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업종 고정 지원 방식 탈피···경제 상황 따라 한도·금리 탄력 조정'중소기업신용연계' 내년 하반기 신설···인터넷전문은행 참여도 검토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고 지방 중소기업 지원을 늘리기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 제도를 13년 만에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특정 부문에 집중됐던 준재정적 성격의 지원 프로그램을 정비하고, 경제 상황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신규 프로그램을 도입해 통화정책과의 정합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은행의 금융기관대출규정' 개정안을 의결하고 금융중개지원대출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최창호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금융중개지원대출은 기준금리 정책을 보완하는 수단"이라며 "특정 분야에 한정됐던 기존 제도를 중소기업 전반을 대상으로 경제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대대적으로 개편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준금리는 주된 통화정책 수단이지만, 이로 인해 부문 간 차별화가 크고 정책 변수 간 상충 관계가 빈발하고 있다"며 "기존 정책 수단을 보완해 통화정책 전체의 유효성을 높이고 거시경제 안정을 더욱 원활히 도모하는 데 이번 개편의 목적이 있다"고 제도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개편은 금융중개지원대출의 전체 총한도를 현재 수준인 30조원을 유지하면서 전체적으로 중소기업 자금 공급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동시에 내부 운용 구조를 과감하게 단순·효율화해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금융중개지원대출은 무역금융, 신성장·일자리, 지방중소기업 등 상시 프로그램과 한시적 특례지원을 포함해 총 5개 이상으로 복잡하게 분절돼 운용 중이다. 이중 금융중개지원대출과 연계된 중소기업대출 규모는 107조2000억원으로, 전체 은행 중소기업대출(1132조1000억원)의 9.5% 수준에 불과하다. 최 국장은 "특정 부문을 대상으로 고정 지원하다 보니 변화하는 경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고, 특정 자원 배분에 관여한다는 준재정적 비판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특정 부문에 장기간 고정적으로 운영된 무역금융지원, 신성장·일자리지원 등 준재정적 프로그램은 단계적으로 축소·폐지하고, 중장기적으로 ▲중소기업신용연계지원(신설)과 ▲지방중소기업지원(증액) 2개 핵심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특정 업종이나 부문에 국한하지 않고 중소기업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중소기업신용연계지원' 프로그램은 내년 하반기 도입된다.
그동안 사전에 정한 요건에 부합하는 대출 실적에 맞춰 자금을 공급해 왔던 것과 달리, 신설되는 프로그램은 분기별 은행의 전체 중소기업대출 순증액을 기준으로 한도를 배정한다.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한도와 대출금리를 탄력적으로 조정해 기준금리 정책의 신용경로 파급효과를 적극 보완한다는 취지다.
다만, 부동산 관련 업종이나 정책자금 연계 대출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저신용등급 기업, 무담보 신용대출, 업력이 짧은 기업 등 취약 부문 및 높은 생산성을 가진 기업 대출에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해 실질적인 금융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된다.
아울러 시중·지방·특수은행 외에 인터넷전문은행의 참여도 적극 검토해 금융기관 간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기관별 성과평가를 거쳐 한도 배정 및 금리 우대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지방 소재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한층 강화된다. 수도권에 비해 금융접근성이 낮고 경제 상황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방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내년 상반기 중으로 '지방중소기업지원' 프로그램의 한도를 증액하기로 했다.
지방중소기업지원 한도는 지난 2014년 이후 지역 경제 규모 확대에도 불구하고 5조9000억원 수준에서 장기간 고정·운용됐다. 한국은행은 향후 확보되는 가용한도를 활용해 한도를 상당폭 늘리고, 금융·경제 여건 변화를 종합 고려해 지역별 한도를 재배분할 계획이다.
긴축 기조 속 대출 유동성 공급이 매치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최 국장은 "금융중개지원대출 역시 기준금리를 보완하는 통화정책 수단"이라며 "물가, 성장, 금융안정 및 중소기업 자금 사정을 종합 고려해 긴축기에는 한도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줄이는 등 정책 기조와 부합하게 탄력 운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신용기업 지원에 따른 부실화 우려에 대해서는 "차주의 신용 리스크를 은행이 직접 심사하고 전적으로 부담하는 시장 원리에 기반한다"며 "저신용·무담보 기업 대출에 가중치를 부여하되, 은행의 리스크 관리 하에 대출이 실행되므로 도덕적 해이 리스크는 최소화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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