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술 수준 확인하고도 심의안건서 누락공장 건설뿐 아니라 양산·납품도 완공 조건
한국수출입은행이 스웨덴 배터리 공장 프로젝트파이낸스(PF)를 심사하면서 초기 단계에 머문 기술 수준을 확인하고도 심의안건에 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사표에 '기술위험' 항목은 있었지만, 정작 대량생산 가능성을 판단할 핵심 정보가 빠졌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감사원이 공개한 '한국수출입은행 정기감사' 보고서에서 수은은 2020년 7월 17일 여신전문위원회 의결로 스웨덴 배터리 제조업체에 1억달러 규모의 대출을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의 배터리 제조설비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이었다.
승인 전 기술 수준을 확인할 자료는 확보돼 있었다. 수은과 유럽투자은행(EIB) 등 대주단이 자문을 의뢰한 영국 컨설팅 업체는 2020년 6월 20일 기술자문보고서를 제출했다. 배터리 제조업체의 셀 연구개발이 아직 A샘플 단계라는 내용이 담겼다.
A샘플은 제한된 기능을 구현해 제품의 초기 개념을 확인하는 단계다. 샘플 수량이 적고 생산 공정의 편차도 확인하기 어렵다. 감사원은 수은 서비스산업금융부가 이를 확인하고도 기술 수준을 여신전문위원회 부의안건에 포함하지 않아 양산위험 검증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실제 심사 내역에는 공사비용 초과와 공사지연 위험에 대한 검토가 담겼다. '기술위험' 항목에는 "상업적으로 입증된 최신 기술사용"이라는 문구와 주요 구매자가 사업 초기부터 시제품 기술요건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기재됐다.
그러나 감사원은 기술요건 확인이 완성된 시제품에 해당 요건이 구현됐다는 뜻은 아니라고 짚었다. 향후 구현해야 할 요건을 제시했다는 의미여서 양산위험 검토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요구 사양을 정한 것과 그 사양에 맞는 제품을 대량생산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금융계약상 '완공'의 기준도 공장을 짓는 데 그치지 않았다. 공장 완공 후 90일 이상 일정 수준 이상의 배터리 셀 등을 제조하는 등 완공·운영·신뢰성(COR) 검사를 통과하고, 60일 이상 배터리 셀을 납품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건설뿐 아니라 양산과 납품까지 가능한지를 심사해야 하는 사업이었다.
수은은 대출 승인 후 2020년 12월 22일부터 2023년 5월 31일까지 7차례에 걸쳐 9750만달러를 집행했다. 업체는 공장을 완공했지만 배터리 수율이 목표인 95%에 크게 못 미치는 31% 수준에 그치며 양산에 실패했고, 2025년 3월 12일 스웨덴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수은의 예상손실은 1266억여원이다. 이는 2025년 11월 감사일 현재 관련 손실충당금 적립액으로, 최종 확정된 손실액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감사가 드러낸 빈틈은 기술위험 검토 항목의 부재가 아니라, 이미 확보한 기술 수준 정보가 심의 과정에 전달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감사원은 수은에 PF 심사 제도 개선을 통보하고, 기술 수준 성숙도 등 핵심 사실관계를 누락해 여신심사를 부실하게 진행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해외 PF는 최신 기술이나 수율 검증 같은 기술적 리스크 파악이 핵심인데, 자문 보고서의 핵심 정보가 심의 단계에서 누락된 것은 심각한 리스크 관리의 허점"이라며 "단순히 심사 항목을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확보된 리스크 정보가 안건 보고서에 빠짐없이 반영되도록 검증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moonsj7092@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