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빅파마 'M&A·기술도입' 열풍···K-바이오, 5년 저평가 늪 탈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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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파마 'M&A·기술도입' 열풍···K-바이오, 5년 저평가 늪 탈출할까

등록 2026.08.27 07:08

임주희

  기자

특허 만료 앞둔 글로벌 빅파마, 2분기 M&A 규모만 34.7% 급증K-바이오, 올해 기술수출 17조원 돌파···'항암에서 비만·뇌질환' 까지잇단 '조 단위 빅딜'에도 기업가치는 저조···증권가 "재평가 시점 도래"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빅파마들이 신약과 기술 확보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올해 누적 17조원을 웃도는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을 달성하며 K-바이오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기업가치는 그만큼 상승하지 못한 채 장기 저평가(디스카운트)에 갇힌 모습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고도화된 연구개발(R&D) 역량과 실질적인 기술료 유입이 증명된 만큼,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가치 재평가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허 절벽 앞둔 글로벌 빅파마···'M&A·기술도입'에 천문학적 자금 투입

'특허 절벽'을 앞두고 글로벌 제약사들은 외부로 적극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블록버스터 신약들의 특허 만료 시점이 임박하면서 자체 연구개발(R&D)만으로는 중장기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딜포마(DealFor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헬스케어 R&D 파트너십은 327건으로 총 1726억달러(약 238조원) 규모를 기록했다. M&A는 305건, 총 1941억달러(약 268조원)로 활발한 거래가 이어졌다.

특히 올해 2분기 글로벌 M&A 규모는 1114억달러를 기록해 전분기 대비 34.7% 급증했다. 파트너십 거래 건수는 다소 조정됐으나, 2분기 계약 규모는 843억달러로 높은 수준을 유지해 유망 파이프라인을 선점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관련 업계에서 차별화된 R&D 자산을 보유한 바이오텍에 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 이유다.

이미 17조원 돌파···항암 외 비만·뇌질환·플랫폼으로 확장

이러한 글로벌 수요의 흐름에 맞춰 국내 기업들의 기술수출 성과도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는 모습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누적 기술수출 규모는 17조 2472억원이다.

양적 성장뿐 아니라 기술의 '질적 변화'도 뚜렷하다. 파트너십 대상은 로슈(Roche), 제넨텍(Genentech), 일라이 릴리(Eli Lilly), GSK,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 바이오젠(Biogen) 등 글로벌 최상위권 빅파마로 채워졌다. 과거 항암제에 치우쳤던 타깃 질환 역시 비만·대사질환, 알츠하이머 등 뇌질환, 자가면역질환, 희귀질환 등으로 다변화됐다.

기술 유형 면에서는 다수 기업과 반복적으로 계약이 가능한 '플랫폼 기술'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먼저 알테오젠의 경우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플랫폼 'ALT-B4'를 기반으로 아스트라제네카(13억5000만달러), 테사로·GSK(2억8500만달러), 바이오젠(5억7900만달러)에 이어 최근 비공개 파트너사와 3억6500만달러 규모의 추가 계약을 성사시켰다.

에이비엘바이오도 혈뇌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로 GSK(29억9500만달러), 일라이 릴리(26억200만달러)와 조 단위 대형 계약을 맺었다.

알지노믹스와 올릭스도 RNA 편집 및 간질환 타깃 플랫폼 기술로 각각 일라이 릴리와 13억3400만달러, 6억30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으며 차세대 모달리티 경쟁력을 입증했다.

여기에 한미약품이 로슈·제넨텍에 총 23억500만 달러(약 3조1000억원, 반환의무 없는 계약금 1억9000만달러) 규모로 'HM17321' 기술 수출에 성공하면서 K-바이오 위상이 더욱 높아진 모습이다. 'HM17321'은 체중 감량과 근육 보존을 동시에 목표로 하는 UCN2 유사체 기전으로, 임상 1상 초기 단계임에도 이례적으로 높은 계약금을 확보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실적·빅딜 쏟아져도···글로벌 대비 5년간 누적된 주가 저평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연이어 성과를 냈지만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 구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경우 기술 수출 발표 당일 주가가 30% 급등했다. 증권가에서도 일제히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기존 74만원에서 81만원으로 상향했으며,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증권도 각각 76만원, 73만원, 71만원을 제시했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일라이 릴리-소네페글루타이드 딜 이후 추가적인 딜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으나 에피노페그듀타이드 임상 2b상 결과 발표 지연, 북경한미 실적 역성장 우려로 한미약품 주가는 하락했다"며 "기대감이 없을 때 공시된 제넨텍향 기술이전은 그만큼 서프라이즈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의 모멘텀은 한국형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식약처 승인 및 론칭, 11월 초 미국간학회(AASLD, 11월5~9일)에서 에피노페그듀타이드 2b상 결과 발표가 전망된다"며 "그동안 시장이 에피노페그듀타이드 2b상 결과 발표 지연을 리스크로 받아들인 만큼, 임상 성공 여부와 MSD 개발 전략이 주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논문으로 공개된 이전 2a상 임상 결과는 긍정적이었으며, 최근 GLP-1RA 계열의 MASH 신약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위고비 대비 분명한 임상적 이점을 제시한다면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초기 1상 단계임에도 높은 계약금을 지급한 것을 두고 "단독 치료뿐 아니라 인크레틴과의 병용을 통해 체중 감량 효과를 유지하면서 체성분을 개선하는 전략도 가능하다"며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하지만 한미약품 주가는 하루 만에 다시금 약세 전환했다. 3조원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했음에도 저평가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미약품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5년간 미국 및 글로벌 헬스케어 지수를 비교해 보면 미국 헬스케어 지수는 133.3, 글로벌(World) 지수는 118.1로 상승한 반면 국내 헬스케어 지수는 70.7까지 떨어지며 30% 가까이 역성장했다. 코스피 지수 대비 제약산업 지수 상대수익률도 최근 6개월간 약 24%가량 하락하며 괴리가 크게 벌어진 상태다.

이는 과거 임상 중단이나 기술 반환 사태 등의 사례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 경험이 보수적인 투자 심리 지속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실제 유입되는 계약금과 마일스톤 등 기업가치 개선 요인이 온전히 밸류에이션에 반영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파이프라인 가치, 숫자로 입증···증권가 "비중확대·재평가 필요"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 바이오텍의 파이프라인 경쟁력이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누적된 밸류에이션 차이를 메우는 재조정이 나타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선 기술에 대한 확신이 존재하지만 '성공'까진 리스크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과거엔 시장에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면 최근엔 적극 소통하며 기업 가치 개선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만큼 시장의 오해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제약바이오가 과거에는 막연한 임상 성공 기대감에 의존하며 테마 장세를 형성했다면, 최근에는 빅파마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검증된 기술력을 보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현금 창출력을 갖춘 기업들이 출현하면서 시장의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제약업종에 대해 '비중확대(Overweight)' 의견을 유지하며 "글로벌 제약사의 외부 신약 및 기술 확보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의 다양한 R&D 자산이 실제 대형 기술수출로 연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존 실적 성장에 기반한 긍정적 섹터 전망과 더불어 글로벌 빅파마를 파트너로 한 대형 기술수출의 지속은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글로벌 대비 누적된 주가 격차를 고려할 때 국내 제약·바이오 섹터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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