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선박 무인 운항 본격화···HD현대중공업, 조타실 없는 미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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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무인 운항 본격화···HD현대중공업, 조타실 없는 미래 준비

등록 2026.06.20 09:09

이건우

  기자

아비커스·폴라리스쉬핑·ABS와 무인 조타실 연구 협약조건부 무인 운항, 기존 항해 보조 장비 한계 뛰어넘다자율운항 기술, 선박 설계 단계부터 기본 사양화

지난 3일 HD현대중공업은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된 포시도니아 2026에서 조건부 무인 항해 기술을 위한 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ABS 제공지난 3일 HD현대중공업은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된 포시도니아 2026에서 조건부 무인 항해 기술을 위한 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ABS 제공

HD현대중공업이 '선원 없는 조타실' 구현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자율운항 기술을 단순히 선박에 탑재하는 수준을 넘어서 선박 설계 단계에서부터 무인 운항 가능성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조선업계의 스마트십 경쟁이 항해 보조 장비 중심에서 설계, 운항 데이터, 선급 인증을 함께 묶는 방식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아비커스, 폴라리스쉬핑, 미국선급협회 ABS와 조건부 무인 조타실 개념 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연구는 폴라리스쉬핑이 운용하는 32만5000DWT급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을 대상으로 한다. 대양 항해 중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구간에서 조타실을 비우고 자율운항 시스템으로 항해하는 개념을 검토하는 방식이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원양 및 공해 항로 등 상대적으로 위험요인이 낮은 일정 조건에서만 제한적으로 조타실을 비우는 '조건부 무인'이다. 항만 입출항이나 선박 통항량이 많은 복잡한 해역에서는 여전히 선원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기술 적용 범위를 현실적으로 좁힌 접근이다.

연구에서 HD현대중공업의 역할은 이 개념이 실제 선박 설계에 반영될 수 있는지를 살피는 데 있다. 무인 항해가 가능하려면 자율항법 장비만으로는 부족하다. 조타실을 비우는 시간 동안 선박이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하므로 항해 장비와 통신, 전력, 기관, 안전관제, 비상 대응 체계가 모두 맞물려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협약은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솔루션을 HD현대중공업의 선박 설계 역량과 연결하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아비커스가 운항의 알고리즘과 제어 솔루션 등의 두뇌 역할을 맡는다면, HD현대중공업은 그 두뇌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선박 플랫폼을 설계해야 한다. 자율운항 기술이 별도 장비가 아니라 선박의 기본 사양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 조선사의 설계 경쟁력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HD현대는 이미 자율운항 기술의 상용화 기반을 지속적으로 넓혀왔다. 아비커스의 대형 선박용 자율운항 솔루션인 '하이나스 컨트롤'은 주변 선박과 장애물을 인식하고 운항 상황을 판단해 충돌을 피하도록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선박 운항을 보조하는 단계를 넘어 인지와 판단, 제어 기능을 통합한 솔루션이라는 점에서 기존 항해 보조 장비와 차별화된다.

실제 자율운항선은 조선소가 기술을 개발했다고 해서 바로 상용화되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선사들의 운항 데이터가 중요하게 꼽힌다. 선사가 운항 데이터를 제공하고, 선급이 안전 기준을 검토하며, 조선사가 설계 변경 사항을 반영해야 한다. 이번 무인 항해 연구는 기존 자율항해 보조 기술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한 사전 검증 성격이 강하다.

이번 연구는 HD현대중공업이 추진 중인 스마트 조선소 전략과도 연결될 수 있다. HD현대는 디지털 트윈, 인공지능, 로봇 기술을 활용해 조선소의 설계와 생산 공정을 디지털로 묶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율운항 선박 역시 설계 단계에서부터 운항 데이터를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스마트 조선소 전략과 간접적으로 맞물린다.

현재 조선업황을 감안하면 국내 조선사들은 중국 조선사와의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친환경 선박과 스마트십 같은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차별화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자율운항 기술이 선박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술 패키지이자, 향후 무인 함정과 차세대 스마트십 사업으로 확장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상식 HD현대중공업 부사장은 "무인 조타실 도입은 선박 전체 시스템 전반에 걸친 통합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협약을 통해 자율 항해 개념을 반영한 선박 설계 방향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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