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RC·이건존스·ISS·서스틴베스트 백인규 지지3%룰로 기관·일반주주 표심이 당락 좌우할 전망영풍·MBK, 박유경 독립성·지배구조 경험 강조
다음 달 고려아연 임시주총을 앞두고 영풍·MBK파트너스 측 박유경 감사위원 후보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4곳에서 모두 반대 권고를 받았다. 감사위원 선임에는 '3%룰'이 적용돼 영풍·MBK 측의 지분 우위도 제한되는 만큼 표대결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다음 달 9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임시주총을 연다. 상정 안건은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과 집중투표에 의한 독립이사 4명 선임,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명 선임 등이다.
이번 임시주총의 실질적인 승부처는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석이다. 독립이사 4석은 집중투표 결과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각각 2석씩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권고안을 공개한 PIRC와 이건존스 프록시 서비스, ISS, 서스틴베스트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4곳이 잇따라 고려아연 측 감사위원 후보를 지지했다. 이들은 모두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후보에게 찬성하고, 영풍·MBK 측 박유경 후보에는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판단을 가른 것은 독립성보다 직무 전문성이었다. 서스틴베스트는 두 후보의 독립성에서 뚜렷한 차이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신 최근 고려아연이 회계처리기준 위반과 내부회계관리제도 관련 제재를 받은 만큼 회계·감사와 내부통제 감독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ISS와 PIRC도 같은 지점을 짚었다. 백 후보가 한국과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하고 딜로이트에서 회계감사와 재무자문, 내부통제 업무를 장기간 담당한 경력이 감사위원회의 당면 과제와 직접 연결된다는 평가다.
백 후보는 한국 딜로이트그룹 이사회 의장과 ESG센터장을 거쳐 현재 단국대학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산학협력중점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영풍·MBK 측은 자문사들이 감사위원의 전문성을 회계·감사 경력으로 지나치게 좁게 평가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감사위원은 회계뿐 아니라 대규모 투자와 자본배분, 이해상충, 경영진의 업무집행 전반을 감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후보는 네덜란드계 연기금 운용사 APG에서 약 17년간 아시아·태평양 지역 책임투자와 기업지배구조 업무를 담당했다. 국민연금 ESG위원회 위원과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위원회 위원 등도 역임했다. 영풍·MBK 측은 박 후보가 공개추천과 외부 전문가 심사를 거쳐 선정된 만큼 경영진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지배구조 감독 경험에서 강점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후보 추천 절차를 둘러싼 양측의 평가도 엇갈린다.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이 진행한 공개추천에서 적합한 후보가 나오지 않자 경영진이 백 후보를 제안하고 이사회가 추천했다며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고려아연은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주주들에게 후보 추천 기회를 부여했고, 전원 독립이사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심사와 검토를 거쳐 백 후보를 최종 추천했다고 맞서고 있다. ISS도 후보 추천 과정이 부적절하거나 일반적인 지배구조 기준에 어긋난다고 볼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자문사 권고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3%룰'이다. 감사위원 선임에서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합산 3%로 제한된다.
지난 3월 정기주총 당시 영풍·MBK 측 지분은 약 41.1%, 최윤범 회장 측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약 37.9%로 추산됐다. 일반 이사 선임에서는 영풍·MBK 측이 지분율에서 앞서지만 감사위원 선임에서는 이 같은 우위가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만큼 기관과 일반주주의 선택이 최종 당락을 좌우할 전망이다.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에 강제력은 없지만 현재까지 자문사 4곳의 선택이 백 후보에게 모였다는 점은 주총 표심을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자문사 권고만으로 당락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되는 감사위원 선임에서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며 "3%룰 아래 기관과 일반주주의 지지를 누가 더 확보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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