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원화 24시간 거래, 역사적 결단···투기 놀이터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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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24시간 거래, 역사적 결단···투기 놀이터 시험대"

등록 2026.07.05 10:41

강준혁

  기자

한국 외환시장 24시간 개방을 앞두고 주요 외신들은 "한국이 외환위기(IMF 사태) 트라우마를 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두고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승부수'라고 집중 조명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과 일본 니케이아시아 등 외신들은 지난 3일부터 한국 외환시장 24시간 거래에 대해 비중 있게 다루며, 이번 조치는 원화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통제력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완화한 역사적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한국 외환시장은 6일부터 기존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였던 원·달러 거래 시간이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로 바뀐다. 주말과 1월 1일만 제외되고 공휴일에도 24시간 거래가 가능해진다.

블룸버그는 "이번 개방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외환당국과 시장을 지배해 온 '외환 트라우마'와의 결별을 의미하는 거대한 진전이다"고 보도했다. 니케이아시아는 "원화의 24시간 거래 허용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편의성을 G10 국가 통화 수준으로 끌어올려 MSCI 선진시장 승격을 이뤄내기 위한 핵심 퍼즐이다"라고 내다봤다.

이번 외환시장 24시간 개방은 선진국 관점에서는 단순한 거래 시간 연장으로 보이지만 원화가 그동안 정부의 강한 통제를 받아왔다는 측면에서 외신들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완화한 역사적 결단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외신들이 단순한 시간 연장 대신 '개방'과 '개혁'이라는 표현을 쓴 데는 1997년 IMF 사태의 영향이 크다. 당시 국가 부도 위기까지 몰렸던 한국 정부로서는 이른바 '외환 트라우마'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어, 이번 조치를 자본시장 문을 완전히 연 과감한 조치로 본 것이다.

외신들은 또 한국이 그동안 달러를 벌어들이는 수출 중심에서 해외 자산 투자가 급증하는 '해외 투자 대국'으로 구조적 진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봤다. 그동안 제한된 거래 시간이 한국 자본시장의 글로벌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아문디의 클레어 황 아시아 매크로 수석전략가는 이번 24시간 외환 거래에 대해 "글로벌 금융 시장 내 입지를 넓히기 위해서는 야간 시간대의 유동성 확보가 필수적인 조치"라고 진단했다.

다만 24시간 거래 출범은 한국 금융당국에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봤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극에 달한 시점에 제도가 시행된다는 점에서 우려했다.

블룸버그는 "한국 당국이 잠든 새벽에는 거래량이 적은데, 이 경우 적은 물량으로도 환율이 출렁이는 오버슈팅이 발생하기 쉽다"며 "한국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 명분으로 얻은 대가 중 하나는 역외 투기 세력이 한밤중 원화를 뒤흔들어도 즉각 개입하기 어려운 '통제 불능 위험'을 안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개방 타이밍을 지적한 니케이아시아는 "현재 원·달러 환율이 수년 만에 최고치(원화 가치는 최저치)를 기록하며 아시아 통화 중 가장 변동성에 취약한 국면"이라며 "하필 이 시점에 시장을 전면 개방하는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니케이아시아는 또 24시간 동안 환율이 계속 요동치면 국내 수출기업들이 밤사이 발생하는 환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혹독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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