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터널링에 소수주주 축출까지···K증시 신종 리스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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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링에 소수주주 축출까지···K증시 신종 리스크들

등록 2026.05.12 15:48

김호겸

  기자

자본 배치 효율성 저해하는 불공정 행위 지적상장폐지·주식병합 통한 소수주주 축출 급증지배구조 왜곡, 경제성장률 둔화 우려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코스피 지수가 8000선 돌파를 목전에 두며 주식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자본 배치 효율성을 저해하는 불공정 거래 행위가 시장 또다른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행 법 제도 내에서 진행되는 자본거래형 부의 이전(터널링)을 비롯해 주가조작, 불법 리딩방 등을 위한 사익 편취 행위가 기업 지배구조 왜곡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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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코스피 지수 8000선 돌파를 앞두고 주식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

자본 배치 효율성을 해치는 불공정 거래가 시장 리스크로 부상

터널링, 주가조작, 불법 리딩방 등 사익 편취가 기업 지배구조 왜곡의 원인으로 지목

자세히 읽기

국세청, 탈세 혐의 2조2000억원에 달하는 31개 법인 세무조사 착수

터널링 혐의 업체 15곳, 일감 몰아주기·우회 지원 방식 활용

터널링은 자산을 지배주주 일가로 이전하는 행위로 최근 사법적 통제를 우회하는 자본거래 방식으로 진화

주목해야 할 것

상장사가 고의로 감사 증거 미제출해 상장폐지 유도, 소수주주 축출 사례 증가

주식병합 제도, 소수주주 배제 수단으로 활용 사례 증가

비상장사·상장사 합병 시 가치평가 규제 공백, 합병 비율 왜곡 가능성

어떤 의미

소수주주 법적 구제 어려움, 법원은 주가 하락을 간접손해로 판단해 손해배상 청구 기각

미국·대만과 달리 증거수집 및 소송 지원 제도 미비

불공정 자본거래 시 일반 주주 권리 구제 위한 입법 보완 필요성 제기

핵심 코멘트

전문가, 이사의 충실 의무 실질화와 지배구조 개혁 강조

소수주주 배제와 현금 유보는 국가 자본 배치 효율성 저하 및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수 있음

기업 내부 잉여 자본의 생산적 재배치를 위한 근본적 지배구조 개혁 필요

12일 증권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탈세 혐의 금액이 2조2000억원에 달하는 31개 법인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는 터널링 혐의 업체 15곳(탈세 추정액 1조5000억원)을 포함했다. 국세청 조사 대상 업체 상당수가 일감 몰아주기나 사주 지배 법인에 대한 우회 지원 방식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단순 시세조종 넘어선 합법 가장한 자본거래

터널링은 지배주주 일가로 자산을 이전하는 행위로 최근 사법적 통제를 우회하는 자본거래 방식으로 형태가 변하고 있다. 실적이 양호한 상장사가 외부감사인에게 고의로 감사 증거를 제출하지 않아 한정 의견을 받고 상장폐지를 유도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후 비상장화된 기업은 주식교환이나 주식병합 처리 절차를 통해 소수주주를 축출하고 사내에 유보된 잉여 현금을 지배주주가 배당으로 독식하는 구조다.

국세청이 집중 점검에 나선 터널링 사례들은 과거와 확연히 다른 고도화된 수법을 보이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주식시장 내 교란 행위는 이른바 '작전 세력'이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통정매매를 통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부양하고 단기 차익을 챙기는 형태가 주를 이뤘다.

과거의 터널링이 자금 유출 통로를 만들어 회사 자금을 부당하게 이전하는 단순 횡령 수준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지배주주가 자본거래 절차를 거쳐 소액주주의 지분 가치를 훼손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수법으로 고의적인 상장폐지 제도를 활용한 소수주주 축출(Squeeze-out) 사례다. 부채비율이 낮고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상장사가 외부 감사인에게 특정 관계기업 투자지분 등에 대한 감사 증거를 고의로 제출하지 않고 '의견 거절'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사업보고서 미제출과 달리 감사자료 미제출은 경영진에 대한 직접적인 형사처벌 위험이 낮아 법적 리스크도 쉽게 피할 수 있다. 상장폐지가 확정돼 주가가 폭락하면 지배주주가 헐값에 주식교환이나 주식병합을 진행해 소액주주를 쫓아내고 회사 내 유보된 잉여 현금을 배당으로 회수하는 구조다.

◇소수주주 배제하는 규제 공백···지배구조 개편 과제

주식병합 제도가 소수주주 배제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3월 한 달간 발생한 기업 주식병합 사례는 121건을 기록했다. 현행 상법상 주식병합 비율에 구체적인 상한 제한이 없고 단주 처리를 위한 법원 허가나 경매 절차에서 소수주주가 적정 가치를 다툴 실질적 제도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가치평가(Valuation) 영역의 규제 공백도 부의 이전을 쉽게 만드는 요인이다. 비상장사와 상장사 간 합병 또는 지배주주 매도청구권 행사 시 현금흐름할인법(DCF)을 주로 사용하지만 단순 추정에 의존하는 비상장 주식 평가 방식으로서 합병 비율을 왜곡할 여지가 높다.

매출과 자본조달비용 추정치에 대한 외부 통제 기구도 없어 합병 비율이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 및 상속·증여세 부담 완화에 유리하게 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현금 보유량이 높은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이 주가를 낮게 유지하고 배당을 축소하는 행위 또한 같은 목적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이다.

현행 상장폐지와 불공정 합병 문제에 대해 소수주주가 법적 구제를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법원은 회사의 자산 감소에 따른 주가 하락을 주주의 '간접손해'로 판단해 직접적인 손해배상 청구를 부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고의적인 상장폐지로 인한 주가 급락 사례에 대해서도 회사 재산의 직접적 유출이 없다는 근거로 주주의 직접적인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되는 실정이다. 이는 소송 당사자 간 광범위한 증거 수집을 강제하는 미국의 증거개시 제도나 유관기관의 자료 지원을 바탕으로 소송에 개입하는 대만 투자자보호센터의 사례와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자본 배치의 효율성 제고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으로 경영진과 지배주주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을 실질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불공정 자본거래가 발생할 때에도 일반 주주의 권리 구제를 지원할 수 있는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소수주주를 배제하는 터널링과 무분별한 현금 유보 등 거버넌스의 후진성은 개별 주주의 재산권 침해에 그치지 않고 국가 전체의 자본 배치 효율성을 떨어뜨려 거시경제 성장률 둔화로 직결된다"며 "인구 구조 변화로 노동의 기여도가 낮아진 상황에서 저성장을 극복하려면 기업 내부에 묶여 있는 잉여 자본이 시장 견제를 통해 가장 생산적인 곳으로 재배치될 수 있도록 지배구조의 근본적인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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