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日 법인 가동···'소스 경쟁력' 시험대라면 중심 아닌 종합 식품 포트폴리오로 승부
오뚜기가 일본 현지 판매법인을 설립하고 소스와 참기름, 간편식 등 제품군 확대에 나선다. 신라면과 불닭볶음면을 앞세운 농심과 삼양식품이 일본 K라면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후발주자인 오뚜기가 라면보다 'K소스'를 앞세운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지난달 일본 도쿄에 판매법인 설립을 완료했다. 뉴질랜드와 미국, 베트남에 이어 네 번째 해외 거점이며 국내 주요 라면업체 가운데 마지막으로 일본 판매법인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오는 9월부터 본격적인 영업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일본은 K푸드 기업들이 반드시 공략해야 할 전략 시장으로 꼽힌다. 중국과 미국, 네덜란드에 이어 한국 라면 수출 규모 4위 시장이며 한국 라면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데다 글로벌 식품 트렌드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기 때문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한국 라면의 일본 수출액은 2023년 5797만달러(한화 약 880억원)에서 지난해 7731만달러(한화 약 948억원)로 증가했다. 2년간 1934만달러(한화 약 293억원), 33.36% 성장한 것이다.
다만 일본 시장은 기회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일본 라면 시장 규모는 연간 약 7조원으로 미소, 소유, 시오, 돈코츠 등 전통적인 현지 라면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 라면은 매운맛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존재감을 키워왔지만 일본 내 매운 라면 비중은 약 6%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일본 내 K라면 시장은 이미 농심과 삼양식품이 주도하고 있다. 농심은 신라면을 중심으로 일본 소비자 인지도를 꾸준히 확대해왔다. 최근에는 신라면 툼바와 캐릭터 협업, 팝업스토어, 한정판 제품 등을 통해 젊은 소비층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일본 편의점과 대형마트 입점 확대에도 속도를 내며 현지 유통망 강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삼양식품 역시 불닭볶음면을 중심으로 일본 내 매운 라면 수요 확대를 이끌고 있다. 불닭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 마케팅과 글로벌 SNS 확산 효과를 바탕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며 K라면 열풍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사의 공통점은 제품을 넘어 캐릭터와 콘텐츠 IP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심은 신라면에 이어 너구리를 차세대 주력 브랜드로 육성하며 캐릭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고, 삼양식품 역시 불닭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캐릭터와 콘텐츠 소비가 활발한 일본 시장 특성상 브랜드 경험을 확대하는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오뚜기는 일본 시장에서 후발주자다. 진라면이라는 대표 제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일본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각인된 캐릭터 IP나 콘텐츠 마케팅 사례는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시장에서 브랜드 존재감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할 수 있을지가 과제로 꼽히는 이유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오뚜기의 일본 전략을 단순히 라면 경쟁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오뚜기는 일본 법인을 통해 라면뿐 아니라 소스와 참기름, 간편식 등 다양한 제품군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이미 경쟁이 치열한 일본 라면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벌이기보다 자사가 강점을 가진 종합 식품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오뚜기 관계자는 "라면이 주력 상품이긴 하지만 전체 매출에서 라면 비중은 약 35% 수준"이라며 "소스와 간편식 등 다양한 제품군도 함께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법인이 오는 9월부터 본격 운영될 예정인 만큼 아직 구체적인 판매 전략이나 매출 목표, 현지 법인장 인선 등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뚜기는 국내 식품업계에서도 카레와 참기름, 각종 소스, 조미료, 간편식 등 폭넓은 제품군을 보유한 기업으로 꼽힌다. 라면 중심 기업 이미지가 강한 경쟁사들과 달리 다양한 식품 카테고리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차별화 요소다.
특히 일본에서는 최근 한류 콘텐츠 확산과 함께 한국식 식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식 치킨과 떡볶이, 비빔밥, 불고기 등을 직접 조리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고추장 기반 소스와 떡볶이 소스, 참기름 등 한국식 조미료 시장도 확대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신라면과 불닭이 일본에서 K라면 시장을 개척했다면 오뚜기는 K푸드 전반으로 소비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노릴 수 있다"며 "소스와 조미료는 활용 범위가 넓고 반복 구매가 가능해 브랜드 충성도 확보 측면에서도 유리한 품목"이라고 말했다.
일본 법인 설립은 오뚜기의 해외 사업 확대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오뚜기 해외 매출은 2024년 1분기 848억원에서 지난해 1002억원, 올해 1099억원으로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같은 기간 9.6%에서 10.9%, 11.5%로 확대됐다.
다만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해외 사업 존재감은 아직 제한적이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은 80%를 웃돌았고 농심은 40% 수준까지 확대됐다. 해외 사업 규모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내수 중심 구조가 강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일본 법인 설립의 성패는 진라면 판매량 증가 여부에만 달려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미 신라면과 불닭이 자리 잡은 시장에서 오뚜기가 소스와 조미료, 간편식을 앞세워 '종합 K푸드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일본 시장이 오뚜기의 글로벌 사업 확대 전략을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웨이 김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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