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거래에도 안정적 운영···기술투자 뒷받침전 종목 DMM 배치···23시간 거래체제 확대"한국 디지털 혁신 기회"···미국 자금조달 협력

글로벌 장기자금을 붙잡는 핵심은 기술 혁신 자체가 아니라 시장에 대한 신뢰라는 제언이 나왔다. 린 마틴(Lynn Martin) 뉴욕증권거래소(NYSE) 사장은 급격한 시장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인프라와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갖추고 사람의 판단을 결합해야 장기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틴 사장은 10일 국회에서 김남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선진화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 방안' 세미나에서 "지난 몇 년간 세계 자본시장은 팬데믹과 급격한 금리 변화, 지정학적 충격과 기술 변화 등을 겪었다"며 "이 같은 충격 속에서도 투자자 신뢰를 유지한 시장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와 보호장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세미나를 주최한 김남준 의원을 비롯해 조승래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장,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장과 증권·자산운용업계 주요 경영진 등이 참석했다.
마틴 사장은 NYSE가 투자자와 발행기업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 최대 거래소로서 투명하고 유동적인 시장을 운영하며, 효과적인 가격 발견과 강력한 위험 관리를 보장해 투자자 신뢰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며 "신뢰는 한 번 구축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공정하고 질서 있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쌓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NYSE는 거래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거래를 처리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마틴 사장에 따르면 지난 3월20일 NYSE 종가 단일가매매(Closing Auction)에서는 역대 최대인 35억7000만주가 거래됐으며 거래 명목금액도 사상 최대인 2305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규모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NYSE 상장기업은 전 업종에서 가격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스프레드가 좁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러한 운영이 가능했던 배경으로 장기간의 기술 투자를 꼽았다. NYSE는 지수와 개별 종목에 각각 서킷브레이커를 적용해 가격이 급격히 움직일 경우 거래를 자동 중단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마틴 사장은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사람의 판단을 결합하는 방식도 소개했다. NYSE는 모든 상장 종목에 지정시장조성자(Designated Market Maker·DMM)를 배정하고 있다. DMM은 개·폐장 경매를 비롯해 장중 호가 형성과 유동성 공급에 관여한다.
NYSE는 오는 12월부터 주 5일, 하루 23시간 거래체제로 확대할 예정이다. 마틴 사장은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복잡했던 요소로 미국 주식시장 간 연결성을 꼽았다. 미국 내 19개 증권시장이 연결된 구조에서 거래시간이 늘어나더라도 기존 운영과 투자자 보호 장치가 그대로 기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그는 한국이 지난 7월6일부터 원·달러 외환시장을 24시간 거래체제로 전환한 점을 짚었다. 한국과 미국의 구조는 다르지만 거래시간 연장에 맞춰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관련 인프라를 정비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준비 과정이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마틴 사장은 신기술 역시 기존 제도와 규칙의 틀 안에서 경계를 정해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규칙과 인프라, 시장의 무결성을 먼저 갖춘 뒤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NYSE는 토큰화 증권의 거래와 온체인 결제를 위한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으며 지난 7월 미국예탁결제원(DTCC)의 토큰화 시범사업에도 참여한 바 있다.
한국 자본시장에 대해서는 혁신기업의 자금조달 가능성을 기회 요인으로 거론했다. 특히 디지털 분야를 중심으로 상당한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며 기업이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해 성장하고, 준비된 기업은 미국에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마틴 사장은 "시장이 투명하고 안정적이며 신뢰받을 때 자본은 가장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간다"며 "기업이 성장하고 혁신이 확산되며 경제가 확대되고, 혁신과 인프라·기회를 뒷받침하는 장기투자가 대규모로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문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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