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양복 벗고 공장으로 간 은행장들···현장경영 속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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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 벗고 공장으로 간 은행장들···현장경영 속도, 왜?

등록 2026.06.06 07:02

김다정

  기자

CEO 직접 검증하는 '생산적 금융'···현장 밀착형 지원체계 구축중소기업·스타트업 현장 직행···현장 간담회서 애로사항 청취부동산 담보·이자 장사 탈피···"유망 산업에 자금 공급 주력"

정상혁 신한은행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2일 인천 중구 소재 ㈜샤프테크닉스케이 정비고를 방문해 ㈜샤프에비에이션케이 백순석 대표(오른쪽 세번째)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신한은행정상혁 신한은행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2일 인천 중구 소재 ㈜샤프테크닉스케이 정비고를 방문해 ㈜샤프에비에이션케이 백순석 대표(오른쪽 세번째)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신한은행

은행권 수장들이 정장 대신 작업복을 입고 산업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미래 성장성이 높은 유망 중소·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을 직접 찾아 전방위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은행장들이 현장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장 최근 현장을 찾은 사람은 정상혁 신한은행 행장이다. 정 행장은 이달 2일 인천 중구에 위치한 항공 정비 전문기업 '샤프테크닉스케이'를 방문해 항공기 지상 조업과 항공 정비(MRO) 현장을 직접 둘러봤다.

이보다 앞선 지난 3월에는 화장품 OEM·ODM 전문기업 서울화장품을 방문해 연구개발(R&D) 및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기업의 애로사항과 성장 전략을 논의한 바 있다.

최근 잇단 행보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중견기업의 생산 라인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기업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질적인 금융 수요를 파악해 맞춤형 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연이어 현장경영에 나선 정 행장은 현장간담회를 열고 해당 산업 회복과 수요 확대에 따른 시설 운영 현황, 전문 인력 확보, 투자 계획 등 기업의 주요 현안을 청취하기도 했다.

정 은행장은 "우수한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맞춤형 금융 지원과 협력을 확대하겠다"며 "기업의 혁신과 성장이 이어질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파트너십을 지속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농업 및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도 은행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은 지난달 말 인공지능(AI) 기반 농업 스타트업인 '에이오팜'을 방문했다. 에이오팜은 NH농협은행의 농식품 펀드 투자기업으로, 강 은행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현장 밀착형 지원체계'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강 은행장은 NH농협은행의 특성을 살려 미래 먹거리인 애그리테크(Agri-tech) 기업의 향후 성장 지원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강 은행장은 "에이오팜의 AI 선별 기술은 농촌 인력난이라는 현장의 과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농산물 품질 경쟁력까지 높이는 혁신 사례"라며 "농협은행은 우수 애그테크 기업들이 농업 현장 곳곳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투자부터 성장까지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지속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시중은행을 넘어 지방은행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까지 수장들의 경영 행보는 빨라지고 있다. 김성주 BNK부산은행장은 지난달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지로 베트남을 택했다.

김 은행장은 현지 지점뿐만 아니라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 현장도 직접 방문하며 글로벌 사업 확대와 현지 금융 지원 가능성을 타진했다. BNK부산은행은 이번 베트남 방문을 시작으로 해외 네트워크 점검과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현장경영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은행장들이 이처럼 현장경영의 속도를 올리는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기조와 메시지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향해 부동산 담보대출이나 이자 장사에 안주하지 말고,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유망 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생산적 금융'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특히 최고경영자(CEO)가 앞장서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과거에도 은행장들과 중소기업간 만남은 있었지만 협약을 위한 상징적인 자리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좀 더 효과적인 금융지원을 위해 현장을 찾는 행보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현장에서 간담회를 통해 실질적인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결국 은행 수장들이 직접 공장과 연구소를 찾는 것은 당국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은행이 먼저 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든든한 비즈니스 파트너를 자처하며 현장 중심의 상생 금융 행보를 보이는 만큼 향후 유망 산업에 대한 자금 공급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며 "앞으로도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이 도약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현장 중심의 상생 금융 행보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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