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 이후 첫 법정 대면···조현준, 핵심 증인 출석보도자료·사과 요구 두고 강요 여부 공방비리 폭로 '압박 카드' 쟁점
10년 넘게 갈등을 이어온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효성 형제의 난'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서 마주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과거 효성 측에 한 보도자료 배포와 사과 요구 등이 형법상 강요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이성열 판사는 조 전 부사장의 강요미수 등 혐의 공판을 열고 조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이날 오전 증인신문 출석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굳은 표정으로 향했다. 이후 법원에 들어선 조현문 전 부사장 역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발걸음을 옮겼다.
두 형제가 법정에서 직접 마주하는 것은 오랜 기간 이어진 '효성 형제의 난' 이후 처음이다. 조현준 회장은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조 전 부사장은 차남이다.
당초 조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은 지난 4월 예정돼 있었지만 조 회장이 당시 대통령 인도·베트남 순방 동행 일정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연기됐다.
이번 증인신문의 핵심은 조현문 전 부사장이 당시 효성 측에 한 요구와 발언이 형법상 강요 행위로 볼 수 있는지다. 양측이 실제로 어떤 요구와 발언을 주고받았는지, 그 수위는 어느 정도였는지, 조 회장 측이 이를 실제 위협으로 받아들였는지 등을 두고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의 직접적인 출발점은 조현준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을 고소한 2017년이다. 조 회장 측은 당시 조 전 부사장이 비상장주식을 고가에 매입하지 않을 경우 위법행위 관련 자료를 검찰에 넘기겠다는 취지로 자신을 협박했다며 공갈미수 등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이후 관련 자료와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수사를 이어간 끝에 2022년 11월 조 전 부사장을 강요미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다만 현재 재판에서 문제 되고 있는 구체적인 행위는 조 회장의 고소보다 앞선 2013년, 조 전 부사장이 효성을 떠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조현문 전 부사장 측은 2013년 2월 효성 측에 자신의 퇴사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배포해달라고 요구했다. 해당 보도자료에는 조 전 부사장이 회사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취지의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 측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조 회장과 효성 관련 비리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할 수 있다는 취지로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사과 요구 과정에서도 형사 수사 가능성을 거론했다는 게 검찰 측 판단이다.
조 전 부사장 측은 계열분리와 퇴직 조건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정당한 요구였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비리 폭로와 형사 고발 가능성을 앞세워 상대방에게 보도자료 배포와 사과 등 의무 없는 일을 요구했다면 정상적인 협상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조 전 부사장이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 지분 정리 문제도 얽혀 있다. 조 전 부사장이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비상장주식을 정리하기 위해 조 회장 관련 비리 폭로 가능성을 협상 카드로 활용했다는 것이 검찰 측 시각이다.
당시 효성가 삼형제는 동륭실업·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신동진 등 비상장사의 지분을 서로 교차 보유하고 있었다. 조 전 부사장이 동륭실업 지분 80%를, 조 회장이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지분 80%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신동진 지분 80%를 각각 보유하고 나머지 20%를 다른 두 형제가 10%씩 나눠 갖는 구조였다. 이들 회사가 모두 비상장사였던 만큼 조 전 부사장이 효성과의 지분 관계를 완전히 끊으려면 결국 다른 가족들과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수사기관은 바로 이 과정이 단순한 지분 정리 협상에 그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6월 공판에서 검찰 측은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과 고 조석래 명예회장 측을 상대로 고발·소송 가능성 등을 거론하는 한편, 언론인과 재계 인맥 등을 통해 비상장주식 정리 요구를 우회적으로 전달하는 투 트랙 전략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증인신문에서는 당시 강요 행위의 실체뿐 아니라 조 회장이 2017년 고소에 나서게 된 과정 자체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의 별도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 측과 주고받은 이메일과 문건 등이 확보됐고, 조 회장이 2016년 참고인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 가운데 일부 자료를 확인한 뒤 2017년 고소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증인신문은 오후 늦게까지 이어질 예정이며,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오는 28일 추가로 진행된다.
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kohjihy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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