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 매도 대금 조기 회수 강조외환 인프라 한계로 글로벌 투자자 부담 전망ETF·대차거래 등 후선 업무 재설계 필요성

국내 주식시장의 결제주기 단축(T+1) 도입을 두고 시장 참여자 간 이견이 표출됐다. 개인 투자자 측은 매도 대금의 조기 회수를 통한 자금 운용 편익을 강조했지만 증권업계와 외국인 투자자 측은 외환(FX) 인프라 한계와 시스템 과부하에 따른 결제 불이행 가능성을 경고하며 전면적인 전산 자동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26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권시장 결제주기 단축 토론회'에서 T+1 전환의 경제적 효익과 선결 과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결제주기가 하루 단축될 경우 기대되는 개인 투자자의 유동성 개선 효과와 글로벌 투자자의 국내 시장 접근성 유지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개인 투자자 측은 현행 T+2 구조에 따른 사회적 기회비용에 주목했다. 이정윤 세무사는 "영업일 기준 이틀의 시차는 주말 및 연휴가 겹칠 경우 실제 달력 기준으로 평균 1.2~1.5일 이상의 자금 묶임을 초래한다"며 "1500만명에 달하는 개인 투자자의 매도 대금 조기 수령은 시장 전체의 자금 회전율을 극대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관 투자자 측은 원화 접근성의 한계와 결제 구조의 차이를 근거로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린든 차오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 이사는 "미국과 유럽은 브로커 중심의 옴니버스(통합) 계좌 구조를 통해 2~7%의 결제 지연을 용인하지만 한국은 투자자 ID 단위의 정확한 결제와 0%의 지연율을 요구하는 특수한 시장"이라며 "역외 자유 거래가 제한된 원화의 특성상 결제주기 압축은 글로벌 투자자의 사전 자금 조달 부담과 운영 리스크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미강 SC은행 이사도 "비거주 외국인의 환전 수요가 특정 시점에 집중될 경우 원화 환율 변동성 확대 및 결제 비용 증가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부연했다.
증권업계 실무진은 후선 업무 시간 단축에 따른 시스템 과부하에 대해 지적했다. 야간 업무 제약을 고려할 때 T+1 체제에서는 실질적인 결제 처리 시간이 기존 대비 약 80%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조은아 SK증권 본부장은 "상장지수펀드(ETF) 설정·환매와 대차거래 상환 마진콜 시스템의 대응 시간이 줄어들어 결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단순한 기한 단축을 넘어 증거금 산출, 반대매매, 수탁은행 연계 등 대고객 시스템 전반의 전면적인 재설계와 자동화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과 인프라 기관은 글로벌 정합성 확보를 위해 T+1 전환을 추진하되 사전 인프라 정비를 통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제도 전환의 방향성은 명확하지만 국내 시장의 특수성과 시스템 안정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유관기관 및 시장 참여자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도입 시기와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김호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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