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6만3500달러 부근까지 하락했다. 미국 물가가 시장 예상에 부합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예상보다 크게 둔화한 것은 아니어서 비트코인을 강하게 끌어올릴 만한 재료로 작용하지는 못했다.
비트코인은 13일 하루 기준 0.5% 이상 하락했고 최근 1주일 동안 약 2% 내렸다. 주요 가상자산 가운데서는 하이퍼리퀴드의 HYPE가 3% 넘게 상승해 56달러를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트론은 34센트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소폭 상승하며 최근 일주일간 약 2% 올랐다. 반면 도지코인은 약 3% 하락한 7센트, XRP는 1% 넘게 떨어진 1달러를 기록했고 최근 일주일 기준으로는 약 5% 하락했다. BNB는 610달러로 1% 이상 내렸고 솔라나는 76달러로 1% 미만 하락했다. 이더리움은 소폭 올라 1880달러 수준을 나타냈다.
해외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CPI는 전월보다 0.1%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3.4% 올라 6월의 3.5%보다 상승률이 낮아졌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2.5% 상승했다. 전체적으로 시장 예상과 거의 일치한 결과다.
물가 세부 내용을 보면 주거비가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주거비 지수는 7월 0.2% 상승했고, 임대료 지수는 0.3% 올랐다. 반면 에너지 가격은 1.5% 하락했으며 휘발유 가격도 2.9% 떨어졌다. 전체 CPI가 예상보다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물가 재상승에 대한 우려는 다소 완화됐다.
이번 지표 발표 이후 금융시장은 Fed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춰 반영했다. 금리선물 시장에서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발표 전 약 46%에서 발표 이후 약 38%로 내려갔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긴축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것이다. 다만 물가가 예상보다 낮게 나온 것이 아니라 전망치와 정확히 부합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CPI 발표 직후에는 금값이 약 1.3% 상승했고 이더리움은 1% 이상, 비트코인은 약 0.5%, S&P500 선물은 약 0.2% 올랐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이후 상승폭을 반납하면서 6만3,500달러 부근으로 내려왔다. 시장이 이미 물가 둔화와 Fed의 금리 동결 가능성을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하고 있었던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CF 벤치마크스의 게이브 셀비 연구책임자는 비트코인이 물가 지표 자체보다 물가가 금리 전망을 얼마나 크게 바꾸는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9차례 인플레이션 발표 가운데 물가가 예상보다 낮게 나온 세 차례에는 비트코인이 평균 3.25%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예상에 부합하는 지표는 시장의 하락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강력한 상승 촉매가 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지난 7월 14일 예상보다 큰 폭의 물가 둔화 이후 비트코인이 4.24% 상승했던 것과도 대비된다.
이번 CPI는 비트코인에 악재가 될 만한 높은 물가를 피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Fed의 통화정책 전망을 새롭게 바꿀 정도의 강한 호재도 아니었다. 특히 미국의 연간 물가상승률 3.4%는 Fed의 2% 목표를 여전히 크게 웃돌고 있어, 시장이 곧바로 강한 통화완화 국면으로 전환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이달 말 열리는 잭슨홀 중앙은행 총재회의와 9월 4일 발표될 고용보고서, 9월 11일 발표될 다음 CPI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물가뿐 아니라 고용시장까지 둔화하는 모습이 확인될 경우 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물가가 다시 높아지거나 고용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날 경우 금리 전망이 다시 긴축적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주식시장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약 1% 상승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코스피도 약 4% 상승하면서 최근 10거래일 동안 약 22% 올랐다. 다만 개별 종목별로는 차별화가 나타나 시스코는 실적 부진으로 시간외 거래에서 4% 넘게 하락했고, 세레브라스 시스템즈는 하드웨어 매출 감소 영향으로 약 17% 급락했다.
국제유가는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멈췄다. 브렌트유는 앞서 배럴당 90달러 수준까지 올랐지만 상승세가 꺾였다.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문 모하마드 레자 나크디가 새로운 군사 교리에 따라 적국 영토에서 작전을 수행할 능력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시장의 주요 변수로 거론됐다.
뉴스웨이 김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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