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대만은 쉬는 시간마다 밖으로"···소아근시, 치료 넘어 '공공보건' 숙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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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쉬는 시간마다 밖으로"···소아근시, 치료 넘어 '공공보건' 숙제로

등록 2026.09.16 13:45

현정인

  기자

쿠퍼비전코리아, 동아시아 소아근시 미디어 간담회 개최어린 나이에 발생하는 근시, 고도근시로 이어질 가능성 커"소아근시 증가, 향후 의료비·사회경제적 부담 가능" 강조

왼쪽부터 우 페이창 교수(대만근시질환학회 이사), 최미영 충북대학교병원 안과 교수 사진=현정인 기자왼쪽부터 우 페이창 교수(대만근시질환학회 이사), 최미영 충북대학교병원 안과 교수 사진=현정인 기자

소아근시를 개인의 시력 문제를 넘어 국가가 예방·관리해야 할 공공보건 과제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만은 학교 야외활동을 근시 예방정책에 포함해 신규 발생률을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한국도 안경이나 렌즈를 통한 시력 교정에 머물지 않고 근시의 발생과 고도근시 진행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쿠퍼비전코리아는 1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동아시아 소아근시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한국과 대만, 일본의 소아근시 현황과 관리 방안을 공유했다.

이날 연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근시가 어린 나이에 발생할수록 성장기에 진행될 기간이 길어져 고도근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고도근시는 안구 앞뒤 길이인 안축장이 과도하게 늘어난 상태로, 망막박리와 녹내장, 근시성 황반변성 등 시력을 위협하는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최미영 충북대병원 안과 교수는 소아근시 증가가 향후 의료비와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 전체 인구의 41.6%가 근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 30년 동안 66% 증가한 수치다. 미국 내 근시로 인한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은 1342억달러(약 186조원)로 추산된다. 2050년에는 현재의 약 3배인 373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 교수는 "미국이 근시를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책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앞으로 시각장애와 이에 따른 의료비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이 있다"며 "한국도 고도근시로 진행하는 비율을 낮춰 향후 시각장애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은 야외활동을 학교 교육과정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소아근시 예방에 나섰다. 우 페이창 대만근시질환학회 이사 겸 가오슝 장궁기념병원 교수는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아동일수록 근시 발생 위험이 낮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2009년 새로운 예방정책을 제안했다.

정책 도입과 함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학생들이 쉬는 시간마다 교실 밖으로 나가 야외에서 활동하도록 한 '교실 밖 휴식(ROC)' 프로그램의 도입 결과 1년 후 근시 신규 발생률은 대조군에서 17%, 프로그램 참여군에서는 8.4%로 낮아졌다.

대만 정부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하루 120분의 야외활동을 권장하는 '티엔티엔 120' 정책을 전국 학교로 확대했다. 개인과 가정에 야외활동을 권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교 일과에 야외 휴식시간을 포함해 모든 아동에게 예방 활동이 적용되도록 한 것이다.

우 교수는 "모든 아이가 충분한 시간을 야외에서 보내는 것도 아니고 모든 가정이 행동을 바꾸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인 조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학교는 모든 아동에게 접근할 수 있고 일상적인 활동을 바꿀 수 있어 근시 예방을 교육체계의 일부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시 예방은 의학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공공정책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일본도 근시 발생 연령이 낮아지고 진행 속도가 빨라지는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학교보건통계에 따르면 나안시력이 0.3 미만인 초등학생의 비율은 1979년 2.7%에서 2010년 7.6%로 약 3배 증가했다. 나안시력 저하가 모두 근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아의 시력 문제가 확대되는 흐름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오노-마츠이 교코 일본근시학회 회장 겸 도쿄의과치과대 교수는 "소아근시의 양상과 치료에 대한 반응은 아동마다 다르기 때문에 효능과 안전성, 실질적인 혜택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며 "근시 관리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성장에 따라 함께 발전해야 하며 조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소아근시 대응이 부족하다고 단정하기보다 현재 활용되는 다양한 치료 방법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연결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봤다. 예방을 교육정책에 포함한 대만과 맞춤형 장기 관리에 무게를 두는 일본의 사례를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최 교수는 "한국은 의료 수준이 높고 여러 근시 관리 방법도 활용되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체계화할 것인지는 보완이 필요하다"며 "각국이 어떤 정책을 시행했고 실제 효과가 어땠는지를 공유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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