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주식 2.4배 유증···최대주주 지분율 92.62% 가능공개매수 실패 뒤 상폐 의심···금감원 정정 요구"증자 규모·대안·효과 설명해야"···신고서 정보가 핵심
SK디앤디가 기존 발행주식의 약 2.4배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상장폐지 재추진을 둘러싼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앞서 최대주주가 두 차례 자진상폐 공개매수에 실패한 가운데 이번 유증으로 지분율이 다시 높아질 수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면서 회사가 주주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디앤디는 지난달 28일 주주배정 방식으로 보통주 4468만1000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기존 발행주식은 1861만7382주다. 예정 발행가는 3060원이며 모집 예정금액 1367억원은 전액 채무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번 유증에 상장폐지 논란이 따라붙은 배경에는 최대주주 한앤컴퍼니의 공개매수 이력이 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는 SK디스커버리와 SK디앤디를 공동 경영해오다 지난해 SK디스커버리 보유 지분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공개매수를 거쳐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잔여 지분을 주당 1만2750원에 공개매수해 SK디앤디를 자진상장폐지하려 했지만 두 차례 모두 목표 지분 확보에 실패했다.
다른 주주 청약 0% 땐 지분율 92.62%···상폐 의심 재점화
소액주주들은 이번 유증 이후 지분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한앤컴퍼니 측이 SK디스커버리 지분 인수를 마치고 자신에게 배정되는 신주를 전량 청약하는 가운데 최대주주 외 구주주의 청약률이 0%일 경우 지분율이 92.62%까지 오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개매수만으로 필요한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뒤 다른 절차를 거쳐 자진상폐를 마무리한 사례도 있다. 최근에는 최대주주가 공개매수 이후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잔여 소수주주 지분을 정리하는 방식이 활용됐다. 락앤락과 커넥트웨이브, 쌍용씨앤이, 비즈니스온 등이 이 같은 절차를 거쳤다.
한편 주주연대는 지난 5일 소액주주 210명, 87만5164주로 지분 4.7%의 동의를 모아 금감원에 증권신고서 중점심사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대규모 신주 발행의 필요성과 조건, 유상증자 이후 최대주주의 지분율 상승 가능성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같은 날 금감원은 SK디앤디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 정정 요구 뒤 상한가···최대주주는 "상폐 계획 없어"
금감원의 정정 요구가 알려진 뒤 주가는 급반등했다. 유증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 하한가를 기록했던 SK디앤디는 지난 6일 상한가로 올랐다. 시장에서는 정정 과정에서 발행 조건이 조정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SK디앤디는 이번 유증이 상장폐지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최대주주 한앤코개발홀딩스도 당분간 추가 공개매수 등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며, 조달 자금은 채무상환에 투입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8030억원, 부채비율은 163.7%였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93억원과 당기순손실 206억원을 기록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인 동시에 기존 주주에게 추가 자금 투입 여부를 선택하게 하는 방식이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이 2020~2022년 국내 상장기업을 분석한 결과 주주배정 방식은 공시 이후 음(-)의 누적초과수익률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이 높을수록 제3자배정보다 주주배정과 일반공모를 선택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홍 연구원은 "주주배정과 일반공모가 기업의 외부자금 조달 필요성 등의 신호로 인식돼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시장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발행 규모·대안·증자 효과까지 설명해야"
특히 SK디앤디처럼 신주 발행 규모가 기존 주식 수를 크게 웃도는 경우에는 산정 근거와 대체 조달수단 검토 여부, 증자 이후 재무구조와 기업가치 변화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약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실제 신주 발행 규모에 따라 지분이 희석될 수 있고, 참여하더라도 기업가치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추가 투자에 따른 부담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자기가 갖고 있는 것보다 2.4배에 투자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럽다"며 주주들이 청약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이번 자금조달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봤다. 더불어 "2.4배보다 더 나은 대안은 없는지 등 여러 현실적인 부분을 충분히 고려한 증자 결정인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의 정정 요구에 대해서는 주주 보호에 필요한 정보가 증권신고서에 충분히 담겼는지를 재점검할 조치로 평가했다. 자금조달 필요성 자체보다는 기존 주주가 청약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근거가 제대로 제시됐는지에 무게를 둔다는 취지다.
이 전문가는 "주주 보호를 위해 충분한 정보가 제공됐는지를 보는 관점에서는 정정 요청의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며 "결국 증권신고서 작성의 내용이 중요한 이슈인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문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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