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하락 양방향에 투자 자금 몰려단기 베팅 수요, 전체 거래대금 99% 차지지정학적 리스크로 고수익 상품 선호 현상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재고조되며 국제유가가 반등하자 국내 원유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에서 단기 방향성 상품에 거래가 집중되고 있다. 특히 유가 등락의 2배수를 추종하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2X 상품에 거래대금이 쏠리는 모습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제유가 반등이 본격화된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최근 1~2주 사이 국내 상장 WTI 원유 ETN 16개 종목의 총 거래대금은 766억481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상품 거래대금이 417억70만원(54.41%), 유가 하락을 예상하는 인버스 2X 상품이 345억3848만원(45.06%)을 기록했다. 두 고위험 상품군에 전체 자금의 99.47%가 몰린 반면 일반형 상품 거래대금은 4억901만원(0.53%)에 불과했다.
종목별 쏠림 현상도 뚜렷하다. 같은 기간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거래대금은 223억4499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 블룸버그 인버스2X WTI원유선물 ETN B'가 222억5126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두 종목의 합산 거래대금(445억9625만원)만 전체 WTI 원유 ETN 거래대금의 58.18%를 차지했다.
지난 21일 하루 수치를 살펴보면 레버리지 상품 쏠림 성향은 더 명확했다. 21일 하루 WTI 원유 ETN 16개 종목의 총 거래대금 75억7891만원 중 레버리지 상품이 51억5501만원(68.02%), 인버스 2X 상품이 23억8961만원(31.53%)을 차지해 전체 거래의 99.55%가 집중됐다. 반면 일반형 상품의 거래대금은 3429만원(0.45%)에 그쳤다. 이날 삼성 레버리지(31억8941만원)와 삼성 인버스 2X(15억3618만원)의 합산 거래대금 역시 전체의 62.35%에 달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으로 단기간에 차익을 노리는 고위험·고수익(하이리스크·하이리턴) 선호 자금이 집중 유입된 것"이라며 "특히 원유 등 원자재 관련 레버리지 및 인버스 상품은 방향성 베팅 수요에 따라 ETN 시장에 쏠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 매매 집중 현상은 최근 국제유가의 급격한 반등과 변동성이 확대된 결과로 분석된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15일 배럴당 79.34달러에서 21일 84.34달러로 6.30% 상승하며 5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 지속 및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해상 봉쇄 위협으로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유가 등락에 따라 원유 ETN의 일별 가격 변동 폭도 크게 나타났다.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은 14일(13.74%)과 20일(11.86%) 급등했지만 21일에는 5.11% 하락했다. 13일(1976원) 대비 21일 종가(2505원)는 26.77% 상승한 상태다.
반대로 삼성 블룸버그 인버스2X WTI원유선물 ETN B는 14일(-15.60%)과 20일(-12.08%) 급락 후 21일 5.13% 상승했다. 지난 13일(4360원) 대비 21일(3175원) 기준 가격은 27.18% 빠졌다.
업계에서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ETN이 일간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는 만큼 장기 보유 시 수익률 훼손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수익률 재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의 복리 효과' 탓에 유가 방향성을 맞추더라도 실제 수익률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원유 ETN은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므로 단기 트레이딩 성격이 강한 상품"이라며 "월물 교체에 따른 롤오버 비용과 선·현물 가격 차이에 의한 콘탱고(선물 고평가) 현상, 환율 변동 등이 가격에 복합적으로 반영돼 국제유가의 단순 등락률과 실제 상품 수익률 간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호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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