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월 SOXS 순매수 1위···두 달간 3조원 넘게 몰려AI 랠리 속 "너무 올랐다" 경계심리에 인버스 쏠림"위험 분산 효과 약화···당국 경고 체계 강화 필요"
인공지능(AI)·반도체 업황이 슈퍼사이클을 이어가는 가운데 해외주식 개인투자자(서학개미)들이 '반도체 급락'에 거액을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반도체 인버스 3배 ETF(SOXS)를 수조원 가까이 사들이고 있지만 업황 자체는 여전히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위험한 역방향 투자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향을 잘못 잡을 경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초고위험 상품인 만큼 공포 심리에 휩쓸린 투기성 거래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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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반도체 업황이 호황임에도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반도체 인버스 3배 ETF(SOXS)에 대규모로 투자 중
SOXS는 반도체 지수 하락에 3배 수익을 추구하는 초고위험 상품
업황 호조와는 반대로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행태에 우려가 제기됨
3월 SOXS 순매수 13억7296만856달러로 해외주식 순매수 1위 기록
4월에도 3억9864만3581달러로 1위 유지
5월 15일 기준 8382만7689달러 순유입
SOXS는 최근 3개월간 거래량 6위 종목
글로벌 반도체 업황은 AI 투자와 데이터센터 증설로 호황 지속
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주 주가 급등, 실적 전망 상향
국내 투자자들은 단기 과열과 급락 가능성에 대비해 인버스 ETF에 베팅
SOXS와 같은 인버스 3배 ETF는 손실이 빠르게 커질 수 있어 장기 투자에 부적합
시장 변동성 확대 시 수익률 왜곡 및 손실 위험 커짐
과도한 투기성 거래로 전체 포트폴리오 위험이 확대될 수 있음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레버리지·인버스 ETF 비중이 확대되고 있으며, 투기적 거래 시 손실 위험이 상당하다"
"상품 구조와 판매 관행 점검, 투자자 보호 위한 정보 제공과 경고 체계 강화 필요"
1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3월 미국 반도체 인버스 3배 ETF(SOXS)를 13억7296만856달러 어치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 순매수 1위 규모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최근 3개월간 서학개미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사고판 종목 6위에도 이름을 올린 이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X(DIREXION SHARES ETF TRUST DAILY SEMICONDUCTOR BEAR 3X SHS (R)다. 올 1월 순매수 규모가 1억795만5337달러로 16위 수준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두 달 만에 매수세가 폭증했다. 2월에는 순매수 상위 50위권 밖으로 밀려났지만 3월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4월에도 SOXS 순매수 규모는 3억9864만3581달러를 기록하며 다시 해외주식 순매수 1위에 올랐다. 5월 들어서도 지난 15일 기준 8382만7689달러가 순유입됐다. 3월과 비교하면 규모는 감소했지만 여전히 국내 투자자들의 하락 베팅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SOXS는 미국 반도체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역으로 3배 추종하는 초고위험 인버스 ETF다. 엔비디아와 AMD, 브로드컴, TSMC 등 주요 반도체주가 하루 1% 하락하면 SOXS는 이론상 3% 오른다. 반대로 반도체주가 상승하면 손실 폭 역시 3배 수준으로 커지는 상품이다.
문제는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여전히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메모리 가격이 지속 상승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전망치가 꾸준히 상향 조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아마존, 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 AI 인프라 투자 규모를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리고 있다. AI 모델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고성능 GPU와 HBM 수요가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서학개미들의 투심이 SOXS에 몰리는 건 단기 과열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반도체주들의 주가가 실적 개선 속도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AI·반도체주의 상승률은 시장 평균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7일 장중 86.62달러까지 떨어졌던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 14일 235.74달러(종가 기준)까지 치솟았다. 단기 과열에 따른 급락 가능성에 대비해 인버스 ETF를 활용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배경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투자 성향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와 엔비디아, SOXL 등 고변동성 레버리지 상품 투자 비중을 크게 늘려왔다. 상승장에서는 레버리지 ETF로 공격적으로 수익을 노리고 조정 가능성이 커질 경우 인버스 ETF로 이동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SOXS 순매수가 폭증했던 지난 3월은 미국 증시 변동성이 극도로 확대됐던 시기다. 미국 금리 불확실성과 중동 지정학 리스크, 대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 우려 등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나스닥의 변동성이 커졌던 시점이다. 여기에다 AI 랠리 피로감까지 겹치며 단기 조정 가능성을 우려한 자금이 SOXS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SOXS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SOXS와 같은 인버스 3배 ETF는 손실이 매우 빠르게 커질 수 있어 장기 투자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수록 수익률의 왜곡 현상도 심해진다.
AI·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황 둔화 신호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버스 ETF에 과도하게 베팅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미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0년 이후 레버리지·인버스 ETF 등 고위험 파생형 상품의 비중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라며 "ETF 투자가 투기적 거래 목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단기 변동성에 과도하게 노출된다는 점에서 손실 위험도 상당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해외투자자 집단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는 점에서도 유의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상품은 일별 수익률을 기준으로 누적 성과가 산출돼 기초자산의 단순 배율과 괴리된 성과가 나타나며 손실이 비대칭적으로 확대될 수 있고 환율 변동이 결합될 경우 손익 변동성은 추가로 증폭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해외투자를 통한 위험 분산 효과를 약화시키거나 오히려 전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과 하방 위험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강 선임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끝으로 강 선임연구위원은 "고위험 해외금융상품에 과도하게 집중 투자하는 것은 단기간의 규범 제시나 규제 강화만으로 개선하기 어렵다"며 "상품 구조, 공시 내용, 판매 관행을 정교하게 점검하고,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상품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정보 제공과 경고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제언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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