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에도 석유화학 부문 일제히 흑자래깅 특수 '톡톡'···두달 새 나프타 가격 두 배3월 이후 고가 나프타 투입, 마진 축소 불가피
중동 전쟁이 국내 석유화학업계 실적을 되살렸다. 수년째 적자 늪에 빠져 있던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의 핵심 사업 부문이 올해 1분기 나란히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업황 회복의 신호탄보다는 '전쟁발(發) 래깅 효과'에 따른 깜짝 반등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오히려 하반기부터는 고가 원재료 부담이 본격화되는 역래깅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올해 1분기 석유화학 사업 부문에서 의미 있는 흑자 전환과 수익성 개선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 기초화학(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LC Titan·LC USA) 사업부는 매출 3조4490억원, 영업이익 45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3분기 내내 1000억원 후반~2000억원대 적자를 이어가다 4분기에는 적자 규모가 3957억원까지 확대됐지만, 이번 분기 단숨에 흑자 전환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 역시 매출 4조4720억원, 영업이익 165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1분기 560억원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 매출 1조3401억원, 영업이익 341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동반 실적 개선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 수년간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중동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이 겹치며 만성 적자 구조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부터 정부가 직접 석유화학 사업재편 논의에 나설 정도로 업황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갑작스러운 실적 반등은 기업들의 체질 개선 노력보다도 유가 급등에 따른 '래깅 효과'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래깅 효과란 원재료를 매입한 시점과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시점 사이의 시간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익 변동을 의미한다. 통상 석유화학업계는 공장 가동을 위해 한두 달치 나프타 재고를 미리 확보해둔다. 이번 1분기에는 중동 전쟁 이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확보한 나프타로 제품을 생산한 뒤, 이후 급등한 나프타 시세를 반영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면서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이다.
실제 월평균 나프타 가격은 1월 톤(t)당 557달러에서 3월 1019달러까지 급등했다. 원재료 투입 단가는 낮은 수준에 머문 반면 제품 판매 가격은 빠르게 상승하면서 기초유분 스프레드가 단기간 크게 확대됐고, 손익분기점(BEP) 아래를 맴돌던 수익 구조도 모처럼 회복세를 나타냈다. 여기에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지역 주요 설비의 60~70%가 셧다운되며 글로벌 공급 차질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제품 가격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면서 긍정적 래깅 효과도 한층 극대화됐다는 분석이다.
손익분기점 아래를 맴돌던 스프레드가 단숨에 수익 구간으로 진입하자 국내 기업들은 발 빠르게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롯데케미칼은 대산 공장 가동률을 기존 70% 수준에서 80%대로 높였고, 여천NCC는 60%에서 65% 수준으로 상향했다. 대한유화 울산 NCC 역시 62%에서 72% 수준까지 가동률을 끌어올렸다. LG화학도 가동률 75% 회복을 목표로 공정 정상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업계 내부에서는 1분기의 호실적을 두고 불안한 잔치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현재의 흑자가 업황 자체의 구조적 개선이라기보다는 유가 급등에 따른 재고 이익 성격이 강하다는 판단에서다.
긍정적 래깅 효과가 있었던 만큼 하반기부터는 반대로 부정적 래깅(역래깅) 효과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3월 이후 비싸게 사들인 톤당 1000달러 이상의 고가 나프타가 생산 공정에 본격 투입되기 시작하면서다. 결국 원재료 부담이 마진을 빠르게 갉아먹으며 수익성이 다시 악화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이 예상보다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유가 변동성도 다시 커지고 있다. UAE(아랍에미리트)의 OPEC(석유수출국기구) 탈퇴 등 유가 하락 요인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고점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하반기에는 원가 부담이 한층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중국과 중동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 기조 역시 여전히 진행형이다. 원가 부담까지 높아질 경우 국내 기업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PwC는 "중국·중동의 동시 증설로 아시아 역내 공급과잉이 심화되면서 에틸렌-나프타 스프레드는 2022년 이후 대부분 기간 손익분기점을 밑돌았다"며 "최근 스프레드 개선 역시 에틸렌 가격 상승보다는 유가 변동에 따른 나프타 가격 효과 영향이 큰 만큼, 글로벌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구조적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반등에 안주하기보다 공급 과잉 장기화와 원가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구조개편 작업을 더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실적 개선은 업황 자체가 살아났다기보다는 유가 급등에 따른 시차 효과 영향이 컸다"며 "하반기부터는 오히려 고가 원재료 부담이 본격 반영될 가능성이 큰 만큼, NCC 감산과 사업 재편, 스페셜티 중심 구조 개편 작업이 더 빨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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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kohjihy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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