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3·NFT·스테이블코인 강조···구체성 부족복원에 필요한 자금 조달 계획은 불투명사업권·도메인 둘러싼 법적 분쟁 진행형
싸이월드가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싸이월드 서비스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일정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서비스 인수를 완료했다고 밝힌 시그마체인이 웹3·대체불가토큰(NFT)·스테이블코인을 앞세운 '싸이월드 3.0' 청사진을 내놨지만, 구체적 사업 계획을 제시하지 못한 데다 핵심 데이터 복원과 사업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소재 블록체인 기업 시그마체인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명동에서 싸이월드 인수 완료를 선언하고 '더 리턴 오브 싸이월드(The Return of Cyworld)'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마련해 사업 방향을 공개했다. 싸이월드 초창기 데이터베이스(DB) 설계를 담당했던 곽진영 대표가 인수를 주도한 만큼 원년 멤버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옛 감성을 복원하면서도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다는 게 이들의 계획이다.
하지만 이날 오후 2시 정각으로 예정됐던 간담회는 30여 분이 지나서야 시작됐다. 간담회 시작 직전 김호광 전 싸이월드제트 대표 겸 베타랩스 대표가 행사장 복도에서 돌발 발언을 쏟아내면서다. 김 대표는 "싸이월드 사업권과 도메인이 법적 분쟁 중인 상태에서 이뤄진 거래는 인정할 수 없다"며 "1대 주주인 인트로메딕과 지분 15.21%를 보유한 베타랩스가 매각과 관련한 주주총회 소집 통지나 동의 요청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곽 대표는 김 전 대표와의 갈등을 이유로 간담회 진행 내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싸이월드의 분쟁을 이해하려면 1999년 서비스 시작 후 이어져 온 손바뀜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커뮤니티로 출발한 싸이월드는 미니홈피 서비스를 앞세우며 순식간에 돌풍을 일으켰다. 전성기가 한창이던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가 인수한 뒤엔 가입자 3000만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한국 인구가 4900만여 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노년층과 미취학 아동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용했던 셈이다. 그러나 2010년대 스마트폰이 불러온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며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외산 SNS에 자리를 내주게 됐다.
이후 싸이월드는 포털 사이트 프리챌 창업자 전제완 씨에게 2016년 넘어갔다가 2019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2021년에는 싸이월드제트가 사업권을 인수해 복원에 나섰지만 서비스 재개를 앞두고 김호광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간 법정 소송이 벌어지며 실패로 돌아갔고, 2024년 11월 다시 싸이커뮤니케이션즈가 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시그마체인은 올해 초 싸이커뮤니케이션즈로부터 싸이월드 사업권을 넘겨받은 여섯 번째 주인이다.
김호광 대표는 시그마체인의 싸이월드 사업권 인수 과정의 적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베타랩스는 싸이월드제트의 전환상환우선주(RCPS) 투자자이자 15.21%의 지분을 가진 주주다. RCPS 투자 규모는 약 25억원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베타랩스는 싸이월드제트로부터 블록체인 서비스와 가상자산 관련 사업권도 부여받았다. 이후 베타랩스는 싸이월드제트 등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1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서 약 137억원을 돌려받을 권리를 확보했다. 여기에 추가로 싸이월드 신규 사업 추진에 대한 추가적인 법적 보전처분 및 손해배상 청구 등 모든 법적 수단을 검토·강구한다는 입장이다.
시그마체인이 제시한 싸이월드 부활 해법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싸이월드 3.0'이다. 미니홈피와 일촌, 배경음악(BGM), 도토리 등 기존 싸이월드의 정체성을 되살리는 동시에 이용자가 남긴 사진과 글, 음악 등을 디지털 자산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NFT를 활용해 미니홈피 콘텐츠를 자산화하고, 스테이블코인을 도토리의 결제 수단으로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용자와 크리에이터, 플랫폼이 각각 40%, 40%, 20%의 비율로 수익을 나누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문제는 계획에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시그마체인이 내놓은 청사진에는 웹3와 NFT, 스테이블코인 등 기술적 키워드가 등장하지만 이를 실제 서비스에서 어떻게 구현하고 수익으로 연결할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았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활용 방안을 두고도 회사 내부에서 설명이 엇갈리고 있다. 박형근 시그마체인 최고고객책임자(CCO)는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할 계획은 없고 도토리의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고 설명했지만, 간담회 종료 후 간담회장에 등장한 곽진영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금융권과 논의를 거쳐 향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페타바이트(PB) 규모로 알려진 기존 이용자 데이터의 복원 시나리오도 모호하다. 박 CCO는 관련 질의에 "자체 기술력을 갖춘 내부 개발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데이터 복원 관련 인력은 10~15명 수준이라고 답했다. 해당 인력과 메인넷 구축 경험을 살려 170억건의 데이터 복원을 마친 뒤 오는 10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기에 필요한 자금 조달 계획은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시그마체인이 싸이월드 '메인 도메인' 대신 '서브 도메인'을 사용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현재 시그마체인은 법원 가압류로 인해 메인 도메인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시그마체인은 메인 도메인만 양도받지 못했을 뿐, 나머지 IP와 상표권 및 데이터는 양수받았기에 문제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불어 베타랩스와 싸이월드제트 간 갈등과는 별개라고 강조한다. 시그마체인 측은 "IP 인수는 합법적 절차를 거쳐 완료됐다"며 "도메인 문제는 우회 활용 방안 등을 검토 중이며, 전 경영진 간의 분쟁은 자사와 무관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시그마체인이 넘어야 할 첫 번째 관문은 웹3 생태계가 아니라 10월 실제 서비스 출시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권과 도메인에 대한 법적 다툼과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규모 데이터 복원과 보안 검증까지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내주 추가 기자회견을 예고한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SNS 역사에서 상징성이 큰 서비스인 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부활했으면 하는 기대가 크다"며 "이번에도 서비스 재개는 불투명하고 인수 과정과 법적 분쟁, 사업모델의 불확실성이 먼저 부각되고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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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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