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송금까지···LMM·생성형 AI로 '초개인화 금융비서' 진화AI 에이전트 시대로 빠르게 진입···대출 심사·신용평가 영역에도 도입금융위 'AI 가이드라인' 시행···'자율규제 무대' 오른 은행권 신뢰성 시험대
#1. 직장인 A씨(33)는 최근 은행 앱을 켰다가 색다른 경험을 했다. 모임 회비를 보내기 위해 대화창에 "친구에게 1000원 보내줘"라고 입력하자, AI가 A씨의 최근 이체 기록을 즉시 분석해 유력한 수취인을 화면에 곧바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A씨가 수취인을 확인하고 간편 비밀번호를 누르자 송금은 그 자리에서 완료됐다. 앱 메뉴를 이리저리 헤매며 계좌번호를 복사해 붙여넣는 번거로운 과정이 단 한 줄의 대화로 단 몇 초 만에 끝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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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디지털 전환이 챗봇을 넘어 AI 에이전트 시대로 진입
AI가 단순 응답에서 벗어나 복잡한 금융 업무 대행까지 수행
금융당국도 AI 신뢰성 확보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AI 에이전트가 고객 맞춤 송금, 정책금융 안내 등 실무에 직접 개입
대형언어모델과 생성형 AI 도입으로 초개인화된 금융 비서로 진화
모바일 뱅킹 앱 중심으로 AI 투자 확대
하나은행, 기업신용평가 심사의견서 작성 30분→10초로 단축
우리은행, 내년 초까지 5대 핵심 영역에 175개 전사적 AI 에이전트 구축 계획
기존 AI 서비스는 정해진 시나리오 챗봇 수준에 머물렀음
AI 도입 가속화로 대출 심사·신용평가 등 업무 전반 자동화 진행
은행장들, AX를 경영 화두로 내세우며 조직 체질 개선 주문
금융위, 7대 원칙 담은 '금융분야 인공지능 가이드라인' 시행
AI는 보조 수단, 최종 책임은 임직원에게 부여
은행들, 자율규제 기반 신뢰성·안정성 확보 시험대 올라
AI가 신뢰와 안정성 위에서 작동할 때 건전한 AX 생태계 안착 가능
#2. 대학생 B씨(24)는 최근 청년층을 대상으로 새로 출시된 정책금융 상품인 '청년미래적금'의 가입 기준이 궁금해 평소 이용하던 은행 앱을 켰다. B씨의 질문이 입력되자마자 AI는 최적의 상세 우대 조건까지 구체적으로 계산해 냈다. B씨 맞춤형 자격 요건과 실질적인 가입 가이드라인을 막힘없이 제시한 것이다.
최근 은행권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묻고 답하는' 챗봇 시대를 지나, 스스로 판단하고 복잡한 금융 업무를 대행하는 'AI 에이전트(Agent)'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AI가 명령에 반응하는 수준을 넘어 주도적으로 실무에 개입하는 인공지능 대전환(AX)에 따라, 금융당국도 AI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한 강력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금융권도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했다.
은행장들 "AX에 사활"···AI 활용 전방위 확산
올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장들은 공통적으로 'AX'를 경영 화두로 던졌다. 연초부터 AI를 전면에 내세우며 조직의 체질 개선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AI 에이전트'를 스마트한 조수이자 동료로 활용해, 직원들은 고부가가치 전문 상담과 고객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도 "AI로 대변되는 기술 발전으로 금융의 정의가 재편되고 있다"며 "AI 기반 서비스와 인프라를 지속 개발해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요 시중은행장들의 발언을 살펴보면 AX에 대한 절박함이 묻어난다. 단순히 수익성을 넘어 '누가 더 빠르고 안전하게 혁신 서비스를 안착시키느냐'가 향후 리딩뱅크를 판가름 짓는 중요한 잣대로 작용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이같은 지향점에 발맞춰 최근 은행권의 AI 활용은 고객 상담과 내부 업무를 넘어 영업 구조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은행권이 선보인 AI 서비스는 '정해진 시나리오에 응답하는 챗봇'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자주 묻는 질문의 답변을 그대로 출력하는 식으로, 고객 개개인의 맥락을 이해하는 맞춤형 상담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대형언어모델(LMM)과 생성형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단순 응답 수준에 머물던 AI 상담 서비스가 고객의 복잡한 문맥과 요구를 완벽히 이해하고 초개인화된 최적의 결과물을 도출하는 '금융 비서' 단계로 진화한 것이다. 이제는 말 한마디로 AI가 실행까지 완료하는 수준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이는 시중은행들이 오프라인 영업점 대신 모바일 뱅킹 앱을 내세우면서 앞다퉈 앱 내 AI 투자를 확대한 결과물이다.
대출 심사와 신용평가 영역에서도 AI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막대한 시간과 인력이 소요되는 기업금융과 여신 심사 영역에 AI를 적극 투입해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나섰다.
하나은행은 통상 30분 넘게 걸리던 기업신용평가용 심사의견서 작성을 단 10초 만에 끝마치는 자동화 체계를 구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비대면 AI 수출서류 작성 가이드'까지 현장에 투입해 기업금융 전반의 디지털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신한은행이 도입한 생성형 AI 기반의 '여신심사지원 에이전트'는 인간과 기술의 분업 구조를 보여주는 사례다.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기업 데이터 분석은 AI가 도맡아 자동으로 처리하고, 인간 심사역들은 다각도의 정성적 평가와 최종 의사결정 등 한층 고도화된 판단 영역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 환경을 재편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AI 에이전트 도입을 선언하며 속도전에 합류했다. KB국민은행은 처리해야 할 작업의 난이도와 성격에 따라 가장 적합한 성능의 AI 모델을 똑똑하게 골라 매칭해주는 차세대 '라우팅(Routing) 구조'를 적용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내년 초까지 기업여신, 자산관리, 내부통제 등 5대 핵심 영역에 총 175개의 전사적 AI 에이전트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자유·책임' 시험대 오른 은행권···"금융권, AI 혁신 이끌어야"
AI 에이전트 도입이 급물살을 타면서 금융당국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13년 만에 망 분리 해제 등 규제 완화로 AI 도입의 길을 활짝 열어주는 동시에 AI 에이전트 시대에 대비해 규제·감독 체계를 정비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부터 핀테크 기업을 포함해 AI를 활용하는 모든 금융회사에 적용될 '금융분야 인공지능 가이드라인'을 본격 시행했다. 관련 규제를 속도감 있게 정비하면서 안전하고 책임 있는 혁신을 유도하기 위한 자율규제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제 금융이 AI 혁신을 지원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AI 혁신을 직접 이끌어야 한다"며 "AI가 의사결정에 관여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만큼, 책임과 권한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AI를 활용하는 모든 금융회사가 준수해야 할 거버넌스, 합법성, 보조 수단성, 신뢰성, 금융 안정성, 신의성실, 보안성 등 7대 원칙을 담고 있다. AI를 업무 수행을 지원하는 보조 수단으로 규정하고, 최종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책임은 임직원이 부담하도록 했다.
특히 이번 가이드라인은 자율규제 체계를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기술 발전 속도와 정책 수립 속도 사이에는 현실의 벽이 있어 '자율규제 체계'를 구축하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그러면서도 금융 AI는 일반 산업 분야의 AI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안정성과 투명성이 요구되는 만큼 은행들에 '자유'를 주는 동시에, 결과에 책임을 지는 '고도의 내부 거버넌스 확립'이라는 묵직한 숙제를 동시에 던진 셈이다.
이제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정해준 체크리스트만 수동적으로 채우던 과거의 컴플라이언스 방식에서 벗어나 스스로 기술을 검증하고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적 신뢰성을 증명해야 하는 고차원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규제의 공백을 단순한 선언이 아닌, 고도화된 기술력으로 메워내야만 당국과 시장의 신뢰를 동시에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AI 에이전트 도입이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외형 확장을 넘어, 금융의 본질인 신뢰와 안정성 위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건전한 AX 생태계가 안착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AI 도입의 길을 열어준 만큼 리스크를 안전하게 통제할 수 있는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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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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