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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보다 내 라이프"...청년층, 집도 구독하는 시대

등록 2026.08.20 13:59

서현진

  기자

주택 소유보다 이용 가치에 무게 커져목돈 부담 없는 임대 방식 선호 확산기업형 임대주택·전문 플랫폼 시장 확대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전월세난이 장기화되고 대출 규제 강화로 매매 문턱이 높아지자 집을 '소유'의 대상이 아닌 '이용'의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청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최근 청년층은 전세 대신 Co-living(코리빙)·기업형 임대주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목돈이 묶이는 전세보다 필요한 기간만큼만 계약하고, 커뮤니티·생활서비스까지 함께 누릴 수 있는 임대 형태를 택하는 것이다. 건설사들도 이같은 흐름에 맞춰 청년임대주택 등 임대주택 공급 사업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다.

20일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도 기준 청년가구 자가점유율은 12.2%로 전년 대비 2.4%포인트 하락했다. 임차 비중은 82.6%에 달했다. 최저주거 기준에 못 미치는 청년가구 비율은 8.2%로 2.1%포인트 늘었고 고시원·컨테이너 등 주택 이외 거처에 사는 청년 비율은 5.3%를 기록했다. 수도권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8.7배까지 상승했다.

국토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비아파트 소유 기피 현상과 주거정책 과제' 보고서를 살펴보면 생애 최초 주택 구매 시 선호 유형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9.7%가 아파트를 꼽았다. 반면 청년가구 중 비아파트를 자가로 보유한 비율은 4.5%에 그쳤다. 비아파트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도 자산가치 상승 기대가 낮고 청약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 탓에 '내 집 마련'의 대상으로는 여겨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소유는 아파트로 미뤄두고 당장의 거주는 임차로 해결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목돈이 묶이는 전세 대신 필요한 기간만큼만 계약하는 방식이 이직·독립·학업 등으로 거주지가 자주 바뀌는 청년층에게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세 대신 코리빙·기업형 임대주택으로...'한 달 살기' 등 단기임대도 대세

전세를 대신할 주거 형태로 청년층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코리빙이다. 코리빙은 침실 등 개인 공간은 따로 두고 주방·라운지·세탁실 같은 생활 공간은 공유하며 운영사가 입주부터 청소·커뮤니티 프로그램까지 관리해주는 임대주택이다. 임대인이 개인이 아닌 기업이라는 점에서 기업형 임대주택으로도 불린다.

SK디앤디의 에피소드, 신영그룹의 지웰홈스, KT에스테이트의 리마크빌, 리베토의 커먼타운, 우주프로퍼티매니지먼트의 셀립 등 대기업·중견기업이 운영하는 브랜드가 주요 플레이어로 꼽히며, MGRV·홈즈컴퍼니 등 코리빙 기업도 시장을 키우고 있다.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알스퀘어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서울 코리빙 공급 규모는 2020년 1246실에서 2025년 7179실로 5년 새 6배 가까이 늘었고,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7377실까지 증가했다.

성장 배경에는 임대차 시장의 구조 변화가 주효하다. 지난해 서울 오피스텔 전세 거래는 전년 대비 11% 줄었고 월세 거래는 16% 늘었다.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도 5.1% 상승했다. 전세대출 규제 강화와 공급 감소가 맞물리며 임대차 시장의 무게중심이 월세로 옮겨갔고, 이 흐름을 타고 코리빙 공급도 함께 늘었다는 게 설명이다.

투자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서울 코리빙 투자액은 2024년 1970억원에서 2025년 3850억원으로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ICG, M&G리얼에스테이트,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해외 투자자의 국내 코리빙 시장 진입도 활발해지고 있다.

청년층의 수요 이동은 코리빙에서 그치지 않는다. 삼삼엠투(33m2), 리브애니웨어 등 전세나 반전세 대신 일주일, 한 달 단위로 집을 빌려 쓰는 단기임대 플랫폼을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최소 일주일 단위로 계약하면서도 정식 임대차 계약 형식을 취해 일반적인 숙박 공유와는 다르게 운영된다.

단기임대는 저렴한 숙소를 찾는 수단을 넘어 커뮤니티와 서비스 경험을 중시하는 청년층의 소비 성향과도 맞물려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곳에 오래 머물기보다 상황에 맞춰 거주지를 옮기며 여러 지역과 생활권을 경험하려는 수요가 늘었고, 플랫폼들도 계약 절차를 간소화하고 입주자 후기·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다듬고 있다.

이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청년층의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자리한다. 한 직장에서 오래 근속하기보다 이직이 잦아지고 취업·창업·학업을 이유로 거주지를 자주 옮기는 청년이 늘면서 고정된 집보다 상황에 맞는 집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 셈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청년가구의 평균 거주 기간은 1.6년에 불과했다. 가구주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거주 기간이 짧게 나오는 통계적 특성을 감안해도 한 집에 오래 머물지 않는 청년층의 생활 패턴을 보여준다. 시장에서는 과거엔 일정 시점이 되면 주택을 구매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로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위치·비용·생활 편의성 등 실제 거주 경험이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됐다고 본다. 고정된 공간에 얽매이기보다 상황에 맞게 옮길 수 있는 선택이 오히려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요가 확인되면서 시장 참여자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도 진출했다. 직방은 지난 7월부터 원룸·오피스텔 등을 대상으로 1주에서 3개월까지 계약할 수 있는 단기임대 서비스를 시작했다. 짧은 기간이라도 안정적으로 거주할 곳을 찾는 임차인과 공실을 빠르게 해소하려는 임대인의 수요를 동시에 겨냥했다. 부동산 정보 검색을 넘어 임대차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넓혀온 직방의 단기임대 진출은 코리빙·단기거주 시장 경쟁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사도 참전...공간 운영·생활 서비스 경쟁 본격화

시행·시공에 주력하던 건설업계가 '짓는 사업'에서 '운영하는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분양시장 위축과 공사비 상승으로 시공 중심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하자, 준공 이후에도 운영·관리 수익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장기 운영형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청년층을 겨냥한 사업을 전문적으로 영위하는 건설사도 있다. 이랜드건설과 이랜드서비스는 청년 임대주택 브랜드 '피어(PEER)'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랜드건설이 시공을 맡고 이랜드자산개발과 이랜드서비스가 각각 임대 관리 등 운영을 담당하는 구조다. 2017년 서울 신촌을 시작으로 대전, 대구, 인천, 천안 등으로 사업지를 넓혔으며 피트니스센터, 공용세탁실, 북카페 등 커뮤니티 시설을 갖췄다.

롯데건설도 임대주택 자산운영서비스 브랜드 엘리스를 통해 청년안심주택·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용산 남영역 롯데캐슬 헤리티지', '문래 롯데캐슬' 등이 대표적이며 가전렌탈, 카셰어링, 홈케어 등 다양한 주거서비스를 결합하며 청년층의 편의성을 제고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민간 공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청년층 대상의 단기임대주택 등은 공급자 입장에서 수요에 부흥해 공급할 예정은 있지만 소규모 공급만 이뤄질 것이고 대규모로 가기엔 상당히 어렵다"며 "단기임대라고 하더라도 임차인들이 갱신청구권을 요구하게 되면 권리금을 줘야 하기 때문에 대형 건설사보단 소규모 단기임대 위주로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결국은 청년층은 주거취약계층이기 때문에 정부에선 청년 주거복지를 위해 영구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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