다"면서 "현장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K-바이오의 발목을 잡은 건 정책 부재가 아니라 행정 병목이었다. 식약처 허가, 보건의료연구원(NECA) 평가, 심사평가원 보험 등재, 각 병원의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가 각기 다른 잣대로 돌아갔다. 글로벌 신약 개발은 1분 1초를 다투는 속도전인데, 우리 행정은 칸막이를 쳐둔 채 '순차 심사'라는 과거 관행에 머물렀다.
올해 1분기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은 20억달러를 넘어섰고, 전체 의약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0%를 돌파했다. 바이오는 더 이상 좁은 내수 시장용 산업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바이오를 국가 안보 및 공급망 주권과 직결된 '전략 자산'으로 다루고 있다. 새로 출범한 위원회의 시야가 여전히 '국내 규제 몇 개 풀기'에 갇혀 있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부가 약속한 희귀질환 약가 등재 단축이나 허가 간소화라는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핵심은 나열된 과제의 개수가 아니라 '실행력'이다. 민원 처리 기간이 실제로 며칠 줄었는지, 부처 간 병행 심사 비율은 얼마나 높아졌는지 명확한 핵심성과지표(KPI)로 증명해야 한다.
산업 생태계 전반의 포트폴리오 관리도 잊어선 안 된다. 혁신위 논의가 세포·유전자 치료제 같은 '첨단바이오' 육성에만 쏠려 있다는 업계 우려는 일리가 있다. 첨단 신약이 미래라면, K-바이오 수출을 견인하는 바이오시밀러와 CDMO는 든든한 현재다. 여기에 산업의 허리를 받치는 합성·원료의약품과 중소 제약사의 생산 인프라가 함께 맞물려 돌아가야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감당할 기초 체력이 완성된다.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는 향후 회의록 두께가 아니라, 실제 기업의 시계를 얼마나 빠르게 돌렸는지로 평가받을 것이다. 막대한 자본과 최소 십수 년의 시간을 담보로 잡히는 제약바이오 산업에 행정 지연까지 얹을 여유는 없다. K-바이오는 이미 글로벌 트랙을 뛰고 있다. 이제 행정이 그 속도에 발을 맞춰야 할 때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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