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N% 성과급' 쟁의 대상서 제외···재계 "배치전환 우려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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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성과급' 쟁의 대상서 제외···재계 "배치전환 우려 여전"

등록 2026.09.03 16:46

신지훈

  기자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정부가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 6개월 만에 노동쟁의 대상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내놨다. 기업의 영업이익 등과 연동한 'N% 성과급' 요구와 공장 신설·이전, 사업 매각·인수, 인공지능(AI)·자동화 설비 도입 자체를 노동쟁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은 데 대해서는 재계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치전환과 인력 재배치까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한 데 대해서는 인사·경영권 제약과 투자 차질을 우려했다.

고용노동부는 3일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발표했다. 지난 3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산업 현장에서 논란이 된 경영성과급, 공장 신설·이전, 사업 매각·인수, AI·자동화 도입 등의 교섭·쟁의 대상 여부를 구체화한 것이 핵심이다.

재계가 반긴 '경영판단 자체는 쟁의 대상 아냐'

이번 지침에서 재계가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은 경영판단 자체와 그에 따라 발생하는 근로조건 변화를 구분한 것이다.

노동부는 영업이익·매출액·당기순이익 등 기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도록 요구하는 이른바 'N% 성과급'은 의무적 교섭이나 조정·쟁의행위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기업의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지는 주주 등 제3자의 권익과도 관련된 경영상 판단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기본급이나 연봉의 일정 비율, 정액 지급 등 근로자가 받을 임금 수준을 구체적으로 정한 성과급 요구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결국 성과급이라는 명칭이 아니라 기업의 이익배분에 대한 경영상 결정인지, 근로자가 받을 임금 수준에 관한 요구인지가 기준이 된다.

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노동부의 판단이 당연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A기업 관계자는 "성과급은 성과가 날 경우에 경영 판단에 따라서 지급하는 것이지, 그걸 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노동부의 해석이 당연한 판단이고 상식적인 해석"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중심 노동조합 '동행'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일대에서 DS부문과 보상격차 해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중심 노동조합 '동행'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일대에서 DS부문과 보상격차 해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다만 이번 지침이 이미 노사 합의를 마친 성과급 문제에 소급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업 현장의 반응도 나왔다. B기업 관계자는 "성과급 문제는 이미 노사 협의를 끝낸 것이기 때문에 이미 정해진 문제를 노동부 지침이 나왔다고 해서 소급 적용하거나 재협상을 하거나 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공장 신설·이전과 사업 매각·인수 등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해당 경영결정 자체는 의무적 교섭이나 쟁의 대상이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배치전환 등으로 근로자의 지위와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인 변화가 발생하면 해당 부분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

AI와 자동화 설비 도입 역시 기술 도입 결정 자체는 경영판단 영역으로 보되, 이후 직무·근무 형태 변경이나 배치전환, 고용안정 대책 등이 구체화되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그동안 재계가 요구해온 "신규 투자나 공장 신설 등 고도의 경영판단 자체를 노동쟁의 대상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 특히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2027년도 단체교섭 의제로 삼겠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던 공장 신설 자체가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논란에도 정부가 선을 그은 셈이다.

공장은 못 막지만···인력 재배치가 새로운 쟁점

재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경영판단 이후의 인력 운영이다.

노동부는 공장 신설이나 이전, AI·자동화 도입 자체는 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성 배치전환이나 근무지·직무·근무형태 변경 등이 구체화될 경우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예컨대 공장을 새로 짓는 결정 자체는 기업의 경영판단이지만, 기존 사업장의 인력을 신설 공장으로 이동시키거나 직무를 바꾸고 근무형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근로조건에 구체적인 변동이 발생한다면 노조가 이를 교섭 의제로 요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

경영계가 이번 지침을 두고 가장 우려하는 부분도 여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공장 신설이나 AI·자동화 도입에 따른 배치전환까지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될 경우 통상적인 인사이동까지 노조의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인사·경영권이 과도하게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는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것뿐 아니라 인력을 재배치하는 과정까지 포함하는 만큼 투자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시행지침 발표 전 재계가 요구했던 내용과도 맞닿아 있다. 재계는 신규 투자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인력 배치와 정리해고·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신규 투자에 따른 일반적인 인력 재배치는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결국 이번 지침은 공장 신설이라는 1단계 경영판단에는 선을 그었지만, 그 결과 발생할 수 있는 인력 재배치라는 2단계에서는 교섭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재계로서는 경영판단 자체가 노동쟁의로 확대되는 것을 막았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 노사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인력 운영 문제는 여전히 남은 셈이다.

특히 신규 투자나 신기술 도입에 따른 인력 재배치가 구조조정인지 통상적인 인사권 행사인지에 따라 노동쟁의 대상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현장에서 해석을 둘러싼 노사 간 충돌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침과 시행령은 달라"···기업들, 법적 구속력에 여전한 의문

시행지침의 법적 성격 역시 재계가 문제로 지적해 온 부분이다. 당초 재계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을 통해 경영판단과 노동쟁의의 경계를 명확하게 규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최종적으로 시행령이 아닌 행정지침을 선택했다.

지침은 노동부와 노동위원회 등이 법을 해석하고 집행할 때 참고하는 행정상 기준이다. 법률이나 대통령령과 같은 법규명령은 아니기 때문에 개별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갈 경우 법원을 직접 구속하지 않는다.

기업 현장에서도 시행지침만으로는 노조의 실제 대응까지 통제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C기업 관계자는 "시행지침과 시행령 등은 전혀 다른 문제인데, 시행지침은 권고 사항인 만큼 법적 효력도 없다"며 "신규 투자의 경우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지침도 노조가 이를 따라줘야 하는 문제인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부분은 지침보다는 시행령을 통해 대통령이 확고하게 해줘야 기업 입장에서도 정부 정책에 발맞춰 잘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D기업 관계자도 "공장 신설이나 투자 등 경영판단 자체가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원칙을 확인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투자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인력 재배치까지 쟁의 대상으로 해석될 여지가 남아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행정지침의 법적 구속력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경영판단과 통상적인 인사·배치전환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지침은 재계가 요구했던 '경영판단 보호'의 첫선을 그었지만, 실제 투자 집행 과정에서 필수적인 인력 재배치까지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지는 여전히 노사 간 쟁점으로 남게 됐다.

특히 대규모 신규 투자와 신기술 도입이 이어지는 산업 현장에서는 경영판단과 통상적인 인사권의 경계를 둘러싼 추가적인 법적·노사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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