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800km 달리는 전기 공룡···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산업 자동차 야! 타 볼래

800km 달리는 전기 공룡···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등록 2026.08.02 09:02

권지용

  기자

압도적 크기와 전기차만의 정숙성슈퍼크루즈와 첨단 기술로 무장205kWh 배터리로 주행 걱정 끝

도로라는 거대한 스크린 위에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주인공을 불렀습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입니다. 미국 초대형 SUV의 상징에 전기 심장이 자리했죠. 시승 전 가장 궁금했던 건 단 하나였습니다. '에스컬레이드가 전기차가 되면 어떤 느낌일까?' 기존 에스컬레이드의 매력은 커다란 덩치와 함께 대배기량 8기통 엔진이 만들어내는 묵직한 존재감이었습니다. 그 심장을 전기모터로 바꾸면 과연 무엇이 남고, 무엇이 달라질까. 며칠 동안 도심과 고속도로를 오가며 답을 찾아봤습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사진=권지용 기자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사진=권지용 기자

차체 스펙을 살펴보면 대담한 숫자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전장은 5700mm를 넘어서고, 휠베이스는 3460mm로 웬만한 경차 길이와 비슷합니다. 공차중량은 무려 4.2톤에 달합니다. 꽤나 많은 차를 접했는데 4톤이 넘는 차는 정말 보기 드물죠. 숫자로만 보면 도로 위 웬만한 소형 버스나 중형 트럭에 맞먹는 몸집입니다. 실제로 도로 위에 세워두면 옆을 지나가는 일반적인 중형 SUV들이 소형차처럼 보이는 재미있는 착시 현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기름을 도로에 뿌리며 거칠게 고동치던 과거의 기억은 깔끔하게 사라집니다. 실내를 채운 소재와 디테일한 마감 수준은 기존 가솔린 모델보다 훨씬 고급스럽습니다. 정숙성과 부드러움은 최고급 럭셔리 세단을 연상케 할 정도로 훌륭하죠. 노면의 잔진동이나 요철을 능구렁이 담 넘듯 부드럽게 걸러내는 하체 세팅은 과거 미국차 특유의 꿀렁거림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씻어내 줍니다.

여기에 아주 편리한 유희적 요소가 하나 더해졌습니다. 바로 자동문인데요, 네 개의 문이 모두 전자식으로 작동합니다. 차체가 거대한 만큼 문짝 역시 엄청나게 크고 무거워 손으로 직접 열고 닫으려면 힘이 꽤 들어갑니다. 그런데 터치 한번이면 육중한 도어가 스스로 스르륵 열리고 닫힙니다. 활짝 열린 문을 닫기 위해 상체를 쭉 뻗을 필요도 없죠. 손끝 하나로 거대한 문을 제어하는 경험은 생각보다 만족감이 큽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사진=권지용 기자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사진=권지용 기자

전기차를 평가할 때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은 단연 배터리와 주행거리입니다. 에스컬레이드 IQ는 현재 국내 판매 중인 승용 전기차 가운데 가장 큰 숫자를 자랑합니다. 무려 205kWh 용량의 배터리가 바닥에 깔려 있습니다. 국내 인증 기준 739km라는 최장 주행거리의 비결이죠.

과연 실제 도로에서 어떤 성적표를 보여줄지 궁금해 직접 긴 거리를 달려봤습니다. 테스트 과정에서 계기판에 찍힌 주행가능거리는 무려 830km에 달했습니다. 4.2톤이라는 육중한 공차중량을 감안하면 상식의 틀을 벗어난 수준의 효율입니다. 91L 연료탱크를 품은 기존 가솔린 에스컬레이드조차 600km를 넘기기 쉽지 않았거든요.

주행 조건이 좋았던 구간에서는 전비가 무려 5.8km/kWh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거대한 덩치가 전기를 이토록 아껴 쓰며 달린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주행 구간별 기록을 살펴보면 더욱 흥미롭습니다. 처음 88km를 달렸을 때 배터리 잔량은 90%, 전비는 4.3km/kWh였습니다. 이어 460km를 주행했을 때 배터리는 정확히 절반인 50%가 남았고, 전비는 4.2km/kWh를 유지했습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자동문 조절 장치. 사진=권지용 기자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자동문 조절 장치. 사진=권지용 기자

최종적으로 600km를 달린 시점에서도 배터리는 34%나 남아 있었고 남은 주행가능거리는 281km였습니다. 누적 전비 역시 4.2km/kWh로 변함없었습니다. 단순 계산하면 완전 충전 시 880km 주행도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을 왕복하고도 동네 마실을 다닐 수 있는 수준이니, 장거리 운전에서 가장 큰 고민인 충전 스트레스는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습니다. 다다익선은 이럴 때 쓰는 말이겠죠?

이번 시승에서 가장 눈길이 갔던 부분은 GM의 첨단 주행보조 시스템인 슈퍼크루즈였습니다. 사용법 자체는 스티어링 휠의 버튼 하나로 시작될 만큼 간단하지만, 실제 도로 위에서 차량이 움직이는 방식은 꽤 진보합니다. 단순히 차로를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주도적으로 운전하는 느낌을 주거든요.

앞쪽에 느린 차가 나타나면 주변 흐름을 살핀 뒤 알아서 추월 차선으로 들어갑니다. 반대로 뒤에서 빠르게 접근하는 차량이 감지되면 무리하게 차선을 고집하지 않고 하위 차선으로 이동해 길을 비켜주더군요. 실선에서는 차선을 넘지 않았고, 공사 구간에서는 무리한 차선 변경 대신 서행을 택했습니다. 추월을 마치면 1차로에 계속 머무르지 않고 다시 하위 차선으로 내려오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2열. 사진=권지용 기자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2열. 사진=권지용 기자

일각에서는 한국 도로 환경에서는 제약이 많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웬만한 자동차전용도로와 주요 도로에서 매우 자연스럽게 작동했습니다. 무엇보다 차량이 자신이 몇 차로를 달리고 있는지 정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움직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손을 내려놓고 이동하는 경험은 장거리 주행의 피로를 크게 덜어줍니다.

'리젠 온 디맨드' 기능은 슈퍼크루즈 못지 않게 유용한 기술입니다. 스티어링 휠 뒤편의 패들을 당기면 회생제동 강도를 원하는 만큼 조절할 수 있는데, 일반적인 회생제동처럼 설정된 감속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가 필요할 때만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쏙 듭니다.

신호등이 보이거나 앞차와의 간격이 좁혀질 때 패들을 당겨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이고, 다시 가속이 필요하면 패들을 놓으면 되거든요.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은 물론, 감속을 스스로 조절하는 재미까지 느껴집니다. 몇 시간 동안 장거리를 달리다 보니 오른발의 피로도도 확실히 덜했습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휠. 사진=권지용 기자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휠. 사진=권지용 기자

내연기관 에스컬레이드를 시승할 때 아쉬웠던 기능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후륜조향입니다. 이번 IQ에는 이 기능이 기본으로 들어갔습니다. 뒷바퀴가 틀어지는 각도가 생각보다 커서 운전석 사이드미러로도 움직임이 보일 정도입니다. 덕분에 처음에는 긴장했던 지하주차장도 몇 번 시도하니 금세 익숙해집니다. 거대한 차체가 마치 한 체급 작은 SUV처럼 움직인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닙니다. 회전 반경이 눈에 띄게 줄어드니 유턴과 주차에서 오는 부담도 크게 덜어줍니다. 에스컬레이드처럼 덩치가 큰 차일수록 후륜조향의 가치는 더 크게 다가옵니다.

여기에 GM의 '어라이벌 모드'는 덤처럼 따라옵니다. 네 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차체를 대각선으로 미끄러지듯 이동시키는 기능입니다. "이걸 어디에 쓰지?" 싶긴 하지만, 직접 작동해 보니 실용성보다는 재미가 돋보입니다. 거대한 에스컬레이드가 게처럼 옆으로 슬며시 움직이는 모습은 지나가는 사람들도 한 번쯤 다시 쳐다볼 정도입니다. 매일 사용하는 기능은 아닐지라도, 플래그십 전기 SUV만이 줄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야간에는 슈퍼크루즈 작동을 알리는 스티어링휠 점멸등이 상당히 밝아 눈이 부십니다. 오른쪽 사이드미러의 시야각도 차체 크기에 비하면 조금 좁게 느껴졌습니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측후방카메라 화면이 뜨는 기능은 유용하지만, 정작 내비게이션 지도 일부를 가리는 점은 개선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사진=권지용 기자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사진=권지용 기자

에스컬레이드 IQ는 전기 심장을 품으면서 비로소 에스컬레이드라는 이름에 걸맞은 완성형 SUV가 됐습니다. 내연기관 시절의 압도적인 존재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과 부드러운 승차감, 긴 주행거리까지 더했습니다. 거대한 차체는 여전히 위압적이지만, 그 안에서 운전자가 느끼는 감각은 한층 더 고급스럽고 여유롭습니다. 에스컬레이드는 전동화를 통해 더 럭셔리해졌고, 더 실용적인 플래그십으로 진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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