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6.4%·SK하이닉스 25.3% 하락AI 투자 지속성 우려에 외국인 매도 겹쳐증권가 "3분기 이익·빅테크 투자 확인해야"
반도체 대표주가 이달 들어 큰 폭으로 출렁이면서 업황 고점 통과 가능성을 둘러싼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최근 급락을 업황 정점의 신호보다 단기 차익실현과 수급 불안, 인공지능(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향후 3분기 이후 이익 흐름과 미국 빅테크의 투자 계획을 확인해야 고점 통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26만3000원으로 거래를 마쳐 7월1일 종가(31만4500원) 대비 16.4% 하락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256만원에서 191만3000원으로 25.3% 떨어졌다. 이달 들어 두 종목 모두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다 상승분을 지키지 못한 채 월초보다 낮은 수준으로 밀린 모습이다.
관련주도 동반 추락···얼어 붙은 투자심리
약세는 두 종목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 업황과 AI 투자 흐름에 민감한 관련주 전반으로 번졌다. SK하이닉스 지분가치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SK스퀘어는 지난 13일 17.60%, AI 서버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반도체 패키지기판 수혜주로 분류되는 삼성전기는 18.62% 떨어졌다. 개별 기업의 실적 변화보다 반도체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 위축이 관련 종목으로 확산한 흐름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하락을 이끌었지만 업황 고점 통과 경계감도 함께 작용했다"며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전기, SK스퀘어의 동반 하락은 개별 기업의 업황 변화보다 반도체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 위축이 관련 종목으로 확산된 영향이 더 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목표주가 하향은 밸류에이션 부담보다 실적 추정치 조정의 영향이 더 크다"며 "메모리 가격 상승 속도가 하반기 이후 둔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이익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수급 요인도 낙폭을 키웠다.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과 국내 원주 간 가격 괴리가 발생한 가운데 외국인의 현물·선물 매도가 확대됐고, 투자자들이 레버리지를 줄이는 과정에서 반도체 관련주 전반으로 매도세가 번졌다는 분석이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급락의 핵심은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반도체 업종의 이익 전망 훼손 우려로 이어지면서 시장 전반의 디레버리징을 유발한 데 있다"며 "여기에 외국인 현·선물 매도 확대와 SK하이닉스 ADR 상장 이후의 가격 괴리 이슈가 겹치면서 낙폭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실적 증가세 꺾이나···증권사 추정치도 하향
이와 별개로 증권가 일각에서는 내년 실적 증가세가 약해질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의 경쟁적인 AI 인프라 투자가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을 제시했다.
내년에도 메모리와 중앙처리장치(CPU) 가격 상승, AI 모델 고도화를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실제 투자 증가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현재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과 괴리가 벌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SK하이닉스의 2027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보다 27% 낮춘 185조3960억원으로 조정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 주가 급락이 수요 모멘텀 약화를 반영한 것으로 보고 연말 이후 실적 증가세도 꺾일 것으로 관측했다. 반도체 사이클 후반에는 이익이 가파르게 늘어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아 보일 수 있지만 이를 저평가 신호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SK하이닉스의 ADR 상장 역시 해외 투자자의 거래 편의성을 높이지만 국내 원주의 밸류에이션 자체를 바꾸는 요인은 아니라고 봤다.
다만 이번 조정이 일시적인지 업황 고점 통과의 시작인지는 3분기 이후 이익 전망과 미국 빅테크의 투자 계획을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수급이 안정되고 과도한 레버리지가 해소되더라도 AI 투자와 반도체 수요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추세적인 주가 반등은 제한될 수 있어서다.
윤 센터장은 "반등을 위해서는 외국인 수급 안정과 과도한 레버리지 해소, AI 투자와 반도체 수요에 대한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며 "2분기 실적보다 3분기 이후 이익 모멘텀과 미국 빅테크의 투자 계획이 확인돼야 시장이 다시 펀더멘털 중심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문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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