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노란봉투법, 제조업 넘어 IT로···네이버·카카오 '실질적 사용자' 해석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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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제조업 넘어 IT로···네이버·카카오 '실질적 사용자' 해석 주목

등록 2026.07.24 07:09

유선희

  기자

IT 노조 "모회사가 근로조건 결정" 교섭 요구원·하청 넘어 계열사까지 번진 사용자 책임론정부 보완 논의···'실질적 사용자'도 손질할까

지난 3월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실질적 사용자'를 둘러싼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제조업의 원·하청 관계에서 주로 논의되던 사용자 책임 범위가 플랫폼 기업의 본사와 계열사 관계로까지 확대되면서 노사 갈등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픽=이찬희 기자(제미나이 활용)그래픽=이찬희 기자(제미나이 활용)

개정 노동조합법은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사용자에게도 단체교섭 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률상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교섭 대상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IT 업계에서는 이 조항을 근거로 모회사와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다만 법이 규정하는 사용자 책임의 범위가 모호해 이를 두고 노사 갈등이 확산하는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네이버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는 계열사별로 진행되던 임금·단체협약과 복지, 근무제도 등을 하나의 교섭 테이블에서 논의하는 통합교섭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는 네이버가 계열사의 인사와 보상 체계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교섭 책임 역시 함께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요구는 지난해 8월 자회사 6곳 법인(그린웹서비스·스튜디오리코·엔아이티서비스·엔테크서비스·인컴즈·컴파트너스) 노조가 네이버 본사를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하면서 본격화했다. 이들 법인은 네이버가 100% 혹은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 및 손자회사인데, 당시 노조는 집회를 열고 네이버가 지분뿐만 아니라 인사·업무 지배를 통해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사용자라고 강조했다.

올 들어 카카오에서도 '실질적 사용자'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3월 카카오 노조는 자회사 디케이테크인의 고용 불안을 이유로 모회사인 카카오가 책임 있는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포털 다음 운영사 AXZ를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노조는 고용승계와 처우 보장을 요구하며 카카오 책임론을 이어갔다.

최근에는 카카오게임즈 매각 이후 손자회사 엑스엘게임즈가 고용승계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희망퇴직과 구조조정이 추진되자 노조는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가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을 주도해 온 만큼 고용 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계열사별 현안은 다르지만, 실질적인 경영 판단을 내린 카카오가 교섭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는 논리는 동일하다.

네이버와 카카오뿐만 아니라 IT 노조 전반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앞서 민주노총 산하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는 "모회사가 전략과 예산을 결정하고 계열사는 고용만 담당하는 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결정권이 없는 자회사와 교섭할 수밖에 없다"며 모회사와 지배기구의 교섭 책임을 명확하게 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달 10일 열린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의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에 참석한 한 카카오 지회 노조원이 '고용안전 쟁취, 무책임한 경영진 퇴진'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지난달 10일 열린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의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에 참석한 한 카카오 지회 노조원이 '고용안전 쟁취, 무책임한 경영진 퇴진'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이러한 움직임은 제조업에서 논의되던 원청·하청 관계와는 다른 양상이다. 제조업에서는 작업 지시와 업무 통제 여부가 핵심이었다면 IT 업계에서는 계열사 체제 아래 이뤄지는 인사와 조직 개편·사업 종료·투자 결정 등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이 실질적 사용자 판단의 기준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사업 분사와 인수합병(M&A), 사내독립기업(CIC) 운영 등을 통해 계열사 중심의 조직 구조를 갖춘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AI 투자 확대 과정에서 조직 재편과 사업 통합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의 사업 방향이나 인력 운영에 모회사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실질적 사용자 논란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도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제도 보완 필요성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반도체 투자 반대 움직임 등을 언급하며 "노동쟁의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게 확장되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 정부에 명확한 기준 마련을 주문했다. 기업의 투자나 사업 재편 등 경영상 판단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제도 보완 과정에서 '실질적 사용자' 인정 범위까지 함께 손질 대상에 포함될지 주목하고 있다.

기업들은 사용자 책임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IT 기업 임원은 "계열사 간 협업과 조직 재편이 활발한 IT 산업 특성상 그룹 차원의 경영 판단이 모두 교섭 대상으로 이어질 경우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지는 건 당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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