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미 독립기념일에 출시한 트럼프 계좌(530A 계좌)에 투자처를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서학개미와 금융권이 해당 제도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투자처 확정이 국내 시장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관심이 모인다.
5일 워싱턴포스트(WP)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4일(현지시간) 트럼프 계좌 출시와 함께 세부 운용 지침과 투자처를 발표했다. 만 18세 미만 미국 아동 명의로 개설되는 이 계좌의 자금은 미국 증시의 간판 지수인 S&P 500을 추종하는 초저비용 인덱스 펀드에 자동 투자(디폴트 옵션)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초기 운용을 맡을 지정 상품은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SPDR 포트폴리오 S&P 500 ETF(SPYM)'가 낙점됐다. SPDR은 미국 자산운용사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SSGA)에서 운용하는 대표적인 상장지수펀드(ETF)다. 미국 대형주 500개 기업으로 구성된 S&P 500 지수를 추종하며 연 0.02%의 매우 저렴한 운용 보수와 낮은 주당 가격이 특징이다.
트럼프 계좌는 2025년~2028년에 태어난 신생아(미국 시민권자)에게 미국 정부가 1000달러(한화 약 150만원)를 넣어주고, 부모나 친인척이 연간 최대 5000달러까지 추가 납입할 수 있는 구조다. 미국 유아와 청소년 인구를 고려하면 매년 막대한 자금이 미 증시에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미국 월가는 이번 제도가 미 증시에 가져올 장기 유동성 효과에 고무됐다. 특히 만 18세 이전에 찾을 수 없는 10년 이상의 '락업(Lock-up)' 자금이라는 점에서 매년 수백억 달러의 뉴머니가 유입되면 S&P 500 대형주들을 하방에서 강력하게 지지하는 '정부 공인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미 대형 금융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월가 대형 금융사들 간에 대대적인 자금 유치 경쟁이 시작됐다"며 "초기 자금 관리는 스테이트 스트리트가 맡았지만, 연간 5,000달러 규모의 추가 납입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블랙록, 뱅가드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차기 편입 상품 승인을 유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 투자업계도 트럼프 계좌에 주목하고 있다. 새롭게 유입되는 돈이 10년 이상 묶이는 락업 자금인 데다, 사실상 미국 정부의 안전판을 확보한 자금이어서 미 증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변동성에 시달리던 국내 서학개미들이 S&P 500이나 미국 지수형 ETF 중심의 장기 적립식 투자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투자업계의 시각이다.
자산운용업계의 상품 전략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매년 수백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미 증시로 정기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운용사들 역시 미국 S&P 500과 나스닥 지수 기반의 연금형 토탈리턴(TR) 상품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라인업의 대대적인 정비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 자금 이탈과 서학개미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짙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트럼프 계좌 출시는 미 정부가 직접 S&P 500의 장기 우상향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나선 셈"이라며 "미국 증시의 하방 지지력이 더 단단해질수록 국내 증시에서 미 증시로 떠나는 머니무브 현상이 한층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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