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고장 날려도 28년 만에 최고 환율···도마 위 오른 '당국 무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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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장 날려도 28년 만에 최고 환율···도마 위 오른 '당국 무용론'

등록 2026.06.22 14:50

문성주

  기자

6월 평균 1521원 돌파···금리 선반영·시장 개입에도 환율 '요지부동'외환보유액 감소세 속 '실탄 부족' 우려도···통화스와프 등 대안론 부각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원·달러 환율이 6월 들어 월평균 1521원을 돌파하며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이후 28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단순히 일시적 급등을 넘어 환율 하단 자체가 1500원대 위로 굳어지는 이른바 '고환율 뉴노멀' 시대가 본격적으로 현실화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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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6월 들어 월평균 1521원을 돌파

외환위기 직후 이후 28년 만의 최고치 경신

고환율 뉴노멀 시대 현실화

숫자 읽기

6월 1일부터 19일까지 원·달러 환율 평균 1521.4원

1998년 2월 1626.7원 이후 28년 4개월 만의 최고 월평균치

5월 말 외환보유액 4269억9000만달러, 전월 대비 8억8000만달러 감소

현재 상황은

환율 하락 시도에도 지속 반등하며 고공행진

당국의 구두개입 효과 하루도 지속되지 못하는 상황

시장 참여자들 달러 매수 심리 견고

배경은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에도 원화 방어 실패

환율 급등 원인으로 국내 경제 펀더멘털 약화, 달러 수급 불균형 지적

외환보유액 감소와 개입 여력 부족 우려

향후 전망

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 등 조치 미봉책 평가

근본적 해법으로 원화 국제화, 금리 인상, 자본시장 구조 개선 등 제시

외환시장 안정 위해 외환건전성부담금 면제 3개월 연장

심리적 마지노선이 뚫리면서 외환 당국이 개입하는 등 잇달아 경고장을 날렸지만 환율은 여전히 고공행진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당국의 개입 수단 자체가 무력화됐다는 '당국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9일까지 주간거래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 평균은 1521.4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월(1626.7원) 이후 28년 4개월 만의 최고 월평균치다.

환율 상승의 궤적은 최근 더욱 가파른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정규장 종가 1539원을 기록한 데 이어 야간거래에서는 1562원까지 급등하며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공항 환전 창구에서는 '1달러=1600원' 표시판이 내걸린 바 있다.

1500원을 상회하는 고환율 속에 당국은 강하게 대응하고 나섰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쏠림에 대해서는 아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며 "환율 쏠림은 용인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불안 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높은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과도한 쏠림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국의 개입 직후 환율이 잠시 내려앉았다가 이내 반등하는 '제자리 돌아오기'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의 견고한 '달러 롱(달러 매수)' 심리가 당국의 경고장을 압도하면서 원화 약세가 깊게 고착화되는 흐름이다. 구두개입의 약발이 사실상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의 환율 급등세는 단기적인 이슈로 치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등 긴축 시그널이 이미 채권 시장 등에 선반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는 전혀 방어되지 않고 있다. 이는 현 고환율 사태가 단순한 한미 금리 격차를 넘어, 국내 경제 펀더멘털의 약화와 만성적인 달러 수급 불균형이라는 구조에서 비롯되었음을 시사한다.

최근 당국이 꺼내든 '실탄' 자체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4269억 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4278억 8000만달러) 대비 8억 8000만 달러 감소한 수치다.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를 비롯한 시장 안정화 조치에 외환보유액이 줄었다.

한은은 지난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 외환보유액 규모가 크게 늘었고 한국이 순대외채권국이라는 점에서 방어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보유 자산의 89.2%가 미국 국채 등 고유동성 유가증권으로 구성돼 있어 긴급 시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장부상 숫자와 실제 이용 가능한 실탄 사이에 간극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통상 외환보유고를 통한 개입으로 환율을 막아서지만 현재 보유고가 4000억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당국의 개입 여력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실수요 때문에 가격이 올라갈 때 외환보유액을 써버리면 실탄을 소진하고도 못 막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당국이 내놓는 처방전은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한도를 증액해 현물 환전 수요를 줄이는 등의 조치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에 가깝다.

이제는 당국이 단기 처방을 넘어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역외 NDF를 국내 시장으로 흡수하는 원화 국제화, 한·미 금리차 해소를 위한 점진적 금리 인상, 외국인이 장기적으로 한국 자산을 보유할 매력을 높이는 자본시장 구조 개선 등이 중장기 과제로 제시된다. 당장의 실탄 논쟁을 넘어 한미 통화스와프와 같은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환당국의 구두개입 수위가 높아지면서 효과가 없진 않지만 환율의 흐름 자체를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고 나설 때"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외환건전성부담금 면제 조치를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외환건전성부담금은 금융기관의 과도한 단기 외화차입을 억제하기 위해 부과하는 부담금이다. 면제 시 외화 조달 비용이 낮아져 달러 공급 확대 효과가 나타난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 아래로 내려오지 않는 가운데 외환시장 안정 조치를 연장해 달러 유동성 확충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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