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개 점포 정리해 매각 부담 낮추기 나서자금난·노사갈등 겹쳐 회생 불확실성 커져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을 한 달 앞두고 대규모 점포 폐점과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정리해 몸집을 줄이고 인가 전 인수합병(M&A) 성사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지만 자금난과 노사 갈등, 매각 불확실성이 여전해 회생 전망은 안갯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이날 노동조합에 공문을 보내 휴점 중이던 37개 점포의 영구 폐점을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지난달 10일부터 전체 104개 대형마트 가운데 실적이 부진한 37개 점포의 영업을 잠정 중단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폐점을 확정한 것이다. 폐점 대상에는 서울 중계점과 신내점, 면목점, 잠실점 등 주요 점포도 포함됐다.
홈플러스는 폐점 점포 근무자 가운데 책임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실시하기로 했다. 사실상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한 셈이다.
이번 조치는 현재 추진 중인 본체 매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는 노조에 보낸 공문에서 회생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은 자금력과 경영 능력을 갖춘 제3자에게 회사를 매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실 점포를 정리해 원매자의 부담을 낮추고 핵심 점포 중심의 사업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홈플러스는 매각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본사와 대형마트, 온라인몰을 포함한 잔존 사업부문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계 이커머스 기업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이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조 단위 매각가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매각 여건은 녹록지 않다. 한때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이마트와 롯데쇼핑, GS리테일 등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은 인수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 시장이 재편되면서 대형마트 사업의 매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이미 분리 매각한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사업부가 빠지면서 매각 대상 법인의 매력도가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금 사정도 급박하다. 회생계획안에 포함됐던 3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 조달 계획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과의 협상이 지연되면서 현재까지 1000억원 확보에 그친 상태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 들어 회사를 떠난 직원은 약 3000명에 달한다. 일부 직원들은 급여가 지연되거나 일부만 지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납품 대금 지급이 늦어지면서 상품 공급이 중단된 매장도 적지 않다. 빈 매대가 늘어나면서 고객 이탈이 가속화되는 악순환도 이어지고 있다.
채권단과 회사 측의 자산 가치 평가 차이도 회생 작업의 걸림돌이다. 홈플러스는 보유 부동산 가치가 4조8000억원 수준이라고 주장하지만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은 상업용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1조5000억~1조6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추가 자금 지원을 둘러싼 입장 차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메리츠금융은 추가 대출 조건으로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의 개인 연대보증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노사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영업 중단 당시 사측이 약속했던 전환 배치가 결국 폐점과 희망퇴직으로 이어지자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서울 광화문에서 20일 넘게 단식 농성을 이어가며 정부 대책 마련과 대주주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회생 절차의 최대 분수령은 다음 달 3일이다. 서울회생법원이 연장한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이 이날 종료된다. 업계에서는 한 달 안에 추가 자금 조달이나 매각 협상에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회생절차 자체가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점포 폐점과 희망퇴직이라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결국 매각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며 "다만 자금난과 노사 갈등, 채권단과의 이견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회생 작업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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