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14조 규모' 유가 담합 혐의 정유 4사 무더기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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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조 규모' 유가 담합 혐의 정유 4사 무더기 기소

등록 2026.07.06 15:03

신지훈

  기자

HD현대오일뱅크·SK에너지 등 담합 규모 14.2조GS칼텍스·에쓰오일 가격 추종 관행도 조사전량구매계약·사후정산제까지 정유업계 구조 겨냥

미국·이란 전쟁 직후 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받는 국내 주요 정유사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일부 정유사의 가격 담합과 경쟁사의 가격 추종으로 약 26조원 규모의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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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국내 정유 4사가 미국·이란 전쟁 직후 석유제품 가격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짐

검찰은 가격 담합과 경쟁 제한 효과를 약 26조원 규모로 판단

전량구매계약, 사후정산제 등 오랜 영업 관행까지 형사재판 대상에 포함

숫자 읽기

정유 4사 시장점유율 98.6%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직접 담합 규모 약 14조2000억원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가격 추종까지 포함한 경쟁 제한 효과 약 26조원

자세히 읽기

HD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가격 결정 책임자들이 가격 인상 시기·폭 사전 협의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경쟁사 가격을 따라 올리는 '의식적 병행행위'로 가격 상승에 편승

정유사 내부에서는 전쟁을 수익 기회로 인식한 정황도 확인

배경은

정유 4사, 자영주유소와 전량구매계약 체결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 행사

다른 정유사 제품 구매 시 손해배상 청구 등 불이익 부과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증거인멸 시도도 드러남

향후 전망

재판 결과 따라 정유산업 계약 구조, 가격 결정 체계, 유통 질서 전반 제도 개선 논의 예상

업계, 가격 결정 절차와 경쟁사 정보 취급 내부통제 강화 전망

검찰은 산업부와 협력해 재발 방지 대책 마련 계획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6일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등 정유 4개 법인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HD현대오일뱅크 가격결정부서 부서장과 책임매니저, 법무실장, GS칼텍스 국내영업 부문장 등 관련 임직원들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가격결정부서 부서장은 구속기소됐으며, 법무실장과 GS칼텍스 임원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방해와 증거인멸 등의 혐의도 적용됐다.

수사 결과 두 회사는 전쟁 이전인 2024년 7월부터 가격 정보를 지속적으로 교환해왔으며, 올해 3월 전쟁 발발 이후에는 SK에너지가 HD현대오일뱅크보다 리터당 30~40원 높은 수준으로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가격 인상에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정유시장은 사실상 4개 업체가 시장점유율 98.6%를 차지하는 과점 구조인 만큼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가격 인상이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경쟁사의 가격을 그대로 따라 올리는 '의식적 병행행위'를 통해 가격 상승에 편승했다고 봤다. 다만 의식적 병행행위 자체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어서 직접 기소 대상에서는 제외했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직접 담합 규모를 약 14조2000억원으로 산정했으며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가격 추종에 따른 파급 효과까지 포함하면 약 26조원 규모의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DB 주유소, 경유, 휘발유, 고유가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DB 주유소, 경유, 휘발유, 고유가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검찰은 이번 사건이 전쟁 직후 일시적으로 발생한 담합이 아니라 장기간 이어진 가격 정보 교환 관행이 국제적 위기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표출된 사례라고 판단했다.

이번 기소는 가격 담합에 그치지 않고 국내 정유업계의 유통 구조 전반을 겨냥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검찰은 정유 4사가 2021년부터 자영주유소와 전량구매계약을 체결한 뒤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사 제품만 구매하도록 하고, 공급가격도 일방적으로 통보해온 점을 문제 삼아 4개 법인 모두를 기소했다.

전량구매계약은 정유사가 브랜드와 시설 투자를 지원하는 대신 자사 제품을 전량 공급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판매망을 확보하는 국내 정유업계의 대표적인 영업 모델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러한 구조가 주유소의 거래 선택권을 제한하고 가격 경쟁을 차단했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정유사 제품을 구매할 경우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비용 회수, 보너스카드 중단 등 각종 불이익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유지해 온 점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포함됐다.

검찰은 이 같은 유통 구조 때문에 자영주유소들이 더 저렴한 공급처를 선택할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증거인멸 정황도 확인됐다.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는 공정위 현장조사 계획을 사전에 입수한 뒤 가격 관련 자료와 사내 메신저 기록을 삭제하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를 없애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휴대전화와 내부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경쟁사 공급가격을 상시 모니터링하며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논의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업계는 향후 가격 결정 절차와 경쟁사 정보 취급에 대한 내부통제를 대폭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일부 정유사가 산업통상자원부에 실제보다 낮은 공급가격을 허위 보고한 정황도 확인됐으며, 검찰은 향후 산업부와 관련 자료를 공유해 제도 개선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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