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기차만 고집 안 한다···현대차, 하이브리드로 벌고 SDV에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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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만 고집 안 한다···현대차, 하이브리드로 벌고 SDV에 베팅

등록 2026.08.27 15:19

권지용

  기자

북미 HEV 집중, 유럽 EV 강화로 판매 확대내년 EREV 신차 출시로 xEV 멀티 트랙SDV 양산·자율주행 데이터 경쟁 강화

EREV 모델 출시가 예고된 현대차 아이오닉 V 사진=현대자동차EREV 모델 출시가 예고된 현대차 아이오닉 V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하이브리드차로 수익성을 지키면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와 자율주행에 투자하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한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시장마다 다른 현실을 감안해 북미에서는 하이브리드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로 돈을 벌고 유럽에서는 전기차 판매를 확대한다. 이렇게 확보한 판매 규모와 수익성을 미래차 기술에 재투자하는 방식이다.

2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2030년 글로벌 판매 555만대(현대차·제네시스 합산), 영업이익률 9%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판매 목표 415만8000대보다 약 140만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단순한 판매 확대가 아니라 전동화와 미래차 투자를 동시에 감당할 '체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가 크다.

전략의 첫 단추는 하이브리드다. 현대차는 북미에서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신차 10종을 추가하고 판매 비중을 50%까지 높일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싼타페 EREV를 미국에 투입한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의 HEV 판매량은 36만3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18% 늘었다.

북미에서 하이브리드와 EREV를 확대하는 것은 전기차 전환이 예상보다 느린 시장에서 수요를 놓치지 않으면서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한 선택이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전기차 전환을 기다리며 내연기관차에만 의존하는 것도,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기차 생산을 급격히 늘리는 것도 부담이다. 현대차는 그 사이를 하이브리드로 메우겠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정반대 전략을 취한다. 현대차는 2030년 유럽 EV 판매 목표를 42만대로 잡았다. 지난해 11만6000대에서 약 4배 늘리는 수준이다. 유럽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3 등 신차를 지속적으로 투입해 전기차 판매를 확대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26일 열린 '2026 현대차 인베스터데이'에서 유럽 전기차 시장에 대해 "캐즘은 확실히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유럽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기차 판매를 늘릴 수밖에 없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 역시 결국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판단이다.

결국 현대차가 택한 것은 '전기차냐 하이브리드냐'의 선택이 아니다. 시장별 전환 속도에 맞춰 가장 수익성이 높은 동력원을 배치하는 전략이다. 전기차 전환이 빠른 유럽에서는 EV로 대응하고, 하이브리드 수요가 강한 북미에서는 HEV와 EREV를 앞세운다.

현대차가 이 전략을 통해 확보하려는 것은 자동차 판매량 자체만이 아니다. 미래차 사업에 투자할 현금과 데이터를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현대차는 2027년 말까지 SDV 양산 준비를 끝내고 2028년 초 첫 SDV 양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차량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로 학습한 뒤 성능을 개선해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로 다시 차량에 적용하는 '데이터 플라이휠' 구축도 추진한다.

박민우 현대차 AVP본부장 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는 자율주행 경쟁력의 핵심으로 데이터 확보 속도를 꼽았다. 차량에서 데이터가 들어오면 얼마나 빠르게 학습하고 성능을 개선해 다시 차량에 적용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 규모가 중요한 무기가 된다. 수백만대의 차량이 도로를 달리면 실제 주행 환경에서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도 그만큼 늘어난다. 이를 AI 학습에 활용하고 개선된 자율주행 기능을 다시 양산차에 적용하면 차량 판매가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현대차가 2029년 새만금에 100MW급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5만장 이상의 GPU를 수용하려는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이다. 자동차 제조사의 경쟁력을 생산 규모에서 데이터와 컴퓨팅 능력으로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자율주행도 단계적으로 고도화한다. 2028년부터 레벨2++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하고 이후 레벨4 수준까지 개발한다. 아트리아 AI는 2029년부터 양산하고, 올해 4분기부터 미국에서 아이오닉 5 기반 로보택시를 웨이모에 공급한다. 모셔널도 올해 말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상용화를 추진한다.

이 때문에 현대차의 이번 전략은 단순한 '전기차 속도 조절'로 해석하기 어렵다. 오히려 하이브리드와 EREV를 미래차 투자를 위한 현금창출원으로 활용하고, 글로벌 판매 확대를 데이터 확보로 연결해 SDV와 자율주행 경쟁력을 키우려는 구상에 가깝다.

관건은 현대차가 이 선순환 구조를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555만대 판매와 영업이익률 9%를 동시에 달성해야 미래차 투자 여력이 생기고 확보한 차량 데이터를 실제 소프트웨어 경쟁력으로 전환해야 한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판매 믹스를 조절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과제가 SDV와 자율주행의 사업화인 셈이다.

무뇨스 사장은 "로봇이나 SDV, 로보택시와 같은 사업에서도 크게 성장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더 큰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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