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호르무즈 열리나···정유업계, '포스트 종전' 셈법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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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열리나···정유업계, '포스트 종전' 셈법 고심

등록 2026.05.26 17:48

김제영

  기자

미국-이란 협상 막바지···국제 유가 하락세공급 차질보다 '유가 안정·수송 정상화' 초점단기 손실·실제 공급망 정상화에 시차 불가피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시선도 '전쟁 대응'에서 '전후 시장 재편'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동안 중동 리스크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과 유가 급등 가능성에 대비해왔다면, 이제는 유가 안정과 해상 물류 정상화 이후 시장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정부 역시 유류세와 가격 통제 정책의 정상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포스트 종전' 국면 대비에 들어갔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간 휴전 및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현지 시간 25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장보다 7.15% 내린 배럴당 96.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시각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장중 5% 넘게 하락하며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정점을 지났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미국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이 추진 중인 양해각서(MOU)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방안이 합의안에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정유업계는 단순 유가 하락이 아닌 공급망 정상화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중동 사태 이후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이 등장하는 등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앞서 국적 선사 HMM 소속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유니버셜 위너호'는 지난 20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울산항으로 향했다. 이는 약 3개월간 이어진 봉쇄 이후 국내 유조선이 처음 해협을 빠져나온 사례로, 다음 달 초 국내에 도착해 정제 공정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 선박에는 SK이노베이션 계약 물량인 원유 약 200만배럴이 실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국내 정유업계는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항 등 우회 항로로 원유를 들여오며 운송 거리 증가와 물류비용 부담을 감내해왔다. 홍해 우회 항로를 이용한 국적 선박은 최근 다섯 번째 사례까지 나왔다.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다소 완화되면서 해상 운임과 보험료 부담도 점진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정책 기조도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6차 석유 최고가격제 동결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안정화되고 국제 유가의 예측 가능성이 확보될 경우 제도 종료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국제 평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하로 내려가야 최고가격제 종료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기준을 처음 제시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공동행동에 따른 정부의 비축유 방출 이행 방식 역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당초 정부는 비축유 직접 방출을 검토했지만, 최근에는 민간 정유사의 재고 의무량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재 국내 정유사들은 비축유 스와프(SWAP·맞교환) 제도를 활용해 대체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더라도 국내 정유업계의 손익 방정식은 여전히 복잡한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는 국제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로 인해 실적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고유가 시기에 비싸게 사들인 원유의 가치가 제품을 만들어 파는 시점에는 떨어지기 때문에 시차에 따른 단기 손실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종전 최종 합의와 후속 핵 협상, 호르무즈 해협 병목현상과 안전 보장 문제 등이 남아 있어, 실제 원유 공급망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통항 정상화 이후에도 국제 유가와 원유 수급 안정까지 시차가 존재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공급망 불확실성 해소와 비용 절감 효과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단기 손실을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 정유업계 원유 도입량의 70% 가까이 차지하는 중동산 원유 공급이 정상화되면 이번 사태에 따른 손실 구조가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논의가 구체화하면서 수급 불안 심리는 이전보다 진정된 상황"이라면서도 "실제 원유 공급 안정과 국제유가 변동성 완화가 확인돼야 부담 완화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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