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새 판 짜는 K-조선···LNG선 다음은 'VLGC·FL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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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판 짜는 K-조선···LNG선 다음은 'VLGC·FLNG'

등록 2026.06.13 09:05

김제영

  기자

고부가가치 선종 수주 초점, 차별화 속도글로벌 에너지 시장 구조 변화···발주 확대'범용 중심' 중국, 한국과 점유율 격차 축소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 중국이 범용 선종 중심으로 물량 경쟁을 벌이는 사이 한국은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과 암모니아운반선(VLAC),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등 고부가 분야로 무게 중심을 옮기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13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 등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인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은 올해 1~5월 전 세계 VLGC·VLAC 전체 발주량(46척) 가운데 37척을 수주했다. 점유율로는 약 80%에 달한다. 이 기간 중국 수주량은 8척에 그쳤다.

VLGC 발주가 증가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 변화가 자리한다. 미국이 세계 최대 액화석유가스(LPG) 수출국으로 부상하면서 중동 중심이던 LPG 교역 구조가 바뀌고 있다. 장거리 운송 수요가 늘면서 선박 발주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VLGC는 암모니아 운송이 가능하도록 설계할 수 있어 친환경 연료 전환 과정에서 수혜가 기대되는 선종으로 꼽힌다.

국내 조선사들은 LNG선 건조 과정에서 축적한 화물창 기술과 극저온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고부가 가스운반선 시장에서도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달에만 VLGC 10척을 1조7768억원 규모에 수주하며 시장 지배력을 확대했다.

해양플랜트 분야에서도 국내 조선사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FLNG 2기를 수주했다. 수주 금액은 7조9837억원 규모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생산·정제·액화·저장하는 설비로,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육상 액화설비 건설이 어렵거나 경제성이 떨어지는 해상 가스전 개발이 늘어나면서 FLNG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FLNG 시장 확대가 LNG운반선 수요를 자극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FLNG에서 생산한 LNG를 소비지로 운송하기 위해서 별도의 LNG운반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FLNG와 LNG운반선이 연계 수요를 형성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에 새로운 수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 조선업의 경쟁 전략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중국이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등 범용 선종을 중심으로 물량을 늘리고 있다면, 한국은 기술 장벽이 높은 선종과 해양플랜트에 집중하며 글로벌 선박 발주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 올해 1~5월 글로벌 선박 수주량은 3356만CGT(표준선 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증가했다. 중국은 2298만CGT를 수주해 점유율 68%를 기록했고 한국은 708만CGT로 21%를 차지했다. 중국과의 수주량 격차는 크지만 한국의 수주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하며 고부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최근 흐름에는 변화도 감지된다. 지난달 수주량 기준으로 한국은 199만CGT(34척), 중국은 211만CGT(97척)를 수주해 점유율이 각각 44%, 47%를 기록했다. 척수에는 큰 차이가 났지만 고부가 선박 중심의 수주 전략에 힘입어 점유율 격차가 3%p까지 좁혀졌다.

글로벌 발주 환경도 우호적인 상황이다. 5월 말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은 2억20만CGT로 전달보다 379만CGT 늘었다. 친환경 규제 강화와 에너지 운송 수요 확대가 맞물리면서 고부가 선박과 해양플랜트 시장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VLGC와 FLNG가 LNG선 이후 국내 조선업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암모니아 경제 확대와 해상 가스전 개발 증가, 친환경 연료 전환이 본격화될 경우 관련 시장 규모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범용선 중심으로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면 한국은 고부가 선종과 해양플랜트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LNG선 이후 시장에서도 기술 장벽이 높은 분야가 한국 조선업의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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