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구상이 중동 인프라 시장의 새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정부는 '현금 지원'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제재 완화와 3000억달러 규모 재건기금 구상이 함께 거론되면서 이란에 사실상 투자금이 흘러들어갈 통로를 열어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지시간 15일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이 최종 평화 합의와 새로운 핵 합의에 동의할 경우 3000억달러 규모의 투자기금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핵심은 미국이 이란에 돈을 직접 건네는 게 아니라, 제재로 막혀 있던 투자판을 다시 여는 구조다. FT는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제재 완화와 함께 '이란 재건을 위한 3000억달러 규모 기금' 가능성이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 대목을 가장 주목하고 있다. 3000억달러는 현재 환율 기준 약 454조원에 달한다. 이 자금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면 도로, 항만, 발전, 에너지, 석유화학, 도시 인프라 등 이란의 대형 인프라 사업이 다시 움직일 수 있다. 전쟁과 제재로 멈췄던 프로젝트에 다시 가격표가 붙는 셈이다.
다만 미국 측은 '돈을 주는 합의'라는 해석에는 선을 긋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15일 이란이 합의에 서명하는 대가로 자금이 이전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동결자산 해제도 합의문 서명만으로 자동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미국 측 설명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보면 관건은 현금 지급 여부보다 제재로 막혀 있던 투자와 금융 거래가 다시 움직일 수 있느냐다.
로이터는 같은 날 미국과 이란, 중재국 파키스탄이 밝힌 예비 합의 내용을 정리하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제재 완화, 핵 프로그램 관련 추가 협상 등이 핵심 쟁점이라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핵심 통로다. 해협 정상화와 제재 완화가 맞물릴 경우 유가와 물류비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이란 재건 투자 기대도 키울 수 있다.
가디언도 15일 이번 합의의 경제적 유인책을 분석하면서 미국과 지역 파트너가 최소 3000억달러 규모의 이란 재건·경제개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이는 보상기금도, 의무적으로 집행되는 확정 자금도 아니다. 이란의 합의 이행과 향후 핵 협상, 제재 완화 폭에 따라 실제 돈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재건기금이 현실화되면 수혜 후보는 미국 기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 기업도 향후 이란 재건판을 주시할 가능성이 크다. 한일 기업은 중동 플랜트, 발전, 정유, 석유화학, 항만, 기자재 분야에서 오랜 사업 경험을 갖고 있다. 특정 기업의 수주가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제재 완화와 금융망 복원이 이어진다면 아시아 기업에도 새 수주 기회가 열릴 수 있다.
결국 관건은 '미국이 이란에 돈을 줬느냐'가 아니라 '이란에 돈이 들어갈 길이 열리느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지원이 아니라고 선을 긋지만, 454조원대 재건기금 구상만으로도 시장은 이란 재건 특수 가능성에 반응하고 있다. 제재로 닫혔던 이란 시장에 다시 돈의 흐름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다.
뉴스웨이 김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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