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퍼트 귀신 만난 그날 잠을 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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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트 귀신 만난 그날 잠을 설쳤다

등록 2026.09.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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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 어디로 갔지?"

드라이버로 티샷을 한 동반자가 옆에 있던 필자에게 물었다. 공이 똑바로 선명하게 잘 날아가는데도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보니 120~130m 짧은 홀에서도 온 그린(On green) 여부를 몰랐다. 헤드 업을 안하기 때문이 아니라 아예 공을 보지 못했다.

공이 날아간 방향을 모르니 수시로 캐디나 동반자들에게 물어봤다. 러프 주변에서 공을 잘 못 찾고 롱 홀에선 두번째나 세번째 샷 후에 엉뚱한 곳으로 걸어가기도 한다.

간혹 동반자가 오비(OB)를 냈음에도 옆에서 "굿 샷!"이라고 외쳐 주위를 놀라게 한다. 공 방향과 상관없이 소리에만 반응한다.

사진=기고자 제공사진=기고자 제공

버디만 하면 캐디에게 팁을 주는 완벽한 싱글 고수가 있다. 너무 팁을 남발하지 않나 하는 평소 의문이 식사 자리에서 풀렸다.

그린에서 라인을 읽지 못해 대부분 캐디에게 의존해 고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눈이 안 좋아 핀 방향과 거리, 그리고 경사 파악이 무척 힘들어 캐디에게 상당 부분 의존해야 버디를 잡는다고 토로했다.

골프장에서 그는 캐디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세심한 손길과 정성이 가지만 그만큼 캐디로서는 수입이 두둑하다.

골프에서 시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골프장이 달라 보였다." 타이거 우즈가 1999년 라식 수술을 받고 한 말이다. 심한 근시였던 그는 안경이나 콘택트렌즈가 없으면 약 30cm 앞 손가락 개수를 겨우 셀 정도였다.

수술 직후 1.3 정도까지 좋아진 시력 덕분에 홀과 경사가 더 크게 보였다는 후일담이다. 눈이 사물을 더 정확하게 인식해 골프장의 3차원 공간 자체가 달라졌다. 라식수술 후 복귀한 첫 대회인 디즈니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미클슨도 원래 공을 제대로 못 보았다고 한다. 애리조나주립대 시절부터 엄청난 골프 실력에도 그의 시력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웨지 샷으로 떨어지는 공보다 먼 거리는 제대로 보지 못했고, 시력 검사에서도 가장 큰 'E' 정도만 읽었다. 그는 맞춤형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이듬해인 1991년 PGA 투어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우승한다.

"나쁜 시력으로 골프를 잘할 수 없다"가 아니라 좋은 시력으로 기존 골프 능력을 훨씬 더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패트릭 리드 사례는 더 극적이다. 2018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하기 불과 며칠 전 그는 먼 거리를 제대로 못 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력 검사를 받고 콘택트렌즈를 처방받은 직후 열린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콘택트렌즈가 일등공신이라는 단정은 무리이지만 정상 시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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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골프계에서 핑계거리가 없으면 마지막에 나오는 말이 "이상하다. 오늘은 왜 이러지"이다. 실제로는 시력 저하가 원인일 수 있다.

전문의에 따르면 골프에서 시력은 밝기, 대비, 입체감, 거리 판단, 눈부심, 색깔 구별, 움직이는 공의 추적 등에 종합적으로 작용한다. 날아가는 공의 식별 여부보다 입체감과 깊이 지각(depth perception) 능력 저하가 치명적이다.

일반 골퍼에게 중요한 시력은 크게 4가지라고 한다. ①원거리 시각 ②입체시·거리감 ③대비 감도 ④근거리·중거리 시력이다.

원거리 시력은 공 낙하지점, 핀과 장애물 확인에 도움을 주고 입체시·거리감은 실제 거리와 높낮이 판단에 활용된다. 대비 감도는 잔디나 러프에서 공 찾기, 근거리·원거리 시력은 그린에서 라인, 공 위치, 미세한 굴곡을 판단하는 데에 중요하다.

골프 도중 "시력표는 잘 보는데 골프 공은 잘 안 보인다"고 중얼거리는 동반자가 있다. 100m 떨어진 핀을 선명하게 보는 것과 5~10m 남은 미세한 그린 경사를 정확히 읽는 능력은 다르다.

둘 중에서 공을 또렷하게 보는 것보다 공 주변 잔디와 지형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교습가들은 말한다. 라식 수술 후 "그린의 경사·잔디결·미세한 굴곡이 더 잘 보였다"는 우즈 발언의 취지이다.

단순히 시력 1.0보다 두 눈 시력과 입체감, 대비 감도, 밝은 곳과 어두운 곳 시력 차이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미이다. 나이가 들면서 백내장을 호소하는 골퍼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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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지만 골프를 더 잘 치려고 백내장 수술을 할 것인지는 상당한 딜레머(Dilemma)이다.

의사들은 다음 절차를 통해 수술 여부를 결정하라고 조언한다. ①현재 안경으로 최대한 교정 ②골프장에서 실제 시각 문제 확인 ③안과에서 백내장 정도와 대비 감도·눈부심·망막 상태 검사 ④일상생활 영향 확인 등이다.

프로 선수나 캐디들이 녹색 잔디와 파란 하늘을 많이 접해 좋아진 시력 덕분에 안경을 착용하지 않는 줄 알았다. 실은 골프라는 직업상 이유가 더 크다는 사실을 뒤에 들었다.

골프에서는 고개를 많이 움직이고 순간적으로 공을 추적해야 한다. 안경테가 시야 주변을 가리고 땀이나 비에 렌즈가 흐려질 수도 있다. 스윙할 때는 안경이 미세하게라도 움직여 방해가 된다.

이럴 때 콘택트렌즈가 대안이다. 이래서 시력이 나빠도 안경보다 콘택트렌즈를 사용하거나 라식이나 라섹 같은 시력 교정술을 선택한 프로 선수가 많다.

캐디에겐 시력 자체보다 활동성이 중요하다. 하루에 수 시간씩 야외에서 걷고 카트를 타거나 골프백을 다루면서 계속 고개를 움직인다.

퍼트에서 시력은 매우 중요하다. 눈에는 중심시(foveal vision)와 주변시(peripheral vision) 개념이 있다.

퍼트 라인을 읽는 능력은 단순히 정면으로 목표를 보는 것이 아니다. 홀 인(Hole-in)은 주시와 주변시 역할이 이룬 종합 작용이다.

중심시는 선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담당한다. 핀 위치, 공과 핀 사이 거리, 공 출발 방향, 경사의 세부 변화, 공 주변 잔디 상태를 파악한다. 가령 "홀 오른쪽으로 얼마나 보느냐" 등을 판단한다.

주변시도 퍼트에서 의외로 중요하다. 중심시보다 선명하진 않지만 넓은 영역의 형태와 움직임, 공간 관계를 빠르게 파악하는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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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만 뚫어져라 쳐다보면 오히려 전체 경사와 라인 흐름을 놓친다. 시선을 약간 넓게 공→중간 지점→홀 순서로 전체 공간과 경사를 파악할 때 주변시가 보조한다.

그린 위를 걸어가며 주변시가 넓은 지형 정보를 받아들인다. 그런 다음 홀이나 특정 지점을 보고 중심시가 세부 정보를 확인한다고 한다.

의사를 통해 평소 어느 눈이 중심시인지 보조시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퍼트 때 공 바로 위에 어느 눈이 놓여야 할지 결정된다.

눈 위치는 퍼트 방향과 라인을 판단하는 중요한 결정 요소이다. 중심시와 보조시를 진단받은 후에 교습가에게 레슨을 받고 연습에 매진하면 퍼귀(퍼트 귀신)로 태어난다.

드라이버 티샷 거리와 방향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얼마 전 그런 칭찬에도 불구하고 귀가해서 잠을 설쳤다. 비거리가 나보다 10~20m 짧은 퍼귀를 만나 참패한 날이었다.

정현권 대한변리사회 미디어 전문위원 겸 지식재산뉴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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