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사 제품 60% 이상 범위에서 구매비율 합의타사 유류 구매 이유로 거래조건 차별 금지공급가격 경쟁 촉진·소비자 기름값 인하 기대
2008년 허용 이후 18년간 제자리걸음에 그쳤던 주유소 혼합판매가 확대될 전망이다. 주유소가 계약 정유사 제품의 구매 비율을 월 구매량의 60% 이상 범위에서 정하고 나머지는 다른 정유사 제품으로 살 수 있도록 거래 기준이 구체화됐기 때문이다. 정유사 간 가격 경쟁이 주유소 매입단가와 소비자 기름값을 동시에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화는 전날 혼합구매 확대와 사후정산제 폐지를 골자로 한 '석유유통업종 표준대리점계약서'를 개정했다. 개정 계약서는 주유소와 정유사가 계약 정유사 제품의 구매 비율을 월 전체 구매량의 60% 이상 범위에서 합의하도록 했다. 나머지 물량은 다른 정유사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혼합구매를 이유로 공급가격이나 물량 등 거래조건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공급대금은 주유소가 제품을 발주한 시점의 가격으로 확정된다. 한 달 뒤 월평균 가격을 적용하던 사후정산은 원칙적으로 폐지된다. 다만 주유소가 별도로 요청하면 발주 후 7일 이내에서 예외적으로 사후정산할 수 있다.
혼합판매는 이번에 처음 허용된 제도가 아니다. 공정위는 2008년 '석유제품 판매 표시광고 고시'를 폐지해 특정 정유사 간판을 단 주유소도 혼합판매 사실을 알리면 타사 제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했다. 2009년에는 정유사들의 전량구매 강요를 제재했고, 2010년에는 혼합판매 계약기준을 마련했다. 당시 공정위는 제도가 활성화되면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30원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혼합판매는 현장에 정착하지 못했다. 정유사 상표와 시설·자금 지원, 외상거래 한도, 제휴카드 할인, 포인트 적립 등이 전량구매 계약과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주유소는 타사 제품을 취급할 경우 기존 지원 축소와 브랜드 신뢰 저하, 품질 책임 문제를 감수해야 해 혼합구매에 나설 유인이 크지 않았다.
이번 개정은 지난 4월 한국주유소협회와 SK에너지·GS칼텍스·S-OIL·HD현대오일뱅크가 체결한 상생협약의 후속 조치다. 과거 정부가 혼합판매를 허용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에는 정유 4사가 혼합계약 전환과 사후정산 폐지에 직접 합의하고 이를 표준계약서에 반영했다는 점이 다르다.
이번 조치가 현장에 안착하면 정유사 간 공급 경쟁이 촉진돼 소비자 기름값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된다. 주유소가 계약 정유사 외에 다른 정유사의 공급가격을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주 시점에 매입가격이 확정되면 주유소의 판매가격 결정과 비용 관리도 수월해진다. 매입비용 절감분이 판매가격에 반영될 경우 소비자의 주유비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2008년 혼합판매 활성화 정책이 나왔지만 대부분 주유소가 전량구매 계약에 묶여 실제 계약 변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정유사들도 상생협약에 참여한 만큼 과거보다 계약 변경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알뜰주유소는 전체 물량의 50%를 석유공사를 통해 구매하고 나머지는 저렴한 제품을 자유롭게 살 수 있지만 일반 자영주유소는 그렇지 못했다"며 "일반 자영주유소에도 구매 자율성이 생기면 기름값 인하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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