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패션ODM 한세실업, 휴머노이드 의류 미래 사업화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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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ODM 한세실업, 휴머노이드 의류 미래 사업화 본격화

등록 2026.06.08 17:23

양미정

  기자

휴머노이드와 생활하는 사회의 의복 패러다임 변화산업·돌봄·서비스 등 로봇 용도에 맞춘 기능성 의류기존 제조 관점 벗어나 새로운 미래 표준 창출 목표

한세실업이 디자인한 옷을 착용한 휴머노이드 로봇. 사진=양미정 기자한세실업이 디자인한 옷을 착용한 휴머노이드 로봇. 사진=양미정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이 차세대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패션 제조업의 확장 가능성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의류 산업의 고객이 사람이었다면, 앞으로는 인간과 함께 생활하고 일하는 로봇까지 새로운 수요층으로 편입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패션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한세실업이 휴머노이드 전용 의류를 미래 사업 의제로 꺼내든 것도 이 같은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세실업은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로봇이 활동하는 환경과 기능에 맞춘 새로운 의류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고 밝혔다. 휴머노이드가 교육과 돌봄, 산업, 물류, 서비스 현장으로 확산될 경우 각 역할에 맞는 기능성 의류와 소재 수요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은 "한세실업은 로봇을 만드는 회사는 아니지만 휴머노이드와 로봇이 미래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온다면 그 로봇이 입을 옷은 한세실업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가파른 성장 전망을 미래 의류 시장 가능성에 주목하는 배경으로 꼽았다. 최근 엔비디아와 테슬라, 피규어AI,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개발에 뛰어들면서 휴머노이드는 AI 이후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가 2035년 380억달러(약 59조원)에 이르고 출하량도 140만대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제조업과 물류, 서비스, 돌봄 분야를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보급이 늘어날 경우 관련 부품뿐 아니라 의류와 소재, 액세서리 등 연관 산업 역시 함께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장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만큼 매출 기대치 등은 아직 예측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김 부회장은 "사람이 옷을 입는 이유는 몸을 보호하고 각자의 개성을 나타내며 다양한 환경에서 효율을 높이는 기능 때문"이라며 "휴머노이드가 사람에 가까운 역할을 하게 되면 그들에게도 역시 옷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휴머노이드와 로봇 의류 시장은 아직 누구도 개척하지 않은 미래 산업"이라며 "한세실업이 그 미래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한세실업의 이번 행보가 기존 ODM 경쟁의 틀을 벗어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글로벌 의류 제조 시장은 이미 생산능력과 원가 경쟁력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운 구조에 들어섰다. 주요 ODM 기업들이 친환경 소재, 생산 자동화, 디지털 샘플링 등에 집중하는 가운데 한세실업은 휴머노이드라는 비의류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패션 제조 관점에서 먼저 해석했다. 시장이 열린 뒤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초기 단계부터 소재와 디자인, 패턴의 기준을 제안하는 위치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휴머노이드 의류는 일반 의류보다 기술적 요구가 복합적이다. 사람의 옷처럼 디자인과 착용감만 고려해서는 안 되고, 배터리와 센서, 구동부, 관절 움직임, 발열, 유지보수까지 함께 반영해야 한다.

손지연 한세실업 R&D본부 이사는 "휴머노이드는 사람과 닮았지만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사람에게 체온과 피부가 있다면 휴머노이드에는 배터리와 센서, 관절을 움직이는 구동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머노이드 의류는 사람 옷을 단순히 크게 만들거나 변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열 배출, 센서 보호, 통풍, 움직임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새로운 디자인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한세실업은 휴머노이드 의류를 단순한 패션 아이템이 아닌 기능성 장비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향후 공장과 물류센터, 건설현장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 투입될 경우 작업복이나 보호장비 개념의 의류 수요도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한세실업이 기존에 축적해 온 기능성 의류 기술을 휴머노이드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냉감 소재와 열 분산 기술, 고신축·고내구성 원단, 경량화 설계 등은 사람을 위한 스포츠웨어나 작업복뿐 아니라 장시간 작동하는 로봇에도 적용될 수 있다.

아이들이 선호하는 친근한 디자인의 휴머노이드 로봇용 의류. 사진=양미정 기자아이들이 선호하는 친근한 디자인의 휴머노이드 로봇용 의류. 사진=양미정 기자

한세실업이 공개한 휴머노이드 의류는 이 같은 방향성을 보여준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로봇에는 친근한 외형과 부드러운 소재를, 산업 현장에 투입되는 로봇에는 내구성과 방수 기능, 장비 탈부착 구조를 적용하는 식이다. 돌봄·간병 로봇의 경우 위생성과 안정감, 수면 보조 기능 등이 중요해질 수 있다. 로봇의 역할이 세분화될수록 의류도 단순 커버가 아니라 기능성 장비에 가까운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손 이사는 "반려동물 의류 시장이 커진 것처럼, 사람과 가까운 공간에서 활동하는 휴머노이드도 외형이 주는 인상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인간과 휴머노이드가 함께 있는 환경을 더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 디자인의 과제"라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의류가 기능성뿐 아니라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는 역할까지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세실업이 경쟁사보다 앞서 있다고 평가되는 부분은 디지털 기반 개발 역량이다. 회사는 2019년 국내 의류업계 최초로 버추얼 디자인 전담 조직을 구축했고, 이후 3D 가상 샘플 제작 기술을 통해 실물 샘플 의존도를 줄여왔다. 2023년부터는 AI 전담 조직을 운영하며 기획과 디자인, 제품 개발 과정에도 AI를 접목하고 있다. 아직 실사용 데이터가 많지 않은 휴머노이드 의류 시장에서는 빠르게 콘셉트를 만들고 가상으로 검증하는 역량이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수 있다.

사업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한세실업은 아직 휴머노이드 의류가 연구 단계에 있지만 관련 기업들과 협업 가능성을 논의 중이다. 김 부회장은 구체적인 시범 도입 시기에 대해 "상용화된 로봇들이 가정과 산업단지에 더 많이 들어가는 때가 될 것"이라며 "협업을 논의하는 회사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의상을 입고 춤을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과 관련해서도 "춤을 춘 로봇의 제조사와 협의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다만 휴머노이드 의류가 당장 실적에 반영되기는 쉽지 않다. 로봇 보급 속도와 가격 경쟁력, 실제 사용처 확대 여부가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세실업은 미래 산업에서 초기 표준을 누가 잡느냐가 중요하다고 판단, 시장 선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휴머노이드 제조사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는 사이, 의류와 소재, 외형 설계 영역은 상대적으로 비어 있는 시장이다. 한세실업이 이 영역에서 먼저 연구 성과를 축적하면 향후 로봇 제조사와 공동 개발하는 파트너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한세실업은 단순 OEM 기업을 넘어 한발 앞선 디자인과 패션 트렌드를 고객사에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글로벌 ODM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며 "그동안 축적해온 디자인, 소재, 기능성 의류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미래 의류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제안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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