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공급 넘어 운용·투자까지 협력 다변화외국인통합계좌 앞세워 국내 증시 고객 유치직접 진출에 현지 네트워크 더해 수익원 발굴

국내 증권사들의 글로벌 사업 전략이 한층 진화하고 있다. 현지법인을 세우고 직접 영업망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글로벌 금융사와 손잡고 상품과 자금은 물론 고객까지 확보하는 사례가 늘었다. 직접 진출에 더해 현지 금융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며 해외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글로벌 금융사와 잇따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과거에도 해외 금융사와 업무협약을 맺거나 상품을 들여오는 사례는 있었지만 협력 대상이 한층 다양해진 모습이다. 리서치와 금융상품 공급에서 자금운용과 대체투자, 금융 인프라와 외국인 투자자 유치까지 실제 영업과 연결되는 분야로 범위가 넓어졌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글로벌 대형 운용사와 연달아 손을 잡았다. 지난 7일 영국 런던에서 피델리티 인터내셔널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한 데 이어 9일 미국 뉴욕에서는 핌코, 칼라일과 각각 협력하기로 했다. 피델리티와는 글로벌 거시경제와 주식·채권 등 리서치를 국내에 공급하고 공동 상품과 투자 기회를 발굴한다.
또한 한국투자증권은 핌코와 단기자금 운용 계약을 체결하고 핌코의 리서치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공급하기로 했다. 또한 핌코 상품 공급과 맞춤형 상품 개발도 추진한다. 칼라일과는 기존 대체투자 협력을 강화하고 시장 상황과 운용 성과 등을 고려해 단기금융 조성자금을 활용한 투자 기회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증권도 미국에서 금융 인프라와 신사업으로 협력 범위를 넓혔다. 박종문 삼성증권 사장은 지난 10일 미국 뉴욕에서 글로벌 금융사 BNY와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주식 브로커리지와 청산, 증권 담보관리와 증권금융뿐 아니라 인공지능(AI)과 디지털자산 등 신규 사업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금융 인프라·신사업까지···글로벌 협업 전방위 확산
최근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글로벌 금융사와의 협력이 단순히 해외 상품을 국내에 가져오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글로벌 운용사의 리서치와 상품을 국내 고객에게 공급하는 동시에 증권사가 조달한 자금의 운용과 공동투자까지 협력 대상이 되고 있다. 해외 금융사의 운용 역량과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 국내 증권사가 직접 확보하기 어려운 상품과 투자 기회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고객 확보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국내 투자자에게 해외 금융상품과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데서 나아가 해외 투자자를 국내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인바운드 영업이 새로운 경쟁 분야로 떠올랐다. 외국인통합계좌를 활용해 현지 금융사가 보유한 고객을 국내 증시와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8일 싱가포르 UOB Kay Hian과 계약을 맺고 외국인통합계좌 서비스를 시작했다. UOB Kay Hian 고객은 국내 증권사에 별도 계좌를 만들지 않고 현지 증권사를 통해 국내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 싱가포르법인이 협상을 주도했으며 다른 해외 증권사들과도 추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외국인 고객 국내로···현지 판매망 활용도 커져
하나증권도 홍콩 푸투증권과 외국인통합계좌 서비스를 시작했다. 푸투는 홍콩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일본, 미국, 호주 등에서 투자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푸투에 이어 다른 해외 증권사와도 협력을 추진하며 외국인 투자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증권사들이 글로벌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해외에서 고객을 직접 확보하려면 현지법인과 지점을 설립하고 인력과 전산망을 갖추는 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현지에서 이미 고객 기반과 판매망을 확보한 금융사와 손잡으면 직접 구축해야 할 영업 기반을 줄이면서 새로운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국내 시장의 성장 여력이 제한적인 점도 글로벌 사업의 중요성을 높이고 있다. 위탁매매와 자산관리(WM)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증권사마다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공급 등으로 사업을 넓히면서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국내에서 쌓은 사업 역량을 해외에서도 수익으로 연결해야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만 놓고 보면 증권사들이 추가로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아 해외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것은 피하기 어려운 과제"라며 "단순히 해외에 거점을 두는 것보다 현지 금융사와의 협력을 통해 실제 고객과 거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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