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금단의 영역'에 도전장 내민 김해진 엔솔바이오사이언스 대표

ICT·바이오 제약·바이오 인터뷰

'금단의 영역'에 도전장 내민 김해진 엔솔바이오사이언스 대표

등록 2026.07.07 14:44

임주희

  기자

26년 전부터 AI와 바이오의 결합으로 '세상에 없던 신약' 발굴핵심 기술 '신선조™(SSR) 플랫폼', 안전성 확보하며 병리적 신호만 선택적 차단퇴행성 디스크 치료제 'P2K' 美 임상 3상 완료···하반기 가속 승인 협의 기대

김해진 엔솔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사진=임주희 기자김해진 엔솔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사진=임주희 기자

"세상에 없는 물질을 화학적으로 합성해 몸에 넣는 게 아니라, 몸이 원래 갖고 있던 정보를 활용합니다."(김해진 엔솔바이오사이언스 대표)

바이오 시장에서 글로벌 빅파마들이 수십 년간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셨던 영역, 이른바 '금단의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코넥스 기업이 있다. 자체 인공지능(AI) 시스템과 생체모방 펩타이드 플랫폼을 무기로, 코스닥 이전 상장을 본격적으로 추진 중인 엔솔바이오사이언스(Ensol Biosciences)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스닥 커넥트 IR' 행사장에서 만난 김해진 엔솔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는 자사 기술력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26년차 바이오 연구자이자 컴퓨터공학 박사인 김 대표는 엔솔바이오의 차별화된 신약 발굴 패러다임과 글로벌 파이프라인의 추진 현황을 공개했다.

기존 약물의 한계 뛰어넘는 생체모방 기술, '신선조™(SSR)' 플랫폼

엔젠바이오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생체 모방 신선조™(신호경로 선택적 조절, Signal-path Selective Regulating)는 신약 개발의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다. 김 대표는 "현재 대부분의 신약은 항체 또는 저분자 합성 화합물 방식으로 개발되는데, 이들은 타깃 단백질을 강하게 붙잡는 대신 그 뒤에 연결된 여러 신호 경로까지 한꺼번에 차단해 버리는 한계가 있다"며 "정상적인 신호까지 막다 보니 독성과 부작용이 커지고 결국 임상 실패의 주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내성이 생기는 원리이기도 하다.

엔솔바이오사이언스가 찾은 해법은 인간의 몸에 존재하는 호르몬과 같은 내인성 리간드를 모방한 '생체 모방 펩타이드'를 만드는 것이다.

김 대표는 "우리 몸의 호르몬은 아주 미량으로도 엄청난 기능을 하지만, 특정 자물쇠에 맞는 열쇠처럼 찾아가는 선택성이 기가 막히다. 신선조™ 플랫폼은 타깃 단백질의 특정 부위에만 짧은 펩타이드가 딱 원하는 대로 붙어, 질환을 일으키는 병리적 신호만 선택적으로 조절하고 정상적인 신호는 그대로 유지한다"며 "일을 하고 나면 체내에서 천연 아미노산으로 빠르게 분해돼 대사 독성으로부터 자유롭고, 안전성이 매우 탁월하며 내성 문제 또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약물 후보물질을 일일이 실험에 의존해 찾지 않고, 자체 개발한 AI 신약후보물질 발굴 시스템 'ESAIDD(Ensol AI Drug Discovery)'를 통해 인실리코(In silico, 컴퓨터 시뮬레이션) 및 바이오 빅데이터 분석으로 정밀하게 찾아낸 것이다.

글로벌 빅파마도 포기한 'TGF-β' 타깃 제어 성공··· 가시화된 글로벌 파이프라인


엔솔바이오의 파이프라인 중 또 다른 것은 퇴행성 디스크 질환 치료제 'P2K(페니엘 2000)'와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E1K(엔게디 1000)', 항암제 'C1K'다. 이 세 약물의 공통점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20~30년간 매달렸으나 FDA 승인을 받은 약물이 단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이는 'TGF-β(트랜스포밍 성장 인자 베타)'를 조절해야 하는데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TGF-β는 우리 몸 곳곳에서 퇴행화나 암, 상처 치료 등 수십 가지 기능에 관여하지만 너무 예민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단의 영역'이라 불린다"며 "코스닥 이전 상장을 위해 진행한 기술성 평가 때도 심사위원들이 왜 이렇게 어려운 타겟으로 약을 개발하느냐고 물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신선조 플랫폼을 통해 TGF-β 하부의 스매드(Smad) 신호 경로를 원하는 대로 정밀 제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P2K(퇴행성 디스크 질환)는 Smad1/5/9를 강하게, Smad2/3는 약하게 억제해 통증 완화(NGF 발현 감소)와 디스크 재생(2형 콜라겐·Aggrecan 증가)을 동시에 노린다. E1K(골관절염)는 두 경로를 부분적으로 억제해 통증·연골 보호와 연골 재생 효과를, C1K(항암)는 Smad2/3를 부분 억제해 항암 효능(Beclin-1·LC3 II 감소)과 종양 억제(C-PPAR 증가)를 구현한다.

가시적인 성과도 이어졌다. P2K(퇴행성 디스크 치료제)는 현재 미국 파트너사인 스파인 바이오파마(Spine Biopharma)를 통해 미국 FDA 임상 3상(Study-1) 조사를 완료하고 NIH에 결과 제출을 마쳤다. 김 대표는 "파트너사에서 FDA와 가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을 위한 협의를 추진 중"이라며 "올해 하반기나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협의가 완료되면 세계 최초의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이자 최초의 TGF-β 타깃 승인 약물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1K(골관절염 치료제)는 국내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지난 6월 초 삼성서울병원에서 첫 환자 투여(FPI)를 마쳤다. 총 35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약 250억원의 비용이 투입되는 다기관 임상으로, 임상 디자인은 통증 완화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연골 재생 구조 개선(DMOAD) 효과까지 확인하는 데 있다.

치매·비만에서 차세대 방사성의약품(PRC) 플랫폼까지 영토 확장

엔솔바이오는 최종당화산물(당독소) 수용체를 타깃으로 하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M1K(모리아 1000)'를 통해 치매 정복에도 나선다. M1K는 과거 글로벌제약사인 화이자가 개발하다 독성 문제로 실패한 '아제릴라곤' 대비 동물 실험에서 훨씬 우수한 인지기능 개선도(69% vs 42%)를 나타냈다는 설명이다. 또한 독성이 없어 내년부터 본격적인 인체 임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경구용 비만 치료제 'H1K'의 경우 '위고비'의 최대 단점인 투약 중단 후 요요 현상(체중 반등) 및 간 지방증을 획기적으로 억제하는 병용 투여 데이터를 확보한 상태다. 김 대표는 "글로벌 빅파마와 데이터 패키징 및 비즈니스 개발(BD)을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엔솔바이오는 이 외에도 핵의학 전문기업인 새한산업과 펩타이드 방사성의약품(PRC)을 공동개발한다. 이는 비소세포폐암 마커인 Trop-2를 타깃으로 하는 펩타이드 운반체 'D1K'를 활용한 기술로 현재 동물 모델 실험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기존 항체-약물접합체(ADC)나 환자 유래세포(PDC)는 이동 중에 링커가 끊어지면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독성 부작용이 크고, 세포 내 흡수율도 0.2~2%에 불과한데, D1K는 비소세포폐암 세포 내 이입률이 32.3%에 달하고 정상 세포에는 반응하지 않는다"며 "여기에 새한산업의 방사능 동위원소를 아주 견고하게 결합하면 세포 내에서 링커가 잘릴 필요 없이 암세포만 찾아가 DNA를 직접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매출 100억 달성 및 흑자 전환 기대··· 내년 상반기 코스닥 상장 목표"


엔젠바이오는 현재 유한양행 등을 통해 글로벌 기술수출 2건, 국내 기술수출 3건의 성과를 거두며 선급금과 마일스톤을 확보한 상태다. 이는 동물용 관절염 치료제(JointVex®) 판매와 화장품 원료(대기업 L사 공급 추진) 사업 등 다각화된 포트폴리오 덕분이다.

김 대표는 "올해 매출은 기술료 수익 등을 포함해 약 100억원을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순이익으로 연결돼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는 원년이 될 수 있다"며 "향후 P2K의 글로벌 판매가 본격화되는 2030년경에는 최소 3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솔바이오사이언스는 본격적인 코스닥 상장 모드에 돌입하기 위해 최근 상장 대표주관사를 하나증권에서 신한투자증권으로 변경했다. 올 하반기 기술성 평가(기평)를 신청하고 예비심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 안에는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걸어온 만큼, 임상 결과들이 증명해 줄 파이프라인의 가치와 기술성 상장 과정을 통해 엔솔바이오의 진면목을 시장에 확실히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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