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잠정합의가 '이익 배분 공식화' 선례로 부상현대차·HD현대중공업도 순익·영업익 30% 요구투자 여력 축소·협력사 인력 이탈 등 후폭풍 우려
'영업이익 N% 성과급' 시대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가 사업 성과를 성과급 재원에 연동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미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등 여타 주력 제조업에서도 순이익·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일회성 격려금 차원을 넘어 '이익 배분 공식'의 제도화가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경우, 기업의 비용 구조 경직성이 심화되고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최근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하고 조합원 찬반투표 절차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노조는 협상 과정에서 영업이익의 15%를 상한 없이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이를 제도화할 것을 요구해왔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43조6000억원을 단순 적용하면 성과급 재원은 약 6조5400억원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집행한 연구개발비 37조7000억원의 17.3%, 설비투자 52조7000억원의 12.4%에 해당한다.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 가능성까지 거론된 끝에 잠정합의에 도달했지만, 산업계에서는 이번 협상이 '영업익 N% 성과급' 논의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사업 성과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명문화하는 선례를 남길 경우, 다른 대기업 임단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등 주요 제조업 사업장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대차의 지난해 순이익 10조3600억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요구액은 3조원을 넘어선다. 현대차가 올해 연간 투자 계획으로 제시한 17조8000억원의 약 17% 수준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도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영업이익의 30% 성과 공유를 포함했다. 올해 회사 영업이익이 3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요구액은 1조원을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HD현대중공업의 올해 1분기 순이익 7738억원보다 큰 규모다.
문제는 이 같은 요구가 일회성 보상을 넘어 성과급 공식의 제도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HD현대중공업 사례를 단순 합산하면 영업이익·순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 규모는 10조원 안팎에 이른다. 기업 입장에서는 실적에 따라 조정되던 변동 보상이 사실상 준고정비 성격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업황이 좋을 때는 감당 가능하더라도, 경기 하락기에는 수익성 악화와 현금 흐름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등 국내 주력 산업은 대규모 선행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반도체는 HBM과 첨단 공정 전환, 자동차는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 조선은 친환경 선박과 특수선 경쟁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이익의 일정 비율이 성과급으로 우선 배분되면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투입할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
협력사 인력 이탈 압박도 커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대기업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나누는 구조를 만들면 같은 공급망에 있는 협력사 직원들도 보상 격차를 체감하게 된다.
다만 협력사와 중소기업은 대기업만큼의 현금 창출력과 수익성을 갖추기 어렵다. 국가데이터처의 지난해 임금근로 일자리 소득 결과에서도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613만원, 중소기업은 307만원으로 2배 차이를 보였다. 여기에 성과급 격차까지 벌어지면 대기업 중심의 인력 쏠림이 심화되고, 장기적으로 협력사의 생산성과 기술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글로벌 경쟁 환경을 감안하면 비용 부담 확대는 가격·기술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주력 산업은 중국의 추격과 미국, 대만, 일본 기업과의 기술 경쟁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조선업은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인건비 상승이 가격 경쟁력을 더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성과 공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영업이익·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하는 방식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을 이익의 일정 비율로 공식화하면 기업은 경기 하강기에도 비용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 어려워진다"며 "이는 단순한 노사 협상 문제가 아니라 투자 축소, 공급망 약화, 인건비 경직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산업 경쟁력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lsy2665@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