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삼성역 공사 현장에서 기둥 철근 2570개가 누락된 사실이 확인됐다. 국가 핵심 철도망 공사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공 오류다. 이번 철근 누락을 통해 확인 된 것이 있다. 여전히 건설 현장을 뒤덮고 있는 안전불감증, 그리고 사실상 무너진 보고 체계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지금까지도 "보고했다", "별도 보고는 없었다"며 책임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는 국가철도공단에 관련 내용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국토부는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월간 보고서 일부 업무일지에 제한적으로 언급됐을 뿐, 중대한 시공 오류에 대한 별도 보고나 긴급 공유는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누구 말이 맞느냐에 있지 않다. 국가 기간 인프라에서 구조 결함이 발견됐는데도 관계기관들이 수개월 동안 서로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더 심각한 문제다.
정상적인 보고 체계였다면 감독기관은 왜 사안의 심각성을 제때 파악하지 못했나. 반대로 보고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면 현재 건설 안전관리 시스템은 사실상 붕괴한 것이나 다름없다. 어느 쪽이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더 황당한 건 그 사이 현장 점검과 회의가 17차례나 열렸다는 점이다. 천장 균열과 누수 문제는 논의됐지만, 정작 지하 5층 기둥 철근 누락 문제는 핵심 현안으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수십만명이 이용할 국가 철도망의 구조 결함이 회의 테이블에서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셈이다.
이번 사태는 특정 기관 하나의 문제로 축소하기 어렵다. 시공사는 도면 해석 오류를 이유로 철근 누락 시공을 인정했다. 감리업체는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발주기관과 감독기관 역시 문제를 적시에 공유하지 못했다. 시공·감리·발주·감독 전 과정이 동시에 흔들린 구조적 실패에 가깝다.
그런데도 논의의 초점은 여전히 "보고했느냐"는 책임 공방에 머물러 있다. 문서 어딘가에 기록만 남겨두면 책임을 피할 수 있다는 식의 대응으로는 같은 사고를 막기 어렵다.
이쯤 되면 현재의 보고 체계는 안전관리 시스템이 아니라 '면피 시스템'에 가깝다. 문제를 즉시 공유하고 대응하기보다, 사후에 "업무일지에 적어놨다"고 설명할 근거만 남기는 구조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보고 체계 자체를 바꿔야 한다. 중대한 구조 결함은 일반 업무보고와 분리해 즉시 공유되는 긴급 현안으로 관리해야 한다. 발주기관과 감독기관, 감리단이 위험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보고의 목적은 책임 회피가 아니라 위험 전달이다. 지금처럼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라면 다음 사고 역시 막기 어렵다.
뉴스웨이 이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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