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가격 인상 잇따라···원가 부담 앞세워 줄줄이 조정한 달 새 세 차례 올린 오뚜기···'쪼개기 인상'에 소비자 피로감

최근 식품업계가 잇달아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원재료와 환율,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반복되는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라면과 과자, 음료를 비롯한 주요 먹거리 가격은 줄줄이 올랐다. 주요 식품기업들이 원재료 가격과 환율 상승 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조정했고 외식업계에서도 메뉴 가격 인상이 이어졌다. 한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경쟁사가 뒤따르는 모습도 반복되고 있다. 기업마다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이 끊이지 않는 셈이다.
오뚜기는 최근 한 달여 사이 세 차례에 걸쳐 가격을 조정했다. 지난달 카레와 당면 등 B2C 29개 품목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이달에는 마요네즈와 식용유 등 B2B 제품으로 인상 대상을 넓혔다. 이후 용기면과 냉동만두 가격도 추가로 올렸다. 한꺼번에 가격을 조정하는 대신 품목과 판매 채널을 나눠 순차적으로 올린 셈이다.
개별적으로 보면 서로 다른 가격 조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제품마다 원재료와 거래 조건이 다르고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세 차례 가격을 올렸다는 점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소비자에게는 같은 기업이 대상만 바꿔가며 가격을 계속 올리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사실상 '쪼개기 인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꺼번에 대규모 가격 인상에 나서는 대신 품목과 판매 채널을 나누면 한 차례에 쏠리는 관심과 비판도 분산된다. 상대적으로 소비자 관심이 적은 B2B 제품은 가격 변화를 바로 체감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식자재 가격 상승이 외식업체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면 결국 메뉴 가격을 통해 소비자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식품업계의 '눈치보기식' 가격 인상도 되풀이되고 있다. 먼저 가격을 올릴 경우 소비자 반발과 물가 상승에 대한 비판을 감수해야 하지만 경쟁사가 움직인 뒤에는 가격 조정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원가와 비용 구조는 기업마다 다른데도 비슷한 시기에 가격 인상이 몰리는 배경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기업들의 사정도 있다. 원재료 가격이 오르고 환율 부담이 커지면 제조원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인건비와 물류비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모든 비용을 기업이 감당하라고 요구하기도 어렵다. 적정한 수익성을 확보해야 생산과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는 기업의 설명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만으로 모든 과정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비용 부담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면 어떤 비용이 얼마나 늘었고 왜 해당 시점에 가격을 올려야 하는지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설명도 뒤따라야 한다. 품목과 시점을 나눠 반복적으로 가격을 올리면서 매번 '원가 부담'만을 앞세우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원가를 둘러싼 설명도 소비자의 불신을 키우는 대목이다. 원재료 가격이나 환율이 오를 때는 비용 상승을 이유로 판매가격을 조정하지만 부담이 완화됐을 때 가격을 낮추는 사례는 제한적이다. 비용이 늘어날 때는 소비자와 부담을 나누면서 상황이 나아졌을 때는 오른 가격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인식이 쌓일 수밖에 없다.
가격 인상은 기업의 경영 판단이다. 하지만 식품은 소비자의 일상과 가장 밀접한 상품이다. 개별 제품의 인상 폭이 크지 않더라도 여러 업체가 반복적으로 가격을 올리면 장바구니 부담은 커진다. B2B 제품 역시 외식 물가를 거쳐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가격을 올려야 한다면 그에 따른 비판까지 감수하는 것도 기업의 몫이다. 경쟁사의 움직임을 살피고 품목과 시점을 나눠 가격 인상에 쏠리는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한다면 불가피한 가격 조정이라는 설명도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
품목과 시점을 쪼갠다고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격까지 쪼개지는 것은 아니다. 반복되는 가격 인상 속에서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인상 명분이 아니라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다. 가격을 얼마나 올릴지 못지않게 어떤 방식으로 올리고 소비자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도 식품기업이 감당해야 할 책임이다.
뉴스웨이 김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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