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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주택 확산이 키운 셀프스토리지···공간 서비스 시대 열린다

등록 2026.08.20 13:59

박상훈

  기자

주거비 부담·소형주택 강세로 공유창고 시장 커져다락·아이엠박스 등 국내 업체 경쟁 구도 형성민간·공공 협업 통한 공유창고 도입 사례 확산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1인 가구 증가와 주거비 상승으로 집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생활 공간은 최소화하고 보관은 외부 서비스에 맡기는 '공간의 분업'이 확산하면서 셀프스토리지(공유창고)가 새로운 부동산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셀프스토리지 시장은 1인 가구 증가와 주거 공간 축소를 배경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는 국내 셀프스토리지 시장이 2026년 24억4000만달러에서 2031년 34억3000만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7.03%로 예상된다.

제도적 기반도 뒷받침 되고 있다. 과거 셀프스토리지는 건축법상 별도 용도 규정이 없어 외곽 물류창고와 같은 '창고시설'로 분류됐다. 이 때문에 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 건물에 입점하기 어려워 도심 보관 수요가 늘어도 공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 건축법 시행령 개정으로 연면적 1000㎡ 미만의 '공유보관시설'이 제2종 근린생활시설의 세부 용도로 신설되면서 셀프스토리지는 생활 편의시설로 제도권에 편입됐다.

셀프스토리지는 단순한 보관 서비스를 넘어 유휴 공간의 가치를 높이는 부동산 활용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상가와 오피스텔 공실, 반지하 등 활용도가 낮은 공간을 공유창고로 전환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동시에 지역 주민에게는 부족한 수납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상업용 부동산 공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임대 수익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1인 가구 800만 시대···보관공간 부족 구조적 문제로


셀프스토리지 시장 성장의 배경에는 달라진 주거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과 전·월세 부담이 커지면서 더 작은 주택으로 옮기는 가구가 늘었고, 부족한 수납공간을 집 밖에서 해결하려는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804만5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약 68%는 임차가구다. 잦은 이사와 소형 주택 거주가 일상화되면서 외부 보관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캠핑용품과 스포츠 장비, 계절가전 등 부피가 큰 생활용품이 늘어난 것도 시장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서는 아파트 거주자의 절반 이상이 수납공간 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 안에 모든 물건을 보관하기 어려워지면서 셀프스토리지가 사실상의 '외부 수납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주거 경쟁력이 넓은 면적과 충분한 수납공간에 있었다면 이제는 필요한 만큼 외부 공간을 이용하는 '공간 분리형 소비'가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셀프스토리지는 단순한 창고를 넘어 부족한 주거 공간을 보완하는 생활 인프라로 기능하면서 주거 서비스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창고' 아닌 공간 플랫폼···사업 모델도 진화


국내 셀프스토리지 시장이 성장하면서 업체 간 경쟁도 양적 확대에서 질적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초기에는 지점 수를 늘리는 외형 확장이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점포당 수익성과 운영 효율, 공실 활용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미니창고 다락은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운영사 세컨신드롬은 2016년 서울 강남구에 국내 최초의 셀프스토리지 '미니창고 다락'을 선보인 이후 사업을 빠르게 확장했다. 코로나19 이후 성장세가 가팔라지며 2022년 50호점, 2024년 100호점, 2025년 200호점을 돌파했고, 올해 7월 기준 전국 230여 개 지점과 누적 회원 12만 명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개별 지점 중심에서 나아가 건물 전체를 셀프스토리지로 운영하는 모델을 도입하는 등 사업 영역도 넓히고 있다.

아이엠박스는 외부 투자 없이 자체 자금으로 사업을 키우는 내실 성장 전략을 꾀하고 있다. 핵심 상권보다 배후 주거 수요가 풍부한 이면 상권과 지하 공간, 공실 상가 등을 중심으로 출점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전국 270개 지점을 운영하며 업계 최대 규모의 네트워크를 갖췄다.

임대인과의 상생 구조도 눈에 띈다. 수익을 공유하는 운영 구조를 도입하고 운영 수수료도 매출이 아닌 순수익의 20%를 기준으로 책정해 임대인의 초기 부담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장기 공실이 늘어난 상가와 오피스텔을 새로운 수익 공간으로 활용하는 대안 모델로도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셀프스토리지 시장이 외형 경쟁을 넘어 입지 선정과 운영 효율, 수익성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외국계 사업자들은 건물을 직접 매입·보유하는 자산 보유형 모델을 앞세워 프리미엄 보관 시장 공략에 나서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반지하에서 아파트까지···공유창고 영토 확장


민간 기업과 공공기관의 협업도 확대되고 있다. 다락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우정사업본부 등과 협력해 반지하 주택과 우체국 관사 등 유휴 공간을 공유창고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 사례는 SH의 'SH:ARE' 사업이다. SH는 이달부터 매입임대주택 반지하를 공유창고로 전환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다락과 협력해 서초·성북·관악구 일대 반지하 28가구를 공유창고로 조성하고, 오는 9월까지 10개 지점을 순차적으로 개소할 계획이다. 주거용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공간을 주민 생활편의시설로 바꾼 첫 사례라는 평가다.

아이엠박스는 셀프스토리지를 주거 복지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다. 평택시청년지원센터와 협력해 1인 가구 청년을 대상으로 공유창고 이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운영하며, 협소한 주거공간에서 발생하는 수납 문제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넓은 집과 많은 수납공간이 주거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필요한 공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며 "셀프스토리지는 단순 창고를 넘어 주거 서비스를 구성하는 생활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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