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법원, 삼성전자 가처분 일부 인용···위반시 하루 1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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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삼성전자 가처분 일부 인용···위반시 하루 1억원

등록 2026.05.18 12:41

고지혜

  기자

법원, 쟁의행위 중 안전보호시설·보안작업 유지 판시노조 파업 가능하나 주요 설비 운영은 평상시대로파업 범위 제한···3일 남은 총파업 현장 혼란 가능성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4월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4월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을 앞두고 법원이 사측이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법원은 반도체 생산시설의 특수성을 고려해 안전보호시설과 웨이퍼 변질 방지 등 핵심 작업은 쟁의행위 기간에도 평상시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삼성전자가 요구한 시설 점거 금지와 조합원 대상 참가 호소 금지 등 일부 신청에 대해서는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보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파업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반도체 핵심시설 운영에 차질을 줄 수 있는 쟁의행위에는 일정한 제동이 걸린 것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민사31부는 이날 오전 삼성전자가 삼성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등을 상대로 낸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총파업 과정에서 반도체 생산시설과 핵심 공정이 중단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지난달 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다.

재판부는 우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안전보호시설의 정상적 유지·운영' 의무가 쟁의행위 기간에도 적용된다고 봤다. 특히 삼성전자가 안전보호시설로 주장한 방재시설, 배기·배수시설 등은 각 시설의 특성과 구조를 고려할 때 안전보호시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노조 측은 쟁의행위 중에도 해당 시설을 쟁의행위 전 평상시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운영해야 한다. 법원은 "채무자들은 작업들에 관해 쟁의행위 중에도 쟁의행위 전 평상시 평일 또는 주말·휴일과 동일한 정도의 인력, 가동시간, 가동규모, 주의의무가 투입된 채 수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방해하거나 조합원들에게 방해 행위를 지시하는 것도 금지했다.

원료·제품 부패와 변질 방지를 위한 작업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작업시설 손상 방지 작업과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 등은 쟁의행위 기간에도 정상적으로 수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공정은 24시간 연속 가동을 전제로 설계돼 있어 일부 설비나 작업이 멈출 경우 웨이퍼 폐기, 설비 손상,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이 같은 의무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위반행위 1일당 각 노조에 1억원씩,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과 우하경 수석부위원장(위원장 직무대행)에게는 각각 1000만원씩 삼성전자 측에 지급하도록 했다.

시설 점거 금지와 관련해서는 판단이 엇갈렸다. 법원은 삼성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와 최승호 위원장에 대해서는 일부 점거 금지를 명령했다. 구체적으로 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거나 잠금장치를 설치해 근로자의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초기업노조에는 1억원, 최 지부장에게는 10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반면 전국삼성전자노조와 우하경 위원장 대행에게는 점거 금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우 위원장 대행의 태도나 그동안의 경위 등에 비춰볼 때 해당 신청을 인정할 필요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추가로 요구한 조합원 협박 금지, 참가 호소 금지 등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안전보호시설 유지와 보안작업 정상 수행 명령만으로도 상당 부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임직원에 대한 방해 금지 신청 역시 대상이 소속 조합원들인 점 등을 감안해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번 결정으로 오는 21일부터 예고된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의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원이 파업 자체를 막은 것은 아니지만, 생산 차질을 유발할 수 있는 방식의 쟁의행위는 제한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가 검토 중인 긴급조정권 카드의 필요성도 현저히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긴급조정권은 쟁의행위가 국민경제에 현저한 위해를 줄 우려가 있을 때 발동된다. 이번 파업이 경제적 위기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 내외에서는 긴급조정권을 즉각 발동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이번 가처분 신청이 일부 받아들여지면서 법적 안전판이 어느 정도 마련됐다는 평가다.

다만 법원이 사측 신청을 전면 인용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노조의 쟁의권 자체는 유지된다. 즉, 안전보호시설과 보안작업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는 파업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노조 측이 향후 현장에서 인력과 설비 가동을 '평상시 수준'을 어느 정도로 책정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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