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상폐 기준 강화 후폭풍···소액주주 보호 사각지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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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폐 기준 강화 후폭풍···소액주주 보호 사각지대 커진다

등록 2026.07.10 15:40

문혜진

  기자

시총·동전주 요건 강화에 상장 유지 부담 확대공개매수·정리매매 과정서 투자 회수 불확실성"정량기준만으론 한계···기업별 종합 판단 필요"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상장폐지 기준 강화가 부실기업 퇴출이라는 본래 취지를 넘어 일부 기업의 자진 상장폐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상장 유지 부담이 커진 기업이 시장 이탈을 선택할 경우 소액주주는 공개매수와 정리매매 과정에서 투자금 회수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시가총액과 주가 등 정량 기준만 적용하기보다 기업별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달부터 상장폐지 관련 시가총액 기준을 유가증권시장 300억원, 코스닥시장 200억원으로 상향 적용했다. 내년부터는 기준이 각각 500억원, 300억원으로 추가 강화된다. 동전주,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 공시 위반 관련 실질심사 요건도 함께 적용되면서 상장 유지 요건이 더 강화됐다.

상장폐지 기준 강화는 부실기업을 시장에서 빠르게 걸러내기 위한 조치다. 거래 부진과 재무 부실, 공시 위반 기업을 조기에 정리해 시장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강화된 기준이 모든 기업에 같은 방향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수 있다고 본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 유지 실익이 낮은 기업에는 강화된 상장폐지 기준이 시장 이탈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상장사는 공시 의무와 주주총회 대응, 외부감사, 거래소 연부과금, IR, 공시 전담 인력 등 상장 유지 비용을 부담한다. 기업가치를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는 기업일수록 상장 유지의 장점보다 비용과 규제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상장 유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무 부담이 셈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사는 공시와 주총, 주주 대응 과정에서 계속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며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거나 상장 유지 실익이 크지 않은 기업일수록 이런 부담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상장 유지가 경영권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가가 낮게 형성되면 상속·증여세 부담과 경영권 승계 셈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소액주주의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무상증자 요구 등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시 의무와 시장 감시가 줄어든다는 점도 비상장 전환 유인으로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주주환원이 부족하거나 자기주식을 장기간 보유한 기업, 계열회사 자금지원이 잦은 기업, 전환사채(CB)를 반복적으로 발행한 기업을 점검 대상으로 본다. 해당 기업들의 상장폐지가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될 경우 소액주주가 불리한 조건을 감수할 가능성이 커진다. 자진 상장폐지나 상장폐지 수순이 본격화되면 공개매수 가격이나 정리매매 과정에서 투자 회수 조건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노출된다.

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기준에 당장 해당하지 않는 기업까지 상장 유지 실익이 낮다는 이유로 자진 상장폐지를 검토할 경우, 투자자는 기업의 실제 재무 부실 여부와 지배주주의 시장 이탈 의도를 구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 경우 상장폐지 기준 강화가 부실기업 퇴출이라는 본래 취지를 넘어 시장 이탈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상장폐지 기준을 획일적으로 적용하기보다 기업별 상황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상장폐지 기준 강화는 필요하지만 시가총액이나 주가 같은 정량 기준만으로 기업을 기계적으로 퇴출시키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 거래소, 금융감독원 등이 협력해 기업의 재무구조, 주가 흐름, 공시 이력, 지분구조, 경영진의 상장 유지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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